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달콤한 유혹…'흔들리는 에너지기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6.08.01 10:47

투자 빌미 특허권 요구, 자본력 약해 '먹잇감' 전락


중국이 한국 에너지 관련 기술을 송두리째 집어 삼키려는 시도가 최근 들어 잦아졌다. 심지어 투자를 빌미로 특허권까지 요구하는 실정이다. 기술 누출을 우려한 일부 기술자는 눈물을 머금고 일단 중국 진출을 접었다. 하지만 중국의 탐욕이 여전히 진행형이라 에너지 관련 재야 기술자들은 유혹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정책 당국이 세심한 배려에 나서야 하는 대목이다. 최근 몇 년간 중국으로 넘어간 기술 누출은 일본, 미국, 대만 등에 비해 많게는 6배, 적게는 4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하이드로 히트 고효율 보일러를 생산 중인 삼진하이드로히트는 중국 진출을 접고 일단 유럽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하이드로 히트 고효율 보일러는 화학 반응(이온)과 물리 반응(회전)을 동시에 일으켜 전기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다. 부산상의가 주는 우수 특허기술도 수상했지만 효율이 턱없이 높다(기존 보일러 대비 250%)는 이유로 국내에서 외면당했다. 중국 진출이 그래서 추진됐다.

헌데 중국 시장을 두드리면서 기술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결국 하이드로히트 국제특허(PCT) 취득으로 방향을 돌렸다. PCT는 금전적, 시간적 부담을 줄이고자 체결한 국제조약으로 PCT 출원이 되면 모든 회원국에 출원한 효과가 있다. 삼진하이드로히트 측은 "한국 특허를 낸 뒤 각 나라에 들어가지 말고, 기술을 개발하면 먼저 PCT를 내고 중국 등 개별 국가에 진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쌍엽풍력발전기를 개발한 허만철 기술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중국 진출을 위해 그는 3년을 투자했다. 쌍엽풍력발전기는 두 축의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풍력발전기다. 양 축의 블레이드는 벨벳 기어로 연결돼 회전 시 시너지 효과(우력)을 낸다. 초속 2m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다. 2010년 특허를 냈고 중국과 미국 특허도 취득했다. 관련 논문도 신재생에너지학회지에 게재했다. 그런 만큼 중국에서도 호평이었다. 개인사업가 한 명과 기업 3곳이 접촉해 왔다.


그런데 중국 측은 500만위안(약 8억3790만원)을 투자할 테니 한국 특허권을 자신에게 넘기라고 요구해 왔다. 허 기술사는 이러다 기술을 빼앗기겠다 싶어 3년 공들인 시간을 뒤로 하고 중국에서 철수했다. 허만철씨는 "한국 기술을 중국에 유출하면서까지 돈을 벌 필요가 있느냐"며 "개인이든 기업이든 기술 확보를 위해 혈안이 된 중국인 모습에 놀랐다"고 밝혔다.

이봉주 한동대 교수도 중국의 유혹을 강하게 받았다. 이 교수는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 발전소를 개발했다. 고온 플라즈마를 이용해 폐기물을 분해해 발생한 열과 합성가스로 가스터빈과 가스엔진을 돌리는 방식이다. 국가핵융합연구소 출신인 이 교수는 핵융합로를 연구하며 플라즈마로 발생한 열을 가둬 놓는 기술 개발로 유명하다. 이를 응용해 발전 신기술을 선보였다.

2015년 5월 태백시에 3MW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 발전소를 착공하고 경북에 2기를 착공했다. 중국 착공 과정에서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그에 따르면 실증 플랜트 건설 장소가 한국인데도 중국 측은 기꺼이 투자를 감행했다. 중국에서 기술을 소개할 때도 각별한 대우를 받았다. 유관 공무원이 직접 심사에 나섰고 중국에 기술 이전 시 다양한 혜택을 약속했다.

이런 모습은 한국과 다른 행태다. 그는 중국 측의 우호적인 태도에 고무돼 중국 측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강희찬 인천대 교수는 "중국이 자본을 확보하자 기술에 재투자하고 있는데 한국 에너지 기술이 좋은 먹이감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0∼2014년 누출된 기술의 최종 정착지가 중국이 34건으로 가장 많다. 일본 8건, 미국 6건, 대만 5건에 비하면 누출 건수가 월등히 많다.

누출된 기술도 에너지 관련 기술은 물론 LTE모뎀 스마트폰 기술, 세탁기 등 백색가전기술, 쌍용차 하이브리드차 기술 등 다양하다. 강희찬 교수는 "한국에는 전통적으로 기술 천시 풍조가 있고 자본력이 취약해 좋은 기술이 밖으로 많이 유출된다"며 "이런 상황을 바로 잡는 정책적인 배려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안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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