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안전·엔지니어링 외 정책·제도 개선으로 연구 범위 확대
송병흠 원장 연구 총괄·윤수정 대표 운영 지원…분야별 전문가 협력
강서구 고도 제한 관련 용역 추진…주택 개발 등 민간 과제 2건 협의
“오래된 기준 현실에 맞게 개선…지역 사회·국가에 기여하는 연구”
▲송병흠 한국항공정책연구소장. 사진=박규빈 기자
한국항공정책연구원이 항공 안전 분야에서 축적한 경험을 토대로 항공산업 전반의 정책과 제도 개선을 연구하는 민간 연구 기관으로 출범했다. 공항 주변 고도 제한과 도시 발전의 접점을 찾고 산업 환경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준을 개선하는 데 역량을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연구원은 발주처의 요구에 맞춰 결론을 바꾸지 않는 연구의 독립성과 정확성을 운영 원칙으로 내세웠다.
항공정책연구원은 25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사무실에서 개원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항공 운항·관광·사고 조사·관제·항공 보안·정보 기술(IT) 등 여러 분야의 관계자들이 참석해 연구원의 출발을 축하하고 협력 의사를 밝혔다. 연구는 송병흠 원장이 총괄하고, 윤수정 대표이사가 행정과 운영을 뒷받침하는 체계다.
송 원장은 개원식에서 연구원의 지향점을 '연구자적 관점'으로 설명했다. 정책적 분위기나 발주처의 이해관계에 휩쓸리기보다 학자적 양심에 따라 정확한 판단을 제시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원칙이 영업에 불리해 보일 수 있지만, 정확한 결과를 필요로 하는 기관과 기업의 신뢰를 얻는 토대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갑이 아무리 우리한테 돈을 줬더라도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우리가 학자적 양심으로 왜곡하지 않고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원장은 이 같은 연구가 5년 가량 축적되면 국가 기관을 비롯한 여러 주체가 정확한 판단을 구하기 위해 연구원을 찾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으로 약 5년간 자신의 연구 경험과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연구원에 접목하고, 함께하는 연구자들이 이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연구원은 기존 한국항공안전과 항공안전시스템을 통합해 재설립한 조직이다. 송 원장은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안전 쪽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정책이나 항공산업 전반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체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항공 안전과 엔지니어링·시스템 분야를 기반으로 정책 수립과 제도 개선까지 연구 범위를 넓혔다는 의미다.
출범 배경에는 기술과 산업의 변화에 비해 관련 제도의 개선 속도가 더디다는 문제 의식이 자리한다. 송 원장은 “항공 분야에는 약 50년 전 만들어진 법령과 기준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현대 산업사회의 발전을 제도가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해외의 선진 제도와 기준을 비교하되 국내 실정에 맞는 개선안을 마련하는 것이 연구원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법령 하나에 국한하지 않고 법령·훈령·고시 등을 살펴 시대 변화와 맞지 않는 내용을 발굴한 뒤 국가 기관과 지방 자치 단체에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당면 과제로는 공항 주변 고도 제한과 관련한 제도 개선을 꼽았다. 송 원장은 도시 발전을 제약하는 규정과 법령의 개정안을 마련하는 연구 용역의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서울 강서구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고도 제한과 관련, 그는 기준 높이를 산정하는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 원장은 관련 문제를 지자체에 제시했고 국토교통부에서도 긍정적인 답변과 개정 검토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기존 연구의 성과로는 자신이 참여한 경기도 성남시 고도 제한 관련 연구를 들었다. 송 원장은 성남시의 1·2·3차 연구를 수행해 왔다며 제시한 다섯 가지 방안 가운데 두 가지가 국방부를 통해 해결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과 주변 기업들이 연구에 신뢰를 보내고 자문을 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국항공정책연구원 CI
연구원의 초기 사업은 정부와 지자체 용역을 중심으로 전개할 방침이다. 공공 분야에서 수행 실적과 신뢰를 쌓은 뒤 대기업과 공항 주변 사업자 등 민간 부문으로 연구·자문 수요를 넓혀 가겠다는 방침이다.
민간 기업과는 두 건의 과제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나는 대규모 주택단지 개발과 관련한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비행장 주변에서 건축물의 높이를 높이려는 기업의 의뢰다. 송 원장은 사업을 무리하게 늘리기보다는 현재 수행 중인 연구와 예정된 과제를 차근차근 완수하는 데 무게를 뒀다. 그는 적극적으로 사업을 찾아다니며 외형을 키우기보다, 정확한 연구와 유용한 결과를 통해 일정한 용역 수요가 이어지는 구조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송 원장은 “어떤 이윤을 낸다기보다는 우선은 연구원을 유지하는 정도로 하면서 지역 사회나 국가에 공헌한다는 개념"이라며 “정확하고 모두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수익 극대화보다 연구원의 지속적인 운영과 공공적 기여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취지다.
조직 운영에서는 연구와 행정의 역할을 나눴다. 송 원장은 약 35년간 쌓은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 방향과 결과를 책임지고, 윤 대표는 연구진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과 경영을 맡는다. 현재 부원장은 없지만 향후 박사급 연구자나 교수들의 참여에 따라 인적 구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연구원의 역할이 과제 수주에서 출발해 깊이 있는 연구로 통찰을 얻고, 더 나은 항공 정책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결과를 제시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원장과 연구진이 연구에 전념하도록 지원하면서 정부 기관·학교·다른 단체들과도 협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연구는 깊이 있게, 운영은 탄탄하게"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연구원 단독으로 성장하기보다 외부 기관과 전문성을 나누며 항공정책과 항공 안전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뜻이다. 장기적으로는 성장 단계에 맞춰 행사를 확대하고 국제 콘퍼런스를 여는 구상도 언급했다.
이날 참석자들의 소개에서는 연구원이 구축하려는 협력 기반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항공대학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선아 수원과학대학교 항공관광과 조교수는 책임 연구원으로 합류했다. 유재훈 청주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도 개원을 축하하며 협력 의사를 전했다.
시스템 통합(SI) 분야에서 일하는 김형섭 씨는 약 15년 전 송 원장과 항공 관련 연구를 함께한 인연을 소개했다. 이후 연구원의 전신인 한국항공안전(KASA) 설립에도 함께했다며 기존 활동이 새 조직으로 이어지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