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없이 중력만으로 내리막 질주…주행 끝나면 자율주행으로 귀환
범퍼카·서바이벌까지 타는 것마다 기록 남아…앱 통해 순위 경쟁
마스터 라이선스 따면 전용 라운지·굿즈 할인…인천공항에도 조성
▲제주시 애월읍 9.81파크 제주 입구에서 바라본 모습. 억새밭 뒤로 9.81파크 제주 건물이 보인다. 사진=송민규 기자
제주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액티비티 테마파크 '9.81파크 제주'. 엔진없이 중력가속도만으로 내리막길을 질주하는 무동력 친환경 레이싱 '그래비티 레이싱'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지난달 30일 9.81파크 제주 레이스981 2코스를 직접 달린 기자의 기록은 1분29초252였다. 이날 마스터 라이선스 기준인 1분31초보다 1.7초 빨랐지만, 최고속도가 시속 38.69㎞에 그쳐 마스터 라이선스를 따기 위해 함께 달성해야하는 기준인 39㎞/h에 0.31㎞/h 못 미쳤다.
마스터 라이선스는 2코스를 달린 기록으로 가린다. 9.81파크 제주 운영사인 디에스엠에 따르면 라이선스 취득 기준은 날씨 등을 반영해 인공지능(AI)이 그날그날 조금씩 바꾼다. 취득율은 18%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1인승 차량은 시속 40㎞를 넘으면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세게 걸리기 때문에 39㎞/h와 40㎞/h 사이에서 속도를 지키고 코너 라인도 미리 잡아야 한다.
▲9.81파크 제주 레이스981 2코스 주행 영상. 주행 후 1분 남짓의 주행영상을 앱에서 받을 수 있다. 영상=송민규 기자
레이싱카를 직접 타보니 헬멧을 쓰지 않아도 되고 차체가 낮아 실제보다 속도감이 크다. 핸들도 생각보다 무겁다. 디에스엠에 따르면 중상급인 2코스까지는 핸들이 무겁다. 주행을 마치자 전용 앱에 평균속도 시속 25.22㎞, 최고 횡가속도 0.74G, 시간대별 타임 랭킹 22위가 올라왔다. 동행한 기자들과의 기록과도 비교할 수 있었다.
9.81파크에서는 레이싱 말고도 체험하는 것마다 점수와 순위가 남는다. 게임형 범퍼카 '링고'는 부딪힌 위치와 방향을 센서가 읽어 점수로 바꾼다. 이날 기록은 110점, 랭킹 4위였다. 레이저 서바이벌 '프로아레나'는 킬과 데스, 어시스트, 남은 탄수까지 숫자로 남겨 22킬 11데스 577점과 랭킹 1위를 앱에 띄웠다.
▲대기 계단에서 보이는 레이스981 출발선. 사진=송민규 기자
초급 코스에서 타는 최고 시속 35㎞인 2인승 차량은 뒷자리에 앉은 사람도 경쟁에 끼도록 출발 때 크게 소리를 지르면 부스터가 작동한다. 매주 토요일에는 반려견 전용 시트를 부착한 2인승 차량 뒷자리에 반려견을 태우고 3코스를 달리는 패키지도 운영한다. 반려견 행동학 수의사 설채현과 함께 만들어 2023년 11월 선보인 프로그램이다.
기록 경쟁 시스템은 차량과 트랙, 앱을 하나로 묶어 운영한다. 입장할 때 받는 종이 팔찌에는 근거리무선통신(NFC) 칩이 들어 있어 앱에 한 번 등록하면 이후 모든 기록이 팔찌를 통해 저장되고, 잃어버려도 다시 발급받을 수 있다. 앱 가입을 꺼리던 이용객도 기록과 주행 영상을 보고는 대부분 등록한다는 게 9.81파크 측 설명이다.
레이스981 차량은 루지처럼 엔진 없이 중력만으로 내리막 경사 트랙을 내려간다. 핸들바 하나를 밀고 당겨 방향과 속도를 함께 조절하는 루지와 달리 운전대와 발로 밟는 브레이크 페달로 나눠 조작하는 방식이라 실제 레이싱카 운전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다만 가속 페달은 없어 속도를 내려면 브레이크를 덜 밟는 수밖에 없다.
차량은 0.2초마다 속도와 조향, 브레이크 데이터를 관제실로 보내고, 관제실은 트랙 전 구간에 깔린 카메라 200여대로 차량을 지켜본다. 결승선을 지나면 차량이 스스로 감속하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떼면 자율주행으로 하차장까지 올라간다. 내린 뒤 다음 이용객이 타기까지 직원은 안내만 할 뿐이다.
▲마스터 전용 대기 라운지. 사진=송민규 기자
상급자용 코스인 마스터는 입구부터 다르다. 'MASTERS ONLY' 표시가 붙은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별도 공간을 거친다. 부스터를 단 전용 차량 GR-X로 최고 시속 60㎞까지 X코스를 달린다. 전용 라운지 '패독'에서는 일반 탑승장에서 볼 수 없는 트랙 전경이 내려다보이고, 마스터가 많지 않아 대기 줄도 짧다.
▲상급자용 마스터 코스는 출발신호도 다르다. 사진=송민규 기자
올해 한국프로야구 KBO와 손잡은 '981리그'는 응원 구단을 고르면 레이싱 기록과 미션 결과가 구단 승률에 반영되는 팬 대항전이다. 프로야구 선수 가운데 40차례에서 60차례가량 다녀간 이들도 있다고 9.81파크 관계자는 전했다.
