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교수는 누구? ‘황우석 사태’ 핵심 인물… 비판기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8.08 08:52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정부가 차관급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박기영(59)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를 임명하자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 본부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지낸 ‘참여정부 인사’로, 지난 2005년 과학윤리 논란과 논문조작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황우석 사태’의 핵심인물이다.

박 신임 본부장은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후 1992년 순천대 교수로 임용됐다.

그는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을 지내며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 등 국정과제 입안과 추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2004∼2006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대통령 보좌관을 지냈으며 작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제20대 국회의원 후보(비례대표 23번)로 출마하기도 했다.

한국식물학회 우수논문상(1995·2003년), 한국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상 공로상(2005), 황조근정훈장(2007), 교육부장관표창(2014), 순천시민의상 환경부문대상(2015), 환경부장관표창(2016) 등을 받았다.

박 신임 본부장은 임명 소감을 묻는 말에 "참여정부 때 만들었다가 없앤 과학기술혁신 체계를 복원하는 것"이라며 "과학기술계 의사 결정 구조와 연구개발 사업 배분 시스템을 제대로 만드는 등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5∼2006년 불거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논문조작 사건을 계기로 물러난 후 순천대 교수로 복직했다.

황우석 사태 당시 박 본부장은 황 교수의 ‘사이언스’지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점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2004년 5월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지가 공식적으로 문제 삼았다. 박 본부장의 전공인 식물분자생리학과 황 교수의 당시 배아복제 관련 연구가 무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박 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공저자로 이름이 들어간 것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또 전공(식물생리학)과 별다른 관계가 없는 과제 2건으로 황 전 교수로부터 연구비 2억5000만원을 지원받은 사실 등이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러나 처벌이나 학교 차원 징계는 받지 않았고 이에 대한 공개 사과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계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연구윤리 문제와 연구비 관리 문제에 연루된 인물이 과기정책 집행 컨트롤타워인 과기혁신본부를 이끄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서울 소재 사립대의 한 교수는 "박 교수가 황(우석) 박사 논문에 이름을 올린 일을 해명하던 것이 떠오른다"며 "이런 인사를 본부장으로 임명한 것은 새 정부가 ‘탈(脫)과학기술’을 바라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본부장은 "당시 관리자 입장에서 정무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박 본부장이 임명된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신설 차관급 조직이다. 국가의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예산 심의·조정 권한을 행사한다. 연구성과를 평가하는 명실상부한 과학기술 정책 집행의 ‘컨트롤타워’다.

청와대는 박 본부장을 선임하며 그에 대해 "식물분자생물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과학자로서 탄탄한 이론적 기반과 다양한 실무경험을 겸비하여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핵심과학기술 연구개발 지원 및 과학기술분야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나갈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한상희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