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 태양광·풍력이 절반…천연가스 보조 연료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6.19 07:29

BNEF, 신에너지전망(NEO) 2017 보고서 "재생에너지 혁명 예상보다 빠르게 발생할 것"

▲미국 하와이 주 하와이섬 카일루아코나에 위치한 제너럴 일렉트릭(GE)의 파키니 누이 풍력 터빈. (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햇빛과 바람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너무 먼 미래로 여겨져 왔던 재생에너지 혁명이 예상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이는 태양광과 풍력 산업에 엄청난 기회를 가져다 줌과 동시에 ‘옛 실세’ 석탄의 몰락이라는 막대한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최근 ‘신에너지전망(NEO)’ 보고서를 발표하고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망치를 분석했다. BNEF는 풍력과 태양광의 발전단가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보다 광범위하고 중대하게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12∼2040년 전세계 전력 발전원 믹스. 화석연료, 태양광&풍력, 기타 재생에너지, 원자력.(단위=TWh, 표=블룸버그)

▲2012∼2040년 전력 믹스 전망치. 2040년 총 설비 발전용량 중 34%를 풍력과 태양광이 차질 것으로 전망됐다. 화석연료, 원전/수력, 풍력/태양광, 바이오 연료 등 기타 재생에너지. (단위=퍼센트, 사진=블룸버그)


NEO 2017 보고서의 대표 필자인 셉 헨베스트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 비용의 급속한 하락과 전기차, 전기의 수요공급 등에서 전지 활용 확대 등에 힘입어 전력 체제의 친환경화는 세계적으로 멈출 수 없는 일이 됐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태양광은 이미 유럽과 미국 일부 지역에서 석탄, 천연가스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단가가 하락했다. 2021년에는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등 신흥국에서도 화석연료보다 저렴해질 전망이다. 헨베스트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점은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으며, 태양광과 풍력 기술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저렴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2017년 현재부터 2040년 사이 전세계에서 총 10조2000억 달러의 투자가 신규 전력발전원에 단행될 것"이라며 "그중 전체 투자액의 4분의 3 이상이 재생에너지 부문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 결과 2040년이 되면, 전세계 총 전력 발전용량 중 48%를 태양광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전체 발전용량 중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12%다.

아울러 배터리 가격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하락하면서 전기차의 보급속도가 가속화되고, 주거용 혹은 유틸리티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도 대중화될 것으로 보인다. ESS에 힘입어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인 간헐성 문제도 차츰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태양광 발전의 균등화된 비용은 지난 10년간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앞으로 25년 간 66% 추가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행 재생에너지 보조금이 사라진다고 가정한 수치다. 현 수준에서도 이미 독일, 호주,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에선 석탄 발전 비용만큼 싸졌고, 4년 후엔 중국, 인도, 멕시코, 영국, 브라질에서도 석탄 발전 비용보다 낮아지게 된다.

태양광 발전 비용은 2040년까지 일본에서 85%, 한국 76% 하락하는 것을 비롯해 미국 67, 칠레 65, 프랑스 64, 캐나다 63, 호주는 59%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재생에너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석탄의 운명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태양광 에너지는 이미 많은 국가에서 석탄과 경쟁이 가능해졌으며, 기술 발전 속도 등에 힘입어 석탄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2040년 석탄 소비는 유럽 87%, 미국 45%, 전세계적으로 15%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BNEF는 2040년까지 총 369기가와트 규모의 석탄 화력발전소가 문을 닫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국이 석탄수요를 계속 지탱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바뀌었다. 최대 소비국인 중국도 작년에 1.6% 줄어든 18억8760만톤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중국 정부가 대기오염과 지구온난화 대책을 추진하면서 과잉생산을 억제한 영향이다.

세계 2위 소비국인 인도의 작년 소비량이 전년 대비 3.6% 증가한 4억1190만톤에 달한 것이 도드라지지만, 중국의 소비감소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2∼2040년 향후 20년간 석탄 발전 비중은 급감할 전망이다. (단위=기가와트, 표=블룸버그)


전세계 석탄 생산량 역시 지난해 기록적인 수준으로 감소했다.

영국 BP가 최근 발표한 세계에너지 생산통계에 따르면 2016년 세계 석탄생산량은 전년 대비 6.2% 감소한 36억5640만톤(원유환산)으로 사상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미국의 감소 폭은 이보다 훨씬 높은 19%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계 에너지 생산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28%로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쟁에너지인 천연가스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BP의 스펜서 데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통계 발표 자리에서 "불과 4년 전만 해도 석탄은 세계에너지 수요증가의 가장 큰 몫을 차지했었다"면서 "지난 몇 년간의 석탄 생산감소 속도는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침은 있겠지만, 석탄 수요감소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지난 몇 년간의 석탄 생산 감소 규모는 ‘과거로부터의 결정적인 결별’을 시사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BP는 "세계의 탄소 배출량은 최근 3년간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며 "석탄 시장의 축소,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는 노력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BP 측은 세계 탄소 배출량 면에서도 BNEF보다 공격적인 전망치를 제시했다.

다만 BP는 "최근 세계 경제 성장률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3년간 탄소 배출 증가세가 멈춘 것이 과거와의 결정적인 단절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낮은 경제 성장으로 인한 주기적인 순환 때문인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전력발전원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6년 절정을 맞은 뒤 당초 추정보다 더 급격한 속도로 감소할 것으로 BNEF는 내다봤다.

그러나 2040년까지 지금보다 4% 줄어드는 것만으론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을 섭씨 2도 이하로 줄이긴 힘들기 때문에, 3.9테라와트(TW)의 탄소 제로 발전을 위해 5조3000억 달러(6010조 2000억 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이와 관련, 닉 커닝엄 오일프라이스 연구원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에너지 전환의 핵심은 구조적이고 장기적이라는 데 있다"고 밝혔다.

DTE 에너지의 제리 앤더슨 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죽어가는 산업을 살리려는 트럼프 정부의 노력과 별개로 석탄의 운명은 이미 몰락하고 있다"며 "기차는 역을 떠났다"고 강조했다.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다양화하는 에너지 믹스에서 천연가스가 어떤 역할을 할지냐다. 엑손모빌 등 몇몇 다국적 석유기업들은 미래를 천연가스에 베팅하고 있다. 그들은 천연가스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지배적인 에너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가 전력 부문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려고 시도함에 따라 석탄의 점유율을 상당 부분 가져오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BNEF는 미국 내에서는 천연가스가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겠지만, 기타 다른 국가에서는 보조적 발전원에 머무르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천연가스는 흔히 탈탄소화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연료’로 여겨진다. 그러나 BNEF는 석탄을 대체하는 기초 발전 연료로서가 아니라 전력의 최대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거나 신재생 발전이 성장해 가는 시기에 전기공급 체제의 안정을 도모하는 등의 보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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