“한국만 유독 왜 이러나”…‘엘리스 쇼크’에 다시 번진 AI 공포 [머니+]

박성준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10.20 16:24

코스피 3.73% 급락…삼성전자·SK하이닉스 동반 약세
1%대 하락률 보인 日·대만 등과 대조적

AI ‘IPO 대어’ 엘리스그룹, 상장 첫날 32% 폭락
블룸버그 “AI 트레이드 압박 커져”

다시 급락한 코스피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가 표시되고 있다.

이틀 연속 반등하며 바닥을 다진 듯했던 한국 증시가 20일 다시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의 수익성을 둘러싼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한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국내 AI 데이터센터 기업 엘리스그룹이 상장 첫날 30% 넘게 폭락한 것이 투자심리를 더욱 짓눌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와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3.73% 급락한 5552.74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0.60% 내린 5733.57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워 장중 한때 5493.24(-4.76%)까지 밀렸다. 이로써 코스피는 지난 6월 기록한 장중 사상 최고치와 비교하면 40% 가량 하락한 상태다.


이날도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전장 대비 2.98%, 4.23% 내린 21만1500원, 122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아시아 주요 증시와 비교하면 한국 증시의 낙폭이 유독 두드러졌다. 실제로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대만 가권지수, 홍콩 항셍지수는 일제히 1%대 하락률을 보였다. MSCI 아시아태평양지수 역시 전장 대비 1.2% 내린 260.82을 나타냈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에서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종합지수는 AI 반도체 관련주를 중심으로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1.11% 상승 마감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1.61% 오르며 9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장 초반 8% 가까이 급등했던 네오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는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0.4% 하락 마감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역시 장중 한때 3.7%까지 올랐지만 상승 폭을 크게 줄였다.


국채금리가 다시 상승한 것이 AI 인프라 기업들의 자금조달 우려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전장 대비 7.5bp(1bp=0.01%포인트) 오른 연 5.136%를 기록했다. 국채금리 상승은 기업들의 차입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막대한 외부 자금에 의존해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AI 인프라 기업들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프레데릭 노이만 HSBC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간밤 미국 기술주에서 나타난 안도 랠리가 아시아 시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여전히 위험자산을 회피하고 있으며 국채금리 상승과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에너지 가격이 주요 우려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AI 자산의 호황이 지속될 수 있을지를 둘러싼 의문도 여전히 남아 있다"며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면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아예 취소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엘리스그룹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

▲2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엘리스그룹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에서 관계자들이 상장기념패 전달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통신은 엘리스그룹의 상장 첫날 주가 폭락에 AI 공포가 재점화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엘리스그룹은 공모가 대비 약 32% 급락한 6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이는 한국 증시에서 이뤄진 대규모 IPO 가운데 역대 최악의 상장 첫날 성적이다. 종전 기록은 2022년 상장 첫날 주가가 30.5% 급락한 더블유씨피다.


앞서 엘리스그룹은 공모가를 희망 범위 최상단인 9만500원으로 확정했다. 총 공모금액은 약 2011억원이며, 상장 전 예상 시가총액은 1조원에 달했다.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경쟁률도 400대 1에 달했고, 청약증거금으로만 약 10조3000억원이 몰렸다.


그러나 엘리스그룹 주가는 개장 직후부터 거센 매도세에 직면했다. 이날 시초가도 7만5700원에 형성되자 장 초반부터 '따상'(공모가 대비 두 배 상승 후 상한가) 기대감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AI 산업에 쏟아지는 천문학적인 투자금이 이에 걸맞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를 둘러싼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는 AI 트레이드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짚었다.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는 AI 관련 기업들의 상장 계획에 제동이 잇따라 걸리고 있다.


호주의 데이터센터 기업 퍼머스 그리드는 최근 시드니 증시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계획대로 상장이 성사됐다면 호주에서 30년 만에 최대 규모의 IPO가 될 수 있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에어트렁크도 싱가포르에서 추진하던 상장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영국 AI 인프라 기업 엔스케일 역시 IPO를 앞두고 목표 기업가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고,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미국 에너지 인프라 기업 SB에너지도 상장 일정을 미뤘다.


STOCK MARKET WALL STREET

▲트레이더(사진=UPI/연합)

나고미캐피털의 무라마쓰 가즈유키 투자운용 총괄은 “엘리스그룹의 주가 급락이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을 둘러싼 투자 환경이 아직 완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토로의 조시 길버트 아시아태평양·중동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는 “특히 퍼머스가 IPO를 철회한 직후라는 점에서 좋은 신호가 아니다"라며 “엘리스그룹의 끔찍한 상장 첫날 성적표는 이날 아시아 시장의 분위기를 개선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페트라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앨버트 용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엘리스그룹의 상장은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AI 인프라 기업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한 시점에 이뤄졌다"며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심리는 매우 큰 변동성을 보여왔으며 실제 기업의 펀더멘털과 괴리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2015년 설립된 엘리스그룹은 AI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부터 기업의 AI 전환(AX)을 돕는 소프트웨어까지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기업이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은 3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0%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10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232억원으로 11배 이상 증가했다.


김도준 지안자산운용 대표는 엘리스그룹의 재무구조가 코어위브와 다르고 특별히 위험한 기업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평가하면서도 “현재의 수익성을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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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성준 기자 입니다. 국제부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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