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 위치한 고베제강 본사 앞 로고. (사진=A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알루미늄, 구리, 철강 등의 품질데이터 조작으로 일본 제조업 전반에 신뢰성 문제를 야기한 고베제강이 일본 내 화력발전소에도 문제가 된 제품을 납품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일본 NHK에 따르면, 도쿄(東京)전력은 2일 도쿄(東京) 및 지바(千葉)현 등에서 자사가 운용하는 3곳의 화력발전소에 품질데이터가 조작된 배관 제품이 납품됐다고 발표했다. 이 배관은 냉각 장치용으로, 총 2900여개에 달한다고 도쿄전력 측은 밝혔다.
3곳의 화력발전소는 도쿄 시나가와(品川)구의 ‘시나가와 화력발전소’, 지바현 훗쓰(富津)시의 ‘훗쓰 화력발전소’, 그리고 이바라키(茨城)현 도카이(東海)촌에 있는 ‘히타치나카 화력발전소’ 등이다.
이들 화력발전소에 문제의 배관을 납품한 곳은 고베제강의 자회사인 ‘신코 메탈 프로덕츠’로, 이 회사는 배관 두께 등을 2곳에서 측정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1곳에서만 측정한 후 가공한 수치를 서류에 써넣는 등 데이터를 조작했다.
도쿄전력은 문제가 된 배관에 대해 정기 검사 때 강도 등을 확인한 결과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교환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품질데이터 조작 스캔들로 현재 고베제강은 벼랑 끝에 놓였다.
고베제강은 지난 17일 "미국 자회사가 16일에 미국 사법당국의 문서제출 요구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미 법무부의 자료제출 요구에는 임의의 자료보고 요청과 벌칙이 뒤따를 수 있는 소환장인 서피나(subpoena) 등 두 가지가 있는데, 고베제강은 서피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환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법정모욕죄나 사법방해죄로 추궁받을 수 있다.
물론 요구 시점에 법무부가 반드시 형사죄를 부과하는 판단을 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기는 하다. 구라모토 사콘 변호사는 "초기의 정보수집 단계"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소환장을 낸 이상 50% 이상 확률로 기소 가능하다고 본다"는 익명의 변호사도 있다. 다른 미국전문 변호사는 "형사책임을 물어 본격수사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미국법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더구나 미국 정부나 군의 차량 등에도 (문제의 품질조작 제품이) 사용되고 있으면 국가에 대한 사기죄로 문제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품질조작 사태를 수습하느라 향후 수개월 간 경영 실적에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고베제강은 30일 성명에서 앞서 발표했던 순익 전망을 철회하고 주주 배당도 취소한다고 밝혔다.
고베제강은 오는 2018년 3월 종료되는 회계연도에 350억엔(3463억원)의 순익을 올릴 것으로 지난 7월 발표했으나 이달 불거진 품질조작 논란으로 수개월 간 수익을 예측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중간 배당으로 주당 10엔을 지급하려던 계획도 취소했다. 고베제강은 자금난을 덜기 위해 은행권에서 500억 엔(4947억원)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