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시범사업 때보다 규제 강도 높여
초진 처방 7일 제한·진료 지역까지 규제…“이럴거면 시범사업 뭐하러 했나”
규제영향분석에 환자·플랫폼 제외…“기존대로 시행하라” 국민청원 4만명 돌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이 지난 10월 22일 열린 '의료법 시행규칙안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원격의료산업협의회
매달 비대면진료로 혈압약을 처방받던 환자는 앞으로는 한 달치 약을 받기 위해 여러 차례 진료를 받아야 한다. 밤에 아이가 열이 나 비대면으로 진료받던 부모는 앞으로는 동네에 비대면진료를 하는 의원이 없으면 갈 곳을 찾기 어려워진다. 회사를 비우기 어려워 점심시간에 비대면진료를 받던 직장인도 예외는 아니다. 오는 12월 24일 비대면진료가 정식 제도로 시행되면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한시 허용과 시범사업을 거쳐 지난 6년간 이어져 온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를 앞두고 있지만, 정작 기존 이용자들의 진료 문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시범사업보다 좁아진 이용 기준…환자 불편 우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대면진료가 정식 제도화를 앞두고 시범사업 때보다 이용 문턱이 높아질 처지에 놓였다. 정부가 초진 처방일수와 진료 지역, 의사당 진료 건수 등을 제한하는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다. 의료계가 비대면진료에 대한 안전성 우려를 제기해온 가운데, 주관부처인 보건복지부가 환자 편의와 의료 접근성보다 규제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19일 비대면진료의 대상 환자와 의약품 처방 기준 등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과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했다. 정부가 마련한 안은 초진 비대면진료의 처방일수를 원칙적으로 7일 이내로 제한하고, 진료·처방 이력이 확인되는 경우에도 최대 30일 처방을 한 차례만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시범사업 때보다 처방 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기존 시범사업 지침에서는 비대면진료를 통해 약제를 처방할 때 1회 최대 90일까지 처방할 수 있었다. 또 개정안은 환자 주소지를 기준으로 진료 지역을 제한하고 의료기관별 비대면진료 건수에도 상한을 두도록 했다.
관련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수 년에 걸친 시범사업을 통해 비대면진료 서비스가 얼마든지 안전하게 운영됐다는 점을 실증했음에도, 더 좁은 기준을 세운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 따르면 시범사업 3년 동안 276만 명이 730만 건의 진료를 받았다. 전체 진료의 15%는 병원 문이 닫힌 야간과 휴일에 이뤄졌다.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 이용 환자의 1회 평균 처방일수는 33.7일로, 전체 처방의 46.3%는 30일 이상의 약을 처방 받았다.
전체 진료 가운데 처방이 제한된 의약품이 처방된 사례는 0.06%였고, 불법 비대면진료 신고센터에 접수된 건은 17건이었다.
코스포 측은 “실증을 거친 결과가 제도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시범사업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 부담은 결국 병원 문이 닫힌 시간에, 의원이 적은 지역에서 진료를 받아 온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 장기 처방 막히면 플랫폼 사업모델도 타격
업계는 이번 제도가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비즈니스모델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탈모·여드름·아토피·통풍 등 매일 같은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의 비중이 높은 만큼, 편의성이 떨어지면 이용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련 규제로 이용자 편익이 줄어 이용자 이탈이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규제를 만든 과정에 있었다. 코스포 산하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복지부의 규제영향분석 과정에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 등 직역단체가 의견수렴 대상으로 포함됐지만, 환자와 비대면진료 플랫폼업계는 제외됐다. 정작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이해당사자들이 빠졌던 것이다.
이슬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은 “비대면진료 중개매체는 의료법에 따라 법적 지위와 책임이 규정된 비대면진료 전달체계의 일원인데도 규제영향분석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로조차 포함되지 않았다"며 “국민의 의료 이용을 제한하는 규제라면 필요성과 효과, 환자가 추가로 부담할 비용과 실제 집행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국회 온라인 청원 게시판에는 비대면진료를 기존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국민동의청원이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 14일 올라온 해당 게시글은 이날 기준 동의 수 4만 건을 넘어섰다. 청원이 등록돼 공개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국민 5만 명의 동의를 얻으면, 해당 안건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정식 안건으로 회부돼 심사를 받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