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중국 4차 산업혁명의 불쏘시개가 된 한국경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7.11 10:49

이경찬 미래헌법연구소장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달려가는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 종래 굴뚝산업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매년 천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지만 중국공산당은 ICT와 인터넷 상거래 등의 분야에서 매년 4천만 개의 일자리를 새롭게 만들어 내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2010년에 발표된 중국의 10대 부호 명단에는 ICT와 인터넷 상거래 분야의 사업가가 단 한명도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 발표된 중국의 10대 부호 명단에서는 마윈(알리바바), 마화텅(틴센트), 레이쥔(샤오미), 딩레이(넷이즈), 리예홍(바이두), 려창동(딩동온라인 쇼핑몰) 등의 이름이 빠지질 않는다. 

후진타오 시대까지만 해도 ICT와 인터넷 상거래 분야의 사업가들은 중국경제의 주변인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시진핑 시대에 들어와서는 ICT와 인터넷 상거래 분야의 사업가들은 중국의 10대 부호 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중국경제의 중심이 되었다. 

그리고 이들 ICT와 인터넷 상거래 분야의 사업가들은 시진핑 시대가 채 끝나기도 전에 사물인터넷과 온라인 네트워킹, 신재생에너지, 첨단바이오 산업 등 이른바 지식기반산업의 사업가들에게 중국의 10대 부호 자리의 대부분을 내어 주게 될 것이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린 것은 과거일 뿐이다. 현재의 중국은 4차 산업 혁명을 주도하고 있으며, 미래의 중국은 지식기반산업을 이끌어 갈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경제의 성취는 민간 분야의 혁신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중국정부의 몰아빵식 지원전략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은 중국이 4차 산업 혁명을 주도하는 불씨의 대부분이 한국에서 건너가고 있다는 점이다. 

사오정, 오륙도와 같은 말이 있듯, 한국기업에서는 유능한 인재들이 한창 일할 나이에 회사에서 밀려나곤 한다. 

그리고 이들 인재들 중 일부는 중국에 건너가 몇 년간 마지막 직장 생활을 하며 그들이 가진 기술력과 노하우를 고스란히 중국기업에게 전수해 주게 된다. 

중국 ICT나 인터넷, 모바일 산업은 물론 중국 보험업계가 급성장한 데에는 40대에 직장에서 밀려난 한국인 퇴직자들의 활약에 힘입은 바 크다. ‘한류’ 역시 다르지 않다. 

한국의 콘텐츠가 중국에 들어가 대박을 내도 대부분의 돈은 중국인 사업가의 차지가 된다. 중국인 사업가들이 차지하는 돈에 비한다면 한국인 원작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수고비’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한국의 벤쳐기업이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 낸 경우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한국의 벤쳐기업은 중국정부로부터 거의 무한대의 자금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기업에게 애써 개발한 기술을 헐값에 넘길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매출’이나 ‘담보’가 없는 이상 사업을 진행할 자금을 구할 수가 없다. 

설사 어찌 운이 좋아 자금을 구해 사업을 진행했다고 하더라도, 만일 그 사업이 실패라도 하는 경우에는, 본인은 물론 온 가족이 빚더미에 짓눌려야 하고 사기꾼 소리를 들으며 감옥까지 가야하는 현실 앞에서 한국의 벤쳐 기업가들은 국가가 밀어준 자금력으로 무장한 중국기업들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헐값에 넘어간 기술은 중국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원동력이 된다. 

한국인과 중국인은 모두 삼국지(삼국지연의)를 즐겨 읽는다. 그리고 거기서 세상을 경영해가는 교훈을 얻기도 한다. 

삼국지는 다른 영웅들이 천하를 다툴 때 과거의 성공에만 만족해하며 자기 성에 틀어박혀 안주했던 공손찬이나 유표의 어리석음을 통하여 과거의 성취에 만족하여 안주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일깨운다. 

한국정부는 공손찬이나 유표의 어리석음을 따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이제 G20에 들어섰으면 충분하지 않은가, 중국처럼 정부가 나서서 기업을 지원해주는 것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음 말이다. 

만일 정부가 중국의 4차 산업혁명의 불쏘시개가 되어 버린 한국의 벤쳐기업을 계속 모른 척 한다면, 한국경제는 유표나 공손찬 가문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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