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중소기업중앙회 국제통상부장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으로 한국과 이란의 우호관계 상징인 ‘테헤란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977년 서울시와 이란의 수도 테헤란시의 자매결연을 기념해 서울시에는 ‘테헤란로’, 테헤란시에는 ‘서울로’란 명칭의 거리가 생겼다.
테헤란로는 서울 도로 중 유일하게 외국의 수도 이름을 딴 거리로 벤처기업의 메카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과 이란의 특별한 인연은 1970년대 ‘중동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 노동자들이 중동 건설현장에서 보여준 성실성과 이란-이라크 전쟁 중에도 현장을 지킨 한국기업의 신의는 이란인들 사이에서 친한(親韓) 정서를 형성케 했다.
이후 주몽, 대장금 등의 한국 드라마가 이란에서 8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한류열풍을 주도했다. 이에 힘입어 많은 한국산 자동차들이 이란 도로 위를 달리고 있으며, 한국산 가전제품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통한다.
서방의 경제제재에 따라 은둔국가로 인식돼오던 이란이 지난 1월 경제제재가 해제되면서 우리에게 다시금 매력적인 시장으로 다가오고 있다.
벌써 전기 및 석유시설 등 대형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주도의 중후장대(重厚長大)형 경협과 병행해 인구 8000만명의 이란 내수시장을 선점할 기회로도 이란을 활용해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경제외교는 중소기업들의 이란 진출에 새로운 마중물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대표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비즈니스 파트너십’(1대1 상담회)에는 역대 최대인 123개 중소기업이 참가했다.
해외 네트워크 구축과 홍보에 취약한 우리 중소기업들은 매 순방시 마다 열리는 1대1상담회를 통해 현지 바이어와 수출 계약 등 해외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한‧이란 문화공감 공연과 K-컬쳐 전시 등과 연계된 문화외교는 이란 내 한류 열기를 재 점화했다.
1600석에 이르는 모든 자리가 꽉 찬 이란 공연장에서는 매 공연마다 탄성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고, 한국음식 시식코너는 이란인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앞으로 이러한 한류에 힘입어 생활용품, 식품 등의 한국 소비재 산업의 이란수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란진출 여건이 그리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이란시장은 유럽연합과 일본기업들의 재진입, 저가의 중국제품 진출로 경쟁도 심화되고 있는 만큼 이란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우리기업들의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다.
우선 이란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의 경우 파트너 발굴에 힘써야 한다. 그동안 이란은 공급자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물건은 갖다 놓으면 팔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제품을 전달할 경로가 아직 원활치 않아 벤더 등록, 인증 취득, 수입 통관 등 교역 절차와 유통 부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현지의 파트너가 필요하다.
또한, 생활용품 등의 소비재 산업의 이란 수출에 관심 가져야 한다. 최근 교역둔화에도 세계 소비재의 수입수요 증가추세에 따라 다수의 중산층으로 구성된 이란시장의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히 한류에 힘입어 한국소비재에 대한 이란인들의 인식이 크게 개선되고 있어 이란 시장내 소비재 산업의 수출전망은 밝다.
이란 진출에서 겪는 시행착오에 대해 민‧관 공동의 피드백(Feedback)이 가능한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어 30년 만에 돌아온 ‘중동특수’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
한·이란 교역의 포문을 열었던 건 우리 선배 기업인들의 뜨거운 도전정신과 헌신적인 인내였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에 사상최대인 236명의 기업인이 동행하는 것은 이러한 도전과 인내를 넘어 제2의 중동 붐으로 경제활성화를 이뤄내겠다는 위대한 발걸음이라 생각한다.
이번 이란 방문을 기회로 한국의 테헤란로와 이란의 서울로를 잇는 ‘신(新) 실크로드’를 개척할 많은 기업인들이 나타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