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 소속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이 지난달 열린 ‘2017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챔피언십’ 결승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라이엇 게임즈) |
삼성그룹이 17년 만에 e스포츠산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 스포츠단을 운영중인 제일기획은 최근 자사의 프로게임단 ‘삼성 갤럭시’를 해외 e스포츠운영사 KSV에 매각했다.
제일기획 측은 게임단 발전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매각 시점을 두고 최근 전병헌 전 정무수석의 한국e스포츠협회 관련 뇌물의혹 수사 등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최순실게이트 당시 미르·K스포츠재단 후원 건으로 역풍을 맞았던 터라 불필요한 잡음의 싹을 자르기 위한 의도도 ‘삼성 갤럭시’ 매각 결정에 일정 이상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간 한국e스포츠산업협회 부회장사로 활동중이던 삼성전자는 이번 ‘삼성 갤럭시’ 매각으로 부회장사에서 빠지게 됐다.
◇ ‘세계 1위’ e스포츠 구단 삼성 갤럭시 급매각
▲(사진=연합) |
사실 e스포츠업계 사이에서는 삼성 갤럭시에 대한 매각설이 심심찮게 불거져왔다.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이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e스포츠와의 시너지가 적어진 데다가 작년 말 삼성전자가 스마일게이트에 'WCG(월드사이버게임즈)' 상표권을 넘기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돼 왔다.
또 비슷한 시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무리 우승을 많이 하는 프로구단이라도 적자를 낸다면 가치가 없다"는 발언을 하면서 매각설에 힘이 실린 바 있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e스포츠 구단 대부분은 당시에도, 현재도 적자상태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삼성 갤럭시가 지난달 세계 최대 규모 e스포츠대회로 꼽히는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구단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우승상금으로만 20억 원이 넘는 운영비도 확보했고, 세계 최고 대회에서 우승한 팀을 바로 매각하는 것은 삼성에게도 부담이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삼성 갤럭시의 매각이 현실화되면서, 업계에서는 대회 우승으로 구단의 주가가 최정점에 이른 현재가 바로 매각의 적기로 작용하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삼성 갤럭시’ 매각 결정 하나만으로 적자 연결고리 해소, 한국e스포츠협회 관련 구설수 탈피라는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 역시 삼성의 구단 매각 결정에 주효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사실 과거 스포츠재단 후원으로 오너 일가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삼성 입장에선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비위 사건에 이름을 함께 올리는 것마저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실제 삼성은 e스포츠팀을 일찌감치 해산할 계획이었지만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의원 시절 e스포츠협회장이 되면서 해체를 차일피일 미뤄왔었다.
때 마침 전 전 수석이 협회와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이에 대한 부담도 덜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제일기획 관계자는 "e스포츠협회 뇌물 사건과 삼성갤럭시 구단 매각은 연관성이 없다"면서 "KSV와 매각 논의를 진행한 건 지난 9월부터다"라고 말했다.
이어 "또 e스포츠는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다른 야구, 축구, 배구, 농구 등 전통적 스포츠구단들과 달리 마케팅 측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들이 적었다"면서 "e스포츠에 보다 특화된 KSV가 삼성 갤럭시를 더 크게 성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덧붙였다.
◇ 수년간 정리 준비…전병헌 검찰 조사 ‘방점’
삼성그룹이 e스포츠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00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단 ‘삼성 칸’을 창단하면서부터였다.
그리고 같은 해 e스포츠계 올림픽으로 불리던 국제대회 ‘WCG’를 2013년까지 개최하면서 끈끈한 인연을 이어왔다.
당시 WCG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추진하던 ‘e삼성’ 프로젝트와 맞물려 삼성으로부터 연간 100억 원대의 투자를 받으며 크게 성장했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WCG의 조직위원장을 맡았을 정도였다.
삼성전자 역시 회사가 다음 개척지로 선정한 국가 및 지역에서 대회를 열면서 WCG를 삼성전자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대회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삼성전자의 주력분야가 모니터, 키보드 등 PC에서 휴대전화 중심의 모바일 기기로 옮겨가면서 e스포츠에 대한 투자도 줄어 들었다. 2013년 쿤산 대회를 끝으로 WCG 역시 더 이상 열리지 않았고, 결국 WCG 브랜드도 지난해 스마일게이트에 매각됐다.
삼성은 이번 삼성 갤럭시 매각으로 e스포츠 산업에 발을 들인 지 꼭 17년 만에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끊게 됐다. 다만 넥슨, 넷마블게임즈, 액토즈소프트 등 모바일 e스포츠를 진행중인 각 게임사들의 대회에는 여전히 후원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간접적인 게임 마케팅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경제신문 류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