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설비 납품 넘어 운영·관리까지 사업영역 확대
AIDC 확산에 커지는 전력 부하…효율·안정화 관건
솔루션 사업 가치 재조명…유지·보수 수요확대 기대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넌에서 건설 중인 49.5MW급 3층 데이터센터. 사진=AFP/연합뉴스
국내 전력기기업계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발맞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전력변압기 등 설비를 공급하는 기존 모델에서 나아가 전력인프라의 안정적인 운영과 에너지 효율화까지 지원하는 솔루션 사업에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전력기기 기업들은 최근 전력설비의 디지털화와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 소프트웨어 기반 솔루션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력설비의 안정적인 운영과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앞세워 AIDC를 비롯한 대형부하시설 전력인프라 시장 공략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효성중공업은 최근 글로벌 선도 기업 지멘스와의 협력을 통해 전력인프라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대형 전력설비의 운영 안정성을 검토하는 자사 AI 솔루션 '아머 플러스'와 지멘스의 중저압 배전망 전력흐름 제어 시스템 '일렉트리피케이션X'를 연동하는 방식이다.
특히 효성중공업이 상업화를 진행 중인 반도체변압기(SST)의 경우, 지멘스의 EMS를 접목함으로써 AIDC 전력 운영 효율화 솔루션으로 발돋움할 채비에 나섰다.
LS일렉트릭 역시 전력설비와 에너지관리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통합 솔루션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다수 국내외 기업과의 협력은 물론, 개발·고도화가 진행 중인 직류(DC) 기반 지능형 배전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엔비디아 AI 플랫폼 '베라 루빈' 생태계의 본격화에 앞서 해당 플랫폼이 요구하는 직류 배전망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AIDC 확산에 따른 전력인프라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맞닿아 있다. 대규모 전력을 상시 소비하는 데이터센터 특성상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에너지 사용 효율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특히 AIDC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규모로 운용하는 과정에서 전력 소비량과 부하 변동이 커질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전력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급격한 부하 변화에도 전압과 전력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전력설비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상 징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관리 솔루션의 필요성이 커지는 배경이다.
다만 전력설비 운영·관리 솔루션 자체가 새로운 사업 영역은 아니다. 기존에도 공장과 빌딩 등을 대상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분석하고 설비 운영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활용돼 왔다. 최근에는 AIDC 등 대형부하시설의 급증으로 전력 수요가 확대되면서 관련 기술의 사업적 가치가 재조명되는 양상이다.
전력기기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에너지 효율화에 관심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능력 확충에 관심이 집중됐다"며 “대형부하시설이 늘어나면서 전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의 중장기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에는 변압기와 배전반 등 전력설비의 제조·납품이 주요 사업이었다면, 앞으로는 설비 공급 이후의 상태진단과 유지·보수, 에너지관리 서비스 등으로 사업 기회를 차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력설비의 운영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는 고객사와 장기적인 사업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산업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력인프라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전력설비의 안정적인 운영과 유지·보수 서비스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