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생산비용 풍력<석탄 역전 전망…'그리드 패리티 실현'
비싸서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기 힘들다는 말은 재생에너지 단가 하락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이미 옛말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화석연료를 사용한 전력 생산비용은 계속 증가하지만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낮아지면서 오는 2020년이 되면 그리드 패리티(grid-parity)가 실현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리드 패리티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와 기존 화석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균형점을 말한다.
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조직인 원자력기구(NEA)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육상풍력의 평균 균등화전력비용(LCOE·Levelised Costs of Electricity)이 화력발전소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균등화전력비용은 발전소 건설부터 운영, 폐쇄에 이르기까지 발생하는 전체 비용을 총 발전량으로 나눈 것이다. 즉 발전소의 전기 생산비용을 의미한다.
NEA는 22개 국가에서 오는 2020년에 상업운전을 시작하는 181개 발전소의 평균 균등화전력비용을 에너지원별로 비교 분석했다.
발전소 운영부터 폐쇄에 이르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2020년의 미래 화폐가치를 2015년 기준으로 환산(할인율 적용)했다.
분석에 따르면 할인율 3% 적용 시 육상풍력의 평균 균등화전력비용, 즉 전기 생산비용은 메가와트시(MWh)당 74.7달러로 석탄발전소(76.3달러) 보다 낮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이 MWh당 47.4달러로 가장 낮고 육상풍력과 석탄, 천연가스(98.3달러), 태양광(121.6달러)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즉 육상풍력이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화석연료 발전소보다 더 싸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할인율 7%를 가정하면 육상풍력의 평균 균등화전력비용은 MWh당 96.7달러로 석탄발전(87달러) 보다는 높았지만 천연가스(102.6달러) 보다는 여전히 낮았다.
통상 신재생에너지는 친환경적이지만 석탄 등 화력발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 확대에 걸림돌이 돼 왔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서 친환경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이를 장려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반면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소의 발전단가는 증가하면서 2020년 그리드 패리티가 실현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분석에서는 송전선로 건설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만큼 대규모 송전선로가 필요한 석탄의 실제 발전단가는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다른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발전소의 발전단가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태양광발전소의 평균 균등화발전비용은 2015년(2010년 예측값) 기준 MWh당 200달러가 넘어 원자력이나 석탄 등에 비해 경제성이 크게 떨어졌지만 2020년에는 그 격차가 대폭 줄 것으로 전망됐다.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3∼4년 내에 그리드 패리티가 현실화되면 본격적인 신재생에너지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정부는 이같은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현재의 석탄 위주 전원 믹스를 저탄소 위주 에너지원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세계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인 풍력·태양에너지발전이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투자 및 가격 면에서도 넘어서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몇 년간의 저유가로 화석연료 산업자체가 축소하는 반면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전세계적인 투자액은 지난해 신기록을 깨고도 올해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액을 2배 넘었다.
마이클 리브레이치 블룸버그신에너지금융(BNEF) 자문위원회 회장은 “저유가로 인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투자증가의 가장 큰 이유는 생산단가 하락이다.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태양광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량은 2년에 한 번씩 2배로 증가했다. BNEF에 따르면 태양열발전 전기생산량이 곱절이 될 때마다 생산비용은 24% 떨어졌다. 1970년대와 비교하면 비용은 150분의 1로 줄어들었고 설치규모는 11만 5000배 늘었다.
풍력발전의 경우에도 지난 15년간 전기생산량이 2배씩 4번 증가했으며 그때마다 생산단가는 19%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생산단가가 극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비용 때문에 석탄연료를 써야 한다는 개발도상국의 주장이 힘을 잃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