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 소행 공식 확인…탈취 자산 세탁 정황 포착
바이낸스, 주요 가상자산 100% 준비금 확보…출금 서비스 1일부터 재개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63억달러(약 8조4000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탈취한 해킹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공식 지목했다.
FBI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낸스에서 60억달러 이상의 가상자산을 탈취한 사건의 배후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라는 사실을 알린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사건 발생 이후 북한이 공격 배후로 거론돼 왔지만 FBI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BI는 범행 주체로 북한의 정예 해킹조직으로 알려진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를 지목했다. FBI에 따르면 트레이더트레이터 활동자들은 탈취한 자산을 주로 이더리움(ETH)으로 전환하고 있다.
FBI는 향후 탈중앙화금융(DeFi)과 즉시 교환 서비스 등을 이용해 다른 가상자산으로 바꾸는 방식의 추가 자금세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이더리움과 비트코인(BTC), 솔라나(SOL) 등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 주소를 공개하고 관련 거래 차단을 가상자산 업계에 요청했다.
FBI는 “북한의 불법 사이버 범죄와 가상자산 탈취 활동을 식별하고 경감·저지함으로써 가상자산 커뮤니티를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유지하고 있다"며 관련 정보에 대한 제보도 요청했다.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 미 비밀경호국(USSS), 국세청 범죄수사국과도 공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FBI가 탈취 자산이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상자산 지갑 주소를 직접 공개한 것은 북한 해킹조직의 자금세탁 경로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해킹 당시 바이낸스 내부에서는 긴박한 대응이 이어졌다. 현재는 피해 수습에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4시20분(미 동부시간) 바이낸스 보안팀이 10억달러가 넘는 자금의 무단 인출을 감지한 뒤 약 100명으로 구성된 위기대응팀이 긴급 화상회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피해액은 빠르게 불어나 20분 만에 60억달러를 넘어섰다.
바이낸스는 TRM랩스, 체이널리시스, 엘립틱 등 블록체인 분석업체들과 탈취 자금 추적에 나섰다. 해커들은 이 과정에서 탈취한 스테이블코인 일부를 가상자산 대출 플랫폼에 예치한 뒤 이더리움을 빌리는 방식으로 자산을 전환했다. TRM랩스에 따르면 해커들은 결국 약 24억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확보해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바이낸스는 지난달 31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탈취된 자산 가운데 90%에 대한 보전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XRP), 솔라나를 비롯해 테더(USDT), 서클(USDC) 등 거래량 상위 10개 주요 가상자산은 100% 준비금을 확보했다. 아직 충당하지 못한 나머지 10%는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상자산으로, 장내 매수와 장외거래를 통해 순차적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손실 보전에는 바이낸스가 자체 구축한 이용자자산보호기금(SAFU)과 선물 보험기금, 사내 유보금 등이 투입됐다. 바이낸스는 SAFU를 사용한 뒤에도 기금 규모가 10억달러 수준을 유지하도록 회사 자금으로 다시 충당할 계획이다.
바이낸스는 자산 보유 현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달 31일 오전 9시(한국시간)를 기준으로 자산증명 스냅숏도 반영했다. 이용자들은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 연산이 완료되는 오는 3일부터 자신의 자산 보관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중단됐던 출금 서비스는 당초 계획대로 이달 1일부터 재개한다. 바이낸스는 “이용자가 아니라 바이낸스가 이번 자산 탈취로 인한 재정적 부담을 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바이낸스 엔지니어의 해킹된 노트북과 거래 승인 시스템의 허점을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규모는 63억달러로, 가상자산 업계에서 발생한 단일 해킹 사건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