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 빨간불...트럼프 환경정책 아직 ‘오리무중’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2.05 00:03


기후변화 자체를 불신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구촌 환경에 미치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4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의 벤저민 샌더슨,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의 레토 누티는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지난달 게재된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환경정책이 미칠 손실을 추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환경, 에너지 정책이 구체화하지 않은 상황이라서 이들 학자는 향후 8년 동안 상황을 몇 가지 가정으로 나누고 영향을 각각 분석했다.

상황별 결론이 달랐으나 샌더슨과 누티는 "미국의 탄소 감축 지연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를 좌절시킬 수도 있다"고 보고서 제목을 뽑았다.


◇ 당장 영향은 ‘미미’하지만…파리협정 목표 ‘위태위태’


우선 미국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로 한 파리기후변화 협정을 혼자 이행하지 않는 경우로 악영향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탄소 배출량이 세계 2위이기는 하지만 그 상태를 고스란히 유지하는 것만으로 지구에 치명적 위해를 끼치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의 이 같은 태도가 파리협정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세계에 전파해 당사국들이 8년 동안 함께 주춤거린다면 얘기는 달라졌다.

보고서는 이 경우에 지구 평균기온의 0.25도 상승에 해당하는 탄소 3500만톤이 추가로 배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파리협정에 제시된 목표 달성을 불투명하게 하는 시나리오다.

협약 당사국들은 지구 기온상승을 산업화 전과 대비할 때 2도 미만으로 통제하기로 약속했다.

샌더슨은 WP 인터뷰에서 "미국 때문에 전체 협정이 불안정해지는 상황이 크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WP는 탄소 감축이 유한한 예산과도 같다며 감축이 지연되면 나중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몰아서 훨씬 더 급격한 감축을 단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샌더슨은 8년 동안 지구촌의 탄소 배출이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파리협정 목표를 이룰 가능성이 50∼65%로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세계가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고 탄소 포집이나 저장과 같은 청정에너지 기술을 개발하는 데 뜸을 들이면 2도 목표가 아예 멀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샌더슨은 "어떤 경우에라도 미국이 탄소감축을 지연하거나 재생에너지 연구를 줄이고 각국이 그 뒤를 밟으면 파리협정 목표는 물건너간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조금이라도 지연한다면 지구촌이 2025년 이후에 의욕적으로 행동에 나서더라도 목표 달성이 매우 큰 차질을 겪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트럼프 환경정책은 여전히 ‘오리무중’


트럼프 대통령의 환경정책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후보 시절 기후변화를 중국이 꾸며낸 사기로 보던 불신 기조가 여전하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백악관, 환경보호청(EPA), 국립공원 트위터 등 공공기관 웹사이트에서는 기후변화 페이지가 삭제됐다.

기후변화 대응을 주도하는 연방기관인 EPA는 인력 구조조정과 대규모 예산 삭감이 예고됐다.

정권인수위원회에서 EPA를 맡은 마이런 에벨 기업경쟁력연구소 소장은 최근 AP통신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EPA를 폐쇄하거나 조직만 아주 조금 남겨두려 한다"고 전했다.

신임 EPA 청장에는 기후변화 부정론자이자 환경규제에 공격적으로 반대해온 인사인 스콧 프루이트가 지명됐다.

공교롭게도 미국의 맹방인 영국은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뒤 기후변화와 관련한 중대 보고서를 은폐했다는 의심을 샀다.

영국 환경식품농무부가 5년마다 법에 따라 발간하는 ‘기후변화 위험 평가 보고서’를 작성 후 대중에 홍보하지 않았다고 일간 인디펜던트가 최근 비판했다.

이 보고서에는 영국 내에서 연간 혹서로 인한 사망자의 급격한 증가 전망, 식량 공급 차질, 홍수로 인한 사회기반시설 훼손 우려 등이 담겼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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