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이 서버, 보안, 고객서비스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동안 국내 1위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서비스는 진척이 더디자 사용자들이 업비트를 조롱하는 이미지를 직접 만들고 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
[에너지경제신문 이상훈 기자]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를 오픈한 이후 짧은 시간에 다른 거래소를 제치고 1위에 오른 ‘업비트’가 1위 거래소 자리를 빗썸에 내주게 생겼다.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데도 사용자들을 위한 서비스 개선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것이 거래량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비트는 지난해 9월 정식으로 론칭됐다. 이미 100여 개의 거래소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비트는 대기업인 카카오가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는 두나무에서 개발한 거래소라는 점, 세계적인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렉스(Bittrex)와 독점 계약을 맺어 124개 코인 222개 마켓의 거래를 지원하는 국내 최다 코인 보유 거래소라는 점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서비스 론칭과 동시에 엄청난 거래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업비트에 따르면 거래소 회원수는 총 120만 명, 일 평균 이용자 100만 명, 동시 접속자 30만 명, 일 최대 거래액 10조 원, 12월 일 평균 거래액 5조 원에 달한다. 신규 가입이 가능해진 현재 가입자 수는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화폐 거래소 정보 사이트 코인힐즈에 따르면 업비트가 세계 4위, 빗썸이 6위에 랭크돼 있다. 빗썸의 코인 12종 중 업비트에 없는 이오스와 비트코인을 제외한 10종이 업비트의 거래량을 넘어섰다. (사진=코인힐즈 화면 캡처) |
올해 초부터 가상화폐 시장이 침체되고 있지만 27일 현재 업비트는 여전히 국내 최대 거래량을 유지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정보 사이트 코인힐즈에 따르면 27일 현재 24시간 동안 거래량 기준으로 업비트는 비트플라이어, 바이낸스, 오케이Ex에 이은 세계 4위 거래소다. 업비트에 이은 국내 거래소의 경우 빗썸이 6위, 코인원은 17위다.
◇ 빗썸, 비트코인 제외한 모든 코인 거래량 업비트 앞질러
최근 업비트와 빗썸의 격차가 지속적으로 좁혀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추세대로라면 상장된 가상화폐 종류가 12개에 불과한 빗썸이 124종을 보유한 업비트를 따라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 분석 사이트 코인마켓캡의 통계에 따르면 빗썸의 가상화폐 12종 중 업비트에 상장되지 않은 이오스(EOS)를 제외한 11개 코인 중 10개의 거래량이 업비트를 앞질렀다. 비트코인 단 하나만 보면 업비트가 거래량이 더 많지만 차이가 아주 크지는 않다.
◇ 빗썸, 서버다운 오명 벗기 위한 노력 지속
▲빗썸이 잦은 서버 다운으로 악명 높았던 것을 해소하기 위해 국내 최고 수준의 보안 시스템을 구축했다. (사진=빗썸) |
빗썸은 초기 잦은 서버 다운으로 구설수에 올랐지만 이에 대한 개선을 꾸준히 이행하고 있다. 빗썸은 통합 보안 솔루션인 ‘안랩 세이프 트랜잭션’을 지난 22일 도입 완료했고 안드로이드 백신 앱인 ‘V3 모바일 플러스 2.0’도 조만간 구축 완료할 계획이다. 안랩 세이프 트랜잭션은 키보드 보안 기능과 PC 방화벽 기능, 악성코드 탐지, 웹 서비스 보호, 해킹 방지 기능을 제공한다. 특히 PC 부팅과 동시에 실행되는 논액티브엑스(Non-Active x) 방식의 보안 모듈이어서 한층 안전하며 액티브엑스 관련 문제도 해결했다.
여기에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관련 인증 심사원 자격을 보유한 보안 전문가 2명을 영입하고 올 5월 중 국내 거래소 중 가장 먼저 ISMS 인증을 획득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빗썸은 증권 전문 솔루션 회사인 ‘한국금융IT’와 손잡고 HTS·MTS 기반 거래 시스템 ‘빗썸프로’도 조만간 론칭할 계획이다. 업비트도 최근 ‘호가주문’ 업그레이드를 실시했지만 아직 HTS 기반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지는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HTS 방식이 가장 안전하기에 증권사들은 모두 HTS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들도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웹 방식에서 HTS 방식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업비트, 신규 가상계좌 미발급에 더딘 지갑생성 ‘분통’
이런 빗썸의 움직임과 달리 업비트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업비트는 보안성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기타 다른 부분에서 사용자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가장 큰 불만은 느린 ‘지갑생성’이다. 업비트는 22일 "에이다(ADA), 스트라티스(STRAT)를 포함한 25개 코인의 입출금이 추가 지원될 예정"이라며 그렇게 될 경우 "총 59개 코인의 입출금을 지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설명대로라면 현재 입출금 지갑이 생성된 코인 수는 34개이며, 전체 코인 124개 중 90개에 대한 지원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조만간 지갑이 생성될 25종의 코인도 대부분 원화 마켓에 상장된 코인들일 것으로 예상돼 ‘비트렉스 중개소’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업비트에서 추가로 거래 종료될 코인들. 상장(거래)과 상장폐지(거래종료)가 잦아 코인에 대한 투기성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사진=업비트 공지화면 캡처) |
코인 종류가 많지만 그만큼 상장 폐지(거래지원 종료)가 많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업비트는 25일 아드니아고라스(AGRS), 메이드세이프(MAID), 퍼스트블러드(1ST) 암호화폐가 비트렉스 및 업비트에서 거래지원 종료된다고 공지했다. 그에 앞서 3일에는 펀페어(FUN), 라이즈(RISE) 마켓이 비트렉스 및 업비트에서 거래지원이 종료된다고 공지했다. 그에 앞서 디직스다오(DGD), 메탈(MTL)의 비트코인·이더리움 마켓 거래지원이 종료됐다.
업비트는 "검증된 가상화폐만 거래될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고 밝혀왔다. 이를 위해 가상화폐 발행 주체는 업비트 거래 시작 전 ‘사전검토’와 ‘종합 거래지원 개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 끝에 거래가 개시됐다고 하기에는 많은 코인들이 신규 거래·거래종료를 반복하고 있어 사용자 혼란과 투기성을 야기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신규가상계좌 발급이 중단된 것도 업비트의 악재로 작용 중이다. 빗썸은 농협을 통한 신규 가상계좌 발급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업비트는 여전히 주거래은행인 IBK기업은행이 계좌를 열어주지 않아 신규 가입은 받되, 신규가상계좌를 발급받지 못하고 있다.
업비트가 다양한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있어 인기가 높았지만 지난 1월 30일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실명제 이후 한 달 가까이 신규 가상계좌 발급이 되지 않고 있어 투자자들이 다른 거래소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에 대해 특별한 대책이 없는 업비트는 "신규 가상계좌 발급에 대해서는 기업은행 쪽에 문의하라"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