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시절 삼성 첫 합작사업 참여…2016년 80억 달러 ‘하만 인수 주역’
삼성 자문위 의장·Arm·케이던스 이사…일흔에도 글로벌 반도체 현역
▲2003년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 1위 출신 트렌드 분석가 김자연이 25세 연상인 손영권 삼성전자 고문 겸 하만 이사회 의장과 결혼했다. 사진=김자연씨 인스타그램
삼성전자의 9조원대 하만 인수를 이끈 실리콘밸리 반도체 1세대 경영자 손영권(70) 삼성전자 고문 겸 하만 이사회 의장이 인생 2막을 열었다. 25세 연하의 수퍼모델 출신 트렌드 분석가 김자연(45)과 스위스에서 결혼식을 올리면서다. 인텔에서 출발해 삼성전자 사장까지 40년 넘게 한·미 반도체 산업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해온 그의 이력에도 다시 관심이 쏠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김자연씨는 지난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웨딩사진을 공개하며 손 고문과의 결혼 사실을 알렸다. 그는 “평생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 줄 알았는데 마흔을 훌쩍 넘어 돌고 돌아 저의 한 사람을 만났다"며 “어느새 그와 함께라면 인생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찾아왔고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선후배 사이로 약 2년 전 처음 만났다고 한다. 김씨는 “처음에는 선후배로서 서로를 자연스럽게 알아갔다"며 “올해 초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뒤 미국과 한국, 유럽을 오가며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고 존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2년간 좋은 지인으로 쌓아온 신뢰가 있었기에 연인이 된 뒤 앞으로의 인생을 함께하기로 결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남편에 대해서는 삼성전자 사장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역임한 인물이라고 소개하면서 “그 모든 사회적 성취보다 남편은 저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며 늘 배려하고 존중하는 따뜻한 인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결혼식은 스위스 루체른 호수 인근 뷔르겐슈톡 리조트에서 가족만 초대한 비공개 스몰 웨딩으로 치러졌다.
▲2003년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 1위 출신 트렌드 분석가 김자연이 25세 연상인 손영권 삼성전자 고문 겸 하만 이사회 의장과 결혼했다. 사진=김자연씨 인스타그램
1981년생인 김씨는 2003년 SBS 수퍼모델 선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뒤 국내외 패션업계에서 활동했다. 이후 미국 뉴욕 패션기술대(FIT)에서 패션을 공부했고 MIT 슬론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았다. 현재는 고급 브랜드 비즈니스·마케팅 전략가로 활동하고 있다.
◇ 인텔에서 삼성전자 사장까지…40년 반도체 가교
1956년생인 손 고문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MIT 슬론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와의 인연은 인텔 재직 시절인 1984년 시작됐다. 당시 인텔 사장이던 앤디 그로브의 요청으로 삼성전자와의 전략적 협력 논의에 참여했고, 이후 한국 합작사업 운영을 맡아 조직을 약 200명 규모로 키웠다.
이후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반도체·IT 기업 경영자로 활동했다. 1990년대 데이터 저장장치 기업 퀀텀에서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사업부 사장 등을 지냈고,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반도체 기업 오크테크놀로지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다. 2001년에는 이사회 의장에 올랐으며, 오크테크놀로지는 2003년 미국 반도체 기업 조란에 인수됐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는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 반도체사업부 사장으로 근무했다. 2007년 8월부터 2012년 2월까지는 고속 통신용 반도체 기업 인파이의 사장 겸 CEO를 맡아 2010년 11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이끌었다. 반도체 기업을 직접 운영하고 성장시킨 뒤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까지 경험한 셈이다.
▲2003년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 1위 출신 트렌드 분석가 김자연이 25세 연상인 손영권 삼성전자 고문 겸 하만 이사회 의장과 결혼했다. 사진=김자연씨 인스타그램
삼성전자에 합류한 건 2012년이다. 삼성전자가 실리콘밸리에 전략혁신센터(SSIC)를 세우면서 그를 사장 겸 CSO로 영입했다. 그의 최대 업적으로 꼽히는 건 하만 인수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를 발표하고 이듬해 3월 거래를 마무리했다. 인수 규모는 약 80억 달러(약 9조3393억원)로 당시 한국 기업의 해외기업 인수 가운데 최대였다. 손 고문은 인수 직후 하만 이사회 의장에 올라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사장직 내려놨지만…여전히 삼성 반도체 곁에
손 고문은 2020년 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이듬해부터 삼성전자 고문을 맡고 있다.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이 올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2024년 2월부터 삼성 반도체 자문위원회 의장도 맡고 있다. 다만 자문위원회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이나 의사결정 관여 범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이사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Arm은 2024년 9월 손 고문을 이사로 선임했고, 그가 Arm 이사회에 합류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기업 케이던스 이사회에는 2013년부터 이름을 올리고 있다. Arm의 르네 하스 CEO는 선임 당시 “손 고문이 가져올 경험의 깊이는 AI 시대의 복잡한 컴퓨팅 과제를 풀어가는 Arm에 매우 귀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