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안전 포퓰리즘 난무…원전 ‘흔들’

천근영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6.11.23 17:44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 국민의당 정의당 심지어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도 원전 건설 반대를 외치고 있어 원전 및 전원정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부산 기장군과 울산시 울주군에 있는 신고리원전 앞 도로에서 YWCA 회원 300여 명이 바람개비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에너지경제신문 천근영 기자] 경주 지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등에 업은 원전 반대 측의 ‘안전 포퓰리즘’이 원전 정책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 그린피스 등 반핵 단체는 물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새누리당 일부 의원까지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을 요구, 이 사업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이들은 지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빌미로 원전 건설 중단은 물론 백지화까지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이 원전의 건설 허가를 내준 산업부를 정책기관 역할도 못한 집단이라며 불신하고, 사업자인 한수원을 ‘정부의 하수인’으로 낙인 찍고 있다. 특히 이들은 근거도 없고, 확인도 안된 원전 밀집지에 대한 사고 위험성을 내세워 납득하기 어려운 법안을 20개 이상 발의하고 원전 건설 중단과 백지화 등에 대한 집단소송을 계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당론으로 정하고 전방위적인 반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당 박재호 의원은 기존 원전부지에 원전을 추가 건설할 경우 다수 호기 안전성 평가 보고서 등을 의무화하고 이미 건설 허가를 받은 경우 공사 중단도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에는 심상정 노회찬 박지원 추미애 의원 등 야당과 무소속 의원 70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이 법안은 국회 산업위 법사위에서 여당 반대로 채택이 보류됐는데, 이달 말 법안소위에 다시 상정돼 있다.

국민의당은 당론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저지 활동에 동조한 상태다. 특히 정의당은 ‘한수원이 신고리 5·6호기 건설승인을 받기 위해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등 위계를 통해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며 지난달 한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당론은 아니지만 김정훈 장제원 하태경 의원 등 부산 지역 의원을 중심으로 벌이고 있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의사를 방관하고 있다. 무소속인 김종훈 의원은 원전을 새로 짓기 위해서는 반경 30km 이내 지자체에서 주민투표를 거치도록 하는 것을 뼈대로 한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제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취소 소송 및 가처분 헌법소송을 위해 원고인단을 모집 중이고, YMCA와 YWCA 등도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를 외치고 있다. 이들 단체는 현재 국내에서 운영하는 24기의 원전 가운데 18기가 경북 울진과 경주 부산 등 영남권에 있고, 고리 지역은 신고리 5·6호기까지 반경 3km 내에 원전 10기가 모여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지역이 돼 위험성이 커진다고 강조한다. 특히 그린피스는 "고리 지역은 후쿠시마에 비해 40배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분석도 있다"고 주장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여소야대 정국인데다, 원전 정책에 대한 헤게모니가 해당 부처에서 국회로 넘어가 엇비슷한 원자력 관련법안이 20여개나 발의돼 있는데, 이런 식으로 정책이 결정되면 전원 정책은 다 뒤집어질 것"이라며 "신고리 5·6호기는 법적인 절차를 다 마치고, 6월 착공해 1조원이나 투입된 사업인데, 이런 사업의 백지화를 주장하는 것은 ‘표에 도움이 된다면 부모도 팔겠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목청을 높였다.

또한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주민은 후쿠시마 원전보다 진앙지가 더 가까운 원전으로 대피한 것을 보면 오히려 원전이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해 준 것인데, 들어본 적도 없는 원전 폭발 위험성을 거론하며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것은 다른 저의가 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원전을 반대하기 위한 가장 좋은 소재가 ‘지진’이나 ‘사고’인데다, 어수선한 시국 상황까지 더해져 반원전 포퓰리즘이 도를 넘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원 믹스 정책을 펴고 있는 한국은 전체 전원 중 약 30%가 원전이고, 2026년까지 이 비율을 유지하는 것을 기저로 하고 있어 향후 10여기의 원전을 추가로 지어야 한다. 그러나 만에 하나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또는 백지화되거나 현재 발의된 원전 반경 30km 이내 원전 신설시 주민투표 의무화 법안이 통과돼 시행될 경우 원전 신설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해 원전 정책에 심각할 타격을 입힐 개연성이 농후하다.

원전정책은 전원정책과 불가분의 관계라 에너지정책 전반을 새로 짜야 하는 극단의 사태가 불가피하다.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파리협정에서 세계가 합의한 온실가스 감축의무 때문에 화력발전은 일정 비중 이하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원전을 대체할 전원은 현재로선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궁여지책의 대안은 가스복합화전이나 이는 단기처방이지 중장기 정책으로 채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아노미 상태에 빠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에너지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부산시는 산업부와 이 사업과 관련 24일 부산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서병수 부산시장과 정만기 산업부 2차관, 이관섭 한수원 사장을 비롯해 지역 국회의원, 원자력 전문가 등 원전 관련 책임 있는 인사가 대거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에너지 업계는 이 토론회가 원전 반대 측의 요구로 열려 허심탄회한 토론에 따른 공감대 형성보다는 ‘자기들만의 입장만 주장’하는 소득 없는 공방만 치열할 것으로 보여 접점은커녕 논란만 키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발의된 원자력 관련법 가운데 기본이 안된 법안이 7개나 되는데, 이 가운데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경우 독립성 확보를 위해 만든 것인데 여기에 NGO를 집어넣고 하면 사업자로서 독립성은 강화됐을지 몰라도 정치적 독립성은 약화된 것으로 법적이나 행정적으로 기본이 안돼 있는 사람들이 만든 법"이라며 "원전에 대한 다수기 확률론적 평가는 법 체계상 시행령 시행규칙 등 하부규정에서 처리해야 할 사항을 법에다 넣어 놓은 꼴로 밥 먹는다는데 술상 차려 놓은 형국"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불경기인데도 전기 사용량이 늘고 피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짓고 있는 원전까지 못 짓게 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며 "(이것은) 나라 생각은 안 하는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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