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복 강원도 녹색국장
▲박재복 강원도 녹색국장.(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강원도는 소양강댐의 수열에너지를 활용해 세계 최초로 친환경 데이터센터 집적단지, 스마트팜 첨단농업단지(농업) 및 물기업 특화산업단지(물산업) 조성 등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박재복 강원도 녹색국장의 말이다. 그는 강원도가 추진하고 있는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실무 총책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미래산업인 데이터산업을 육성하는 핵심인프라를 구축하고, ‘빅데이터(Big Data) 산업수도 춘천’이 그가 그리고 있는 그림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열에너지의 역할은?
"강원도는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미래산업인 데이터산업을 육성하는 핵심인프라를 구축, ‘빅데이터(Big Data) 산업수도 춘천’을 실현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지역산업을 육성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게 목표다.
수열(水熱)에너지란 쉽게 말해 물의 온도차를 활용한 에너지다. 여름에는 외부보다 차고 겨울철에는 따듯한 심층수의 특성을 에너지로 활용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요소인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흩어져있는 수많은 데이터를 연결·상호 공유해 새로운 데이터로 생산해 기존 산업을 발전시키고 더불어 새로운 산업도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정보의 교류와 가공이 현재보다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려면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이를 가동하고 냉각시킬 에너지가 필요한데 수열에너지가 이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사업과 함께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구체적으로 뭔가?
"문재인 대통령의 강원지역 대표공약이자 새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소양강댐의 수열에너지를 활용해 세계 최초로 친환경 데이터센터 집적단지, 스마트팜 첨단농업단지(농업) 및 물기업 특화산업단지(물산업) 등을 조성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제활성화를 위해 자유롭게 정보교류와 재처리(가공)를 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풀어, 국가 빅데이터 산업의 본고장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강원도의 계획이다. 앞서 말했듯 4차 산업혁명의 확산으로 디지털 데이터가 급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란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집적하는 곳인데, 전력 소모가 굉장히 크다는 문제가 있다.
춘천의 풍부한 수자원과 수열에너지를 활용하면 이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소양강댐은 국내 댐중 수심이 가장 깊으며 방류구가 130∼150m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일사량 한계지점(20m) 하부 수온은 6℃ 이하로 급격히 하강(심층부 4.7℃)한다. 방류량은 1일 평균 340만톤(최근 3년간 평균)이며 방류온도는 6∼9℃ 수준이다. 이 시스템이 자리를 잡을 경우 많은 열이 발생해 에너지를 다량 소모하는 데이터센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현재 공냉식을 채택하고 있는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의 냉방비용은 연간 40억원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도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사업에는 소양강댐 일일 340만톤 방류량중25만톤을 사용한다.
▲자료=강원도청
이에 강원도는 소양강호 수상태양광 발전단지에서 생산된 신재생에너지를 공급하고 소양강댐 저온냉수를 활용해 수열에너지가 기반이 된 세계 최초 탄소제로형 친환경 데이터센터 집적단지인 ‘K-CLOUD PARK’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활발하게 국내외 데이터센터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강원도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사업 조감도. 제공=강원도청 |
-현재까지 성과는?
"지난해에는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 기본구상 용역을 완료했다. 기술·경제·제도적 타당성 검증을 통한 사업 성공 가능성 제고를 위해 강원도·춘천시·한국수자원공사·한국동서발전로 이뤄진 민관합동 실무협의회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는 기본계획 및 타당성용역을 추진하면서 투자유치설명회 개최, 정부 100대 국정과제 지역공약 반영 및 2017 투자선도지구 선정 등의 성과가 있었다. 12월에는 빅데이터 시장 붐조성 등을 위한 ‘빅데이터 산업수도-춘천’ 비전선포식을 개최할 계획이다.
비전선포식은 중국 귀주성(貴州省, 구이저우)의 사례를 참고했다. 귀주성은 빅데이터 원년인 2014년에 베이징에서 ‘빅데이터 실리콘 밸리, 클라우드 구이저우 전략’을 발표했다. 이후 빅데이터 선두주자임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해 중국 정부(국무원)에서 빅데이터 산업을 진흥시킬 시범지역으로 귀주성을 지정했다. 국내에서도 지자체간 빅데이터 산업육성을 위한 경쟁관계로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차원 및 시장선점과 붐 조성을 위한 선언적 퍼포먼스 필요하다고 판단해 비전 선포식을 추진하게 됐다."
-수열에너지를 활용한 해외 도시 사례는?
"해외의 선진도시들은 이미 수열에너지를 오래전부터 활용해오고 있다. 일본이 대표적인데, 주로 도쿄나 오사카와 같이 대도시 지역의 집단에너지 시설로 활용되고 있고 최근에는 대규모 건축물에 대해 새로 활발하게 도입했다. 이외에 해수를 이용한 구글의 샌프란시스코 데이터센터, 핀란드의 하미나 데이터센터, 암스테르담의 이퀴닉스 데이터센터와 호소수를 이용한 알리바바의 천도호 데이터센터 사례와 같이 글로벌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이 데이터센터 냉각에 호소수나 해수를 이용한 수열에너지 활용을 늘려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계획, 조성현황, 기술수준 및 시장전망은?
"우리나라에서는 3년 전부터 잠실 123층 롯데월드타워에 수열에너지 설비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으며, 삼성동 현대자동차 신사옥에도 도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 대표 수열에너지 전문 공기업인 K-water의 경우도 이미 오래전부터 수열에너지 운영설비를 설치하여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수열에너지 개발과 보급 확산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새 정부에서는 ‘신재생 3020’으로 대표되는 탈석탄·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안전하고 깨끗한 청정에너지로 전환하고자 하는 정책기조에 가장 적합한 것이 수열에너지라고 생각된다. 수량이나 수질, 생태계, 유역개발 등 새 정부의 물관리 일원화 정책추진 못지않게 미래수자원인 수열에너지의 냉난방 활용방안 모색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는 해수만을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있어 수열에너지 신산업 육성이 저해되고 있으며 온실가스 감축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있다. 수열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먼저 수열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법제화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기업들의 창업 및 기존 업체의 신규투자로 이어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진다. 수열에너지 활용기술은 첨단 기술이라기 보다 이미 오래전부터 검증돼 있는 에너지 이용 기술이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특별히 뒤쳐져 있는 분야는 아니다. 다만 제도적 지원 미비로 수열에너지 설비 구축 시장규모가 작아 수열냉방시스템의 효율성은 선진국 대비 낮은 편이다. 향후 수열에너지가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되고 이를 위한 제도적 지원책이 꾸준히 마련된다면 국내 수열에너지 관련 산업과 시장전망은 매우 밝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