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서 네온가스 재활용 시작…텅스텐 원료 재생도 추진
순환자원 인정 누적 31개…2030년 재활용률 99.9% 목표
▲삼성전자가 평택사업장에서 가동을 시작한 'Ne 리사이클링 시스템'과 반도체 자원순환 전략을 정리한 그래픽. 포토 공정에서 사용한 네온(Ne)가스를 포집·회수한 뒤 정제해 반도체 공정에 재투입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육불화텅스텐(WF6) 부산물의 원료 재생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기흥·화성·평택·천안·온양 등 국내 5개 반도체 사업장의 폐기물 재활용률을 99.9%로 높인다는 목표다. 사진=삼성전자, 그래픽=김하나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이 포토 공정의 핵심 소재인 네온(Ne)가스를 재활용하는 설비를 본격적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반도체 생산이 늘면서 원자재 사용량도 함께 불어나는 만큼, 쓰고 난 소재를 다시 공정에 투입하는 방식이 원가와 공급망 리스크를 얼마나 덜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공정 소재뿐 아니라 사업장 생활 폐기물까지 자원으로 돌리는 작업도 병행하면서, 반도체 업계의 자원순환이 환경 대응을 넘어 공급망 관리 수단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사업장에서 가동을 시작한 네온가스 재활용 시스템을 향후 다른 생산라인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소재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부터 협력사들과 관련 연구와 설비 개발을 진행해왔으며, 지난달 16일 평택사업장에서 가동식을 열고 재활용 공정을 본격 시작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2030년까지 기흥·화성·평택·천안·온양 등 국내 반도체 제조 사업장 5곳의 폐기물 재활용률을 99.9%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을 줄이고, 공정에서 나온 폐자원을 다른 산업의 원료로 넘기며, 공정 소재를 재생해 다시 반도체 생산에 투입하는 세 갈래로 추진하고 있다.
◇ 네온·텅스텐, 공급망 취약 소재부터 재생
네온가스는 웨이퍼 위에 빛으로 회로를 새기는 포토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소재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네온 수급 불안과 가격 급등을 겪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외부 공급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완충 장치를 사내에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텅스텐(W)도 재활용 대상에 올랐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 전반에 쓰이지만 수입 의존도가 높아 자원순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소재다. 삼성전자는 메탈 공정에 쓰는 육불화텅스텐(WF6) 가스의 부산물을 정제해 다시 WF6 원료로 되돌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텅스텐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원료 조달 기반도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 폐웨이퍼·커피박도 원료로…'순환자원' 31개로 늘어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의 순환자원 인정 확대에 따른 연간 폐기물 감축량과 자원순환 추진 현황. 폐기물 감축량은 2024년 약 2749톤에서 2025년 약 4867톤으로 늘었으며, 올해는 약 8000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순환자원 인정 항목도 실리콘 슬러지·폐웨이퍼·솔더볼 등이 추가되면서 누적 31건으로 확대됐다. 자료=삼성전자, 그래픽=김하나 기자
공정 밖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자원화하는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은 정부의 순환자원 인정제도다. 인체와 환경에 유해하지 않고 경제성을 갖추는 등 법적 기준을 충족한 폐기물을 자원으로 인정해, 폐기물 규제를 받지 않고 원료로 쓸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해까지 28건을 인정받았다. 올해는 온양사업장의 실리콘(Si) 슬러지(2월), 평택사업장의 폐웨이퍼(5월), 천안사업장의 솔더볼(10월)이 추가돼 지난달 기준 누적 31개 항목이 됐다. 회사는 올해 이를 통해 연간 약 8000톤의 순환자원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장에서 일상적으로 배출되는 폐기물도 분리 수거 체계를 갖췄다. 화성사업장은 올해 사내 카페에서 나오는 커피박(원두 추출 후 남은 찌꺼기)을 일반 폐기물과 따로 모아 비료 원료로 넘기는 공정을 구축했다. 그동안 버려지던 연간 약 90톤이 재활용 대상이 됐다. 평택사업장은 유한킴벌리와 손잡고 사용한 핸드타월을 전용 수거함으로 모아 새 핸드타월 원료로 재생하는 '바이사이클(BI:CYCLE)' 캠페인을 추진한다. 삼성전자 측은 “유한킴벌리의 전과정평가(LCA) 기준으로 연간 약 50톤(CO2eq)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임직원 대상 분리배출 교육 등 인식 개선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같은 업종의 관계사들과 자원순환 성과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협력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소재의 재활용 비중이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느냐가 향후 반도체 공급망을 가늠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네온·텅스텐은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가격과 수급이 크게 흔들리는 소재"라며 “재활용 설비를 다른 라인으로 얼마나 빨리 넓히느냐에 따라 원가 경쟁력에도 차이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