연간 리그인 GROC는 매월 예선을 치러 올해 8개 라운드에 9382명이 참가해 1만6058회 달렸다. 결승인 챔피언십 파이널은 다음달 6일 총상금 4000만원을 걸고 열리고, 확정된 진출자 80명 가운데 41명은 지난해에도 결승에 올랐다. 2021년과 2022년, 2024년 결승은 MBC스포츠플러스가 중계했다.
▲마스터 대기실에서 볼수 있는 풍경. 사진=송민규 기자
두 번 이상 찾은 누적 재방문 고객은 8월 10만명을 넘었고, 마스터 보유자의 당해 재방문 비율은 10%를 웃돈다. 지난해 최다 방문자는 19차례 찾아 225회를 달렸다.
라이선스 등급은 굿즈 매장에서 할인율로 이어진다. 등급이 오를수록 할인율이 커지고 마스터는 15%를 할인받는다. 지하 1층 브랜드 스토어 '스페이스컵'은 한라산 셔츠와 캐릭터 티셔츠, 볼캡, 나일론 보스톤백, GR 차량과 코스를 새긴 메탈 키링 같은 자체 상품과 지난해 협업한 포켓몬 상품을 판다. 서울 압구정 레코드 바 '콤팩트 레코드 바'와 협업한 티셔츠도 걸려 있다. 매대에는 치이카와와 마리오, 짱구 상품도 놓여 있었다.
▲굿즈매장 스페이스 컵. 사진=송민규 기자
이달 2~27일에는 제주관광공사와 자체 캐릭터 '규르'를 앞세운 공동 캠페인 '제주야, 규르 왔어!'를 열어, 제주 공식 여행 멤버십 '나우다' 회원이 풀패키지를 사면 두 캐릭터를 넣은 반다나를 준다.
스페이스컵에서 굿즈 공간 반대편은 카페다. 메뉴는 제주도 유명 카페 '커피템플' 김사홍 바리스타의 레시피로 짰다. '데킬라 에스프레소'와 솔트 크림을 올린 브루잉 커피 '제주 밤바다'등이 시그니처 메뉴다. 창밖으로 야외 트랙과 제주 바다가 보이고, 입구에는 밀리의서재와 꾸민 '여행자를 위한 작은 도서관'이 책 50여권을 두고 연말까지 열린다.
▲스페이스컵에서 보이는 풍경. 사진=송민규 기자
다이닝 '브로콜리지'는 제주 식재료로 메뉴를 꾸렸다. 12시간 이상 수비드한 제주산 흑돼지 통목살 400g을 통째로 튀긴 '흑돼지 400 돈가스'가 시그니쳐 메뉴다. 흑돼지 한 덩이를 도마에서 썰어 올린 '흑돼지 돔베덮밥'도 완성도가 높았다. 지하 2층 '오나츠'는 매일 아침 크림을 채운 찹쌀 도넛을 우도땅콩, 제주녹차, 제주유자 맛으로 낸다.
▲스페이스 제로는 조용히 쉬는 공간이다. 사진=송민규 기자
쉬는 공간은 3층 '스페이스제로'다. 카펫 바닥에 빈백을 흩어 놓고 천장에 코쿤 행잉체어를 매달았고, 유리벽에는 '소곤소곤'이라는 안내문 하나만 붙여 조용히 쉬는 것을 규칙으로 삼았다. 창가 스툴에 앉으면 억새밭 너머로 오름과 바다가 보인다. 음악도 공간마다 다르다. 9.81파크 측은 음악감독을 따로 두고 탑승장과 카페, 휴식 공간마다 음악을 다르게 깔았다고 설명했다.
파크 곳곳이 사진 찍는 자리다. 레이싱을 마치고 자율주행으로 올라오는 동안에는 휴대폰을 꺼내도 돼 한라산 쪽 풍경을 찍을 수 있고, 셀프 포토 스튜디오 '포토드링크'도 있다. 해 질 무렵 트랙 너머로 지는 노을이 가장 좋았다.
▲석양이 지는 9.81파크 제주. 사진=송민규 기자
이날 탑승장에는 부모 손을 잡고 온 초등학생부터 수학여행을 온 중고등학생 단체, 커플,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까지 섞여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쪽은 학생 단체였다. 디에스엠에 따르면 지난해 9.81파크 단체 이용객은 1년 전보다 19.5% 늘었고, 이 가운데 학교 단체가 71%를 차지했다.
안전에 민감한 학교들도 자동 제동과 관제 체계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면 방문을 결정한다는게 9.81파크 측 설명이다. 수학여행으로 왔던 학생이 부모와 다시 오거나 성인이 돼 찾는 경우도 있다고 9.81파크 측은 전했다. 혼자 탈 수 없는 어린이는 보호자가 운전하는 2인승 뒷자리에 타거나 VR 레이싱 '메타981'을 이용한다.
올해 3분기 누적 외국인 이용객 비중은 15.1%로 1년 전보다 6.6%p 상승했고, 중화권 비중은 13.9%였다. 디에스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식음료 매출은 1년 전보다 28.3%, 상품판매 매출은 91.2% 늘었고, 8월 판매액은 23억9000만원으로 2020년 개장 이후 월간 최고였다.
▲석양이 지는 9.81파크 제주. 사진=송민규 기자
디에스엠은 1300억원을 들여 현재 공정률 90%인 실내형 '9.81 인천공항'을 내년 봄 열고 첫해 100만명을 유치할 계획이다. 5월에는 중국 상하이에 법인을 세워 현지 사업자에게 차량과 운영시스템을 공급하는 라이선싱 방식으로 중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디에스엠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전 세계 이용자가 9.81파크에서 기록을 겨루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