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으로부터 억대의 ‘검은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휠체어를 탄 채 2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소환조사를 이틀 앞두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이명박(77·MB)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82) 전 국회의원이 26일 휠체어를 탄 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서 민간인사찰 폭로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 작성명(54)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전날 기각된 상황에서 검찰은 자금 전달 경로가 간단한 이 의원 혐의 규명에 우선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이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21분께 병원 구급차를 타고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해 조사실로 향했다. 이 전 의원은 휠체어를 타고 내렸다. 회색 모자와 목도리 차림의 이상득 전 의원은 "다스는 누구것이라고 생각하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이 전 의원을 상대로 국정원 자금수수 여부와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예정이다.
이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이다. ‘만사형통’(萬事兄通·모든 일이 형을 통한다), ‘상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명박 정부 시절 실세로 통하던 그는 2011년 초반 국정원 간부로부터 억대 자금을 직접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2011년 2월 국정원 요원들이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잠입했다가 발각된 사건이 터져 국정원 무능론이 확산하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원세훈 국정원장 사퇴 요구까지 터져 나오자 원 전 원장이 이를 무마하려고 정권 실세인 이 전 의원에게 로비한 것으로 의심한다.
과거 정치권에서는 이 전 의원이 대표이사를 지낸 코오롱에서 35년간 근무한 김주성씨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기조실장에 전격 발탁된 것을 두고 이 전 의원의 영향력이 국정원에까지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김씨 후임인 목영만 전 국정원 기조실장으로부터 재직 시절 원 전 원장의 지시로 이 전 의원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이 전 의원의 진술 태도, 건강 상태 등을 두루 고려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이 전 의원에게 지난 24일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으나 이 전 의원은 갑작스러운 출석 요구로 인한 준비 부족 등을 이유를 들어 26일로 조사를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이 의원의 갑작스러운 몸 상태 악화가 혐의 규명에 장애가 되거나 수사 속도를 늦추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이 의원은 24일 오후 2~3시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다음날 일반병동으로 옮겨 이날 오전 퇴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이 입원 때 의식이 없었는지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지만 당일 저녁 쯤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의원이 피의자 신분임에도 불구 조사 중 몸 상태 이상을 이유로 시간을 끌거나 조기 귀가를 요청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국정원에서 총 4억원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구속 전까지 금품 수수 사실 자체를 완강히 부인하던 김 전 기획관은 최근 심경 변화를 일으켜 일부 금품 수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이 전 대통령 쪽으로 검찰 수사가 급진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검찰은 2011년 10월 미국 순방을 앞두고 국정원에서 1억원가량의 달러를 받아 김윤옥 여사 측 행정관에게 건넸다고 진술한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역시 수시로 소환해 보강 조사를 벌이고 있어 조만간 김 여사 역시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