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합당 놓고 당내 주도권 충돌…지방선거 이후 구상도 엇갈려
청와대와 당내 기류 온도 차, 강성 지지층 중심 정치의 외연 확장 한계도
▲더불어민주당 김민석(왼쪽 하단) 대표와 정청래 의원(맨 뒷줄 오른쪽 첫째)이 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병도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권력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론으로 당내 이견이 커진 가운데 정청래 전 대표의 공개 행보가 겹쳤기 때문이다. 차기 당권을 둘러싼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3일 유튜브 '민주당TV'에 출연해 “(합당 요구가) 일종의 당내 투쟁 수단처럼 제기됐다"며 “갑자기 시한을 박아서 얘기하는 방식이 실제로 도움을 주진 못할 거라고 많은 분이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 전 대표 시절 합당론이 무산된 데 대해 “일방 선언식으로 된, 과정과 절차가 무시된 것 때문에 그르친 측면이 기본"이라며 “합당을 전제할 수도 없고 더구나 시기를 전제할 수도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정 전 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마치 제가 당원 주권을 도외시한 것처럼 왜곡하는 것은 유감스럽다"며 “당내 투쟁 운운하시던데 가당치 않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합당 절차에는 반드시 당원들께 의사를 묻는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당론은 민주당의 차기 지도체제와 2028년 총선 공천 구상을 좌우할 변수로 떠올랐다. 합당 시점과 방식, 조국혁신당 인사들의 당내 진입 규모에 따라 세력 구도와 차기 지도부의 주도권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청와대와 민주당 내부의 온도 차까지 겹치면서 여권의 정치적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총선 앞두고 당권 경쟁 수면 위로
정 전 대표가 김 대표 취임 100일에 맞춰 성과와 지지율을 거론한 것은 지도부의 성적표를 당내 주도권 경쟁과 연결한 셈이다.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대표직을 내준 정 전 대표가 당내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지도체제 재편에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합당론은 당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사안이다. 합당이 이뤄지면 혁신당 인사들의 입당과 경선 참여로 총선 공천 구도가 바뀌고, 기존 조직과 당원들의 정치적 영향력도 재조정될 수 있다. 합당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쪽에서도 시기와 방식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기류가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정 전 대표가 지방선거를 함께 치르자며 합당을 제안했을 때도 당내 반발이 컸다. 2월 의원총회에서는 반대 의견이 우세해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가 중단됐다. 지방선거 이후 같은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김민석 지도부는 또 한 번 당내 이견을 조율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낸 정청래(왼쪽) 의원과 조국혁신당 신장식 대표가 지난달 28일 국회 박물관에서 열린 10·28 건대항쟁 40주년 기념 국가폭력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혁신당의 태도도 변수다. 혁신당은 민주당이 필요할 때마다 합당 카드를 꺼내는 방식에 거리를 두고 있다. 통합이 민주당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수단으로 비치거나 혁신당의 독자적 위상을 약화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면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장식 혁신당 대표는 이날 국회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을 향해 “결혼은 혼자 합니까"라고 반문했다. 정 전 대표의 1월 합당론을 두고는 “당내 갈등에 혁신당을 소재로 이용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국 전 대표를 비롯해 혁신당에서 이를 미리 안 사람은 없었다며 “식장부터 잡고 신랑·신부를 구하는가 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선 갈등 공개적 정치 쟁점으로 번져
합당론은 청와대와 여당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중진 의원들의 만찬에서 합당 문제가 거론됐고, 이 대통령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의에 다시 힘이 실렸다.
다만 김 대표 취임 이후 당내에 설치된 대통합추진 태스크포스(TF)는 아직 실질적인 진전을 내지 못했다. 10월 중순 양당 실무진 회동에서도 합당보다는 정책 연대가 주로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합당의 정치적 효과를 둘러싼 계산도 엇갈린다. 정 전 대표는 2028년 총선에서 범여권 후보의 표 분산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반면 합당을 서두르면 혁신당의 독자적 위상을 인정하고 당내 공천 경쟁도 키워야 한다는 부담이 따른다는 지적이 있다. 혁신당의 지지율 상승을 민주당이 흡수하는 통합이 가능한지를 두고도 양당의 이해가 갈린다.
정 전 대표의 독자 행보를 향한 당내 견제도 공개적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깃발 발언을 두고 “전직 당 대표가 무슨 깃발을 들겠느냐"며 “민주당 단결 깃발을 들고, 백지장도 맞들어야 낫다"고 말했다. 이어 100일도 안 된 당 대표를 흔들 것이 아니라 도와서 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갈등에는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정치적 영향력도 자리 잡고 있다. 정 전 대표의 발언이 친정청래계 인사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확산하고,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이재명 정부 비판을 둘러싼 논쟁까지 겹치면서 여권의 노선 갈등이 공개적인 정치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당 운영에 반영할수록 중도층과 일반 유권자에게 전달되는 메시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 전 대표가 예고한 독자 행보에 내년 1월 합당 시점 주장까지 겹치면서 연말 당내 주도권 경쟁은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합당 논의가 당의 외연 확장으로 이어질지, 총선을 앞둔 세력 재편의 출발점이 될지 김민석 지도부의 대응에 이목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