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 한 아파트 외벽이 전날 지진으로 부서져 있다. 포항시는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한반도 지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큰 5.4 규모의 강진이 발생한 이튿날에도 경북 포항 인근에서 규모 3.0 이상의 여진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추가 강진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 15일 본진인 ‘포항강진’ 이후 44회, 오후 4시49분 발생한 규모 4.3의 여진 이후 23번의 여진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부터 16일 오전 7시24분 현재까지 이틀동안 47회의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한 셈이다.
특히 규모 5상당 강진이 발생하면 본진의 진원 주변 양산단층이 집단으로 강한 스트레스를 받아 연쇄 여진이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향후 수개월 동안 잦은 여진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규모 4 수준의 강한 여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본진 발생 직후 1주일을 넘지 않기 때문에 오는 23일로 미뤄진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비교적 안전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기상청은 내다봤다.
기상청은 "전날 5.4 규모를 기록한 ‘포항지진’ 전후로 2회의 전진과 44회의 여진이 발생했다"며 "일일 지진 발생횟수로는 지난해 경주지진 이후 발생한 여진량에 필적하는 빈도"라고 분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49분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점에서 발생한 4.3 규모 여진 이후 이튿날 새벽 5시54분까지 잇따른 23번의 여진은 모두 포항시 북구 북쪽·북북서쪽·남구 서남서쪽 2~11㎞ 지점에서 발생했다. 여진의 강도는 모두 2에서 최대 2.8 규모로 규모 3을 넘기지 않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전날 오후 2시29분 발생한 규모 5.4의 강한 본진(포항지진)이 발생하면서 주변의 양산단층에 강한 스트레스가 전달됐고, 충격을 받은 지진대에 회복하려는 힘이 중첩되면서 여진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고 원인을 설명했다.
이어 "위험도로 본다면 규모 3의 지진은 ‘지진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이고, 규모 2의 경우 지진이 난 사실도 느끼지 못할 수 있는 약한 지진"이라며 "규모 5나 4 수준의 여진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기상청은 "전국을 뒤흔든 강진으로 건물에 금이 가는 등 사고위험이 많아졌고, 약한 지진에도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 만큼 안전관리에 유의해야 한다"며 "강진 이후 크고 작은 여진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기간은 약 1주일 전후이기 때문에 23일로 미뤄진 수능날에는 큰 지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추가 강진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포항 지진의 여파로 한정 지어 본다면 향후 일어날 지진은 규모가 작을 수 있다"며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지각이 약해진 상황에서 그동안 응력까지 쌓인 탓에 더욱더 큰 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지진파의 전달 속도가 느려졌다는 점이 지각이 약해졌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홍 교수 연구팀의 논문은 이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지구물리학연구지(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실렸다.
홍 교수는 "지진파는 암석을 구성하는 입자 간의 에너지 전달을 뜻하는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우리나라 인근 지각의 지진파의 전달 속도가 최대 3%가량 늦어졌다"며 "견고한 땅에서는 지진파가 빨리 전달된다는 점에서 인근의 지각이 얼마나 약해졌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치로만 봐서는 별일 아닌 거 같지만 멀쩡했던 지각의 지진파 전달 속도가 3% 줄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것"이라며 "지각이 약해졌기 때문에 응력을 견디는 한계치도 낮아져 최대 규모 7.0 안팎의 큰 지진도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