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고유가 때 투자하고 저유가 때 안해…현 정부서도 자원개발 사실상 가로막는 ‘석유공사법’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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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거꾸로 가고 있다. 고유가이던 MB정부 시절 막대한 투자를 했다가 유가가 떨어지며 큰 손해를 입었고, 저유가이던 박근혜정부 시절엔 오히려 투자를 안해 손실을 키웠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정부 주도의 자원개발을 가로막을 수 있는 ‘한국석유공사법’ 개정안이 등장했다. |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대한민국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고유가이던 이명박 정부 시절 막대한 투자를 했다가 유가가 떨어지며 큰 손해를 입었고, 저유가이던 박근혜정부 시절엔 오히려 투자를 포기하다시피한 결과 지금 막대한 이득을 보고 있는 다른 나라들을 그저 부럽게만 쳐다보고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 해외자원 개발이 정상화되는 듯 싶었지만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에서 ‘한국석유공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다.
지난해 3월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당진시)이 대표발의한 ‘한국석유공사법’ 개정안은 석유공사가 사업을 추진·변경하거나 자산의 매매 등을 할 때 석유공사의 재무건전성,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심사하도록 했다. 또 일정 규모 이상의 신규사업을 추진·변경하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을 매매, 교환 등을 하려는 경우에는 ‘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평가위원회는 위원 중 과반수를 외부 전문가로 구성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석유공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가 주도의 해외 광구개발은 앞으로는 없거나 위축될 것이 뻔하다"며 "석유공사의 해외 자원개발이 실패했다며 비판을 가하고 있는 요즘, 새로운 광구에 투자하자고 책임지며 위원회에 나설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 교수는 "해외 유전개발 사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위원회의 검토와 심사를 맡다 보면 투자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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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가 투자한 우즈베키스탄 가스화학 플랜트(왼쪽)와 수르길 가스전. 가스공사는 지난해 11월 우즈베키스탄 가스개발에 투자해 약 280억원의 첫 배당을 받았다. |
◇ 이명박·박근혜 정부 실패한 자원개발 10년
에너지공기업들은 최근 10년간 자원개발사업 실패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2016 해외자원개발 실태조사’를 보면 에너지 공기업의 해외자원개발 누적 투자액은 388억5000만 달러(약 44조원)로 이 가운데 36.7%인 142억4200만 달러(약 16조원)를 회수했다. 석유공사가 지난해 말까지 208억6300만 달러를 투자, 46.2%에 달하는 96억3600만 달러를 회수했다. 가스공사는 총 120억4200만 달러를 투자해 34.5%인 40억9300만 달러를 회수했다. 광물자원공사는 32개 해외사업에 43억5000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회수액은 9.7%에 불과했다. 이 같은 투자는 고유가 시절이던 MB정부 때 대부분 진행됐다.
고유가 시절 투자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저유가 때인 박근혜정부 시절 전혀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외 자원개발도 주식과 비슷해 저점에 사고 고점에 팔아야 이득을 남길 수 있다. 한국과 달리 박근혜 정부 초창기였던 2013년 12월 중국은 다국적 연합군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제외한 지역 가운데 최대 규모로 평가되던 브라질 리브라 광구의 개발권을 따냈다. 이듬해에는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이 페트로브라스가 소유한 페루의 석유·가스 광권을 24억 달러(약 2조6000억원)에 인수했으며, 같은 해 중국 시노펙은 러시아 국영 루크오일이 가지고 있던 지분 50%를 인수해 카자흐스탄 카작 원유 개발 프로젝트를 100% 자회사로 흡수했다.
일본도 2014년 미쓰비시사가 미국의 자원개발 업체 애너다코로부터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해상 광구 지분 20%를 사들였고, 그해 일본의 주요 자원 업체들은 멕시코 자원시장의 탐사·개발 운영권을 확보했다. 현재 중국과 일본은 해외 자원개발로 막대한 이득을 보고 있고, 여전히 해외 자원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신 교수는 "자원개발은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꾸준한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치논리에 빠져 손실이 나면 이를 비판하고 지적하기만 할 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대안이나 투자를 하지 않는다. 정치권에서 간섭할 것이 아니라 자원개발을 하는 석유공사나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에 자율권을 줄 필요가 있다. 또 이들 조직은 공무원보다는 민간 에너지 전문가들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MB시절 우리 자원개발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했다. 경험이 없어 실패한 횟수가 많았다"며 "하지만 이제 우리도 많은 경험이 쌓였다. 해외자원개발을 시작한 지 40년 이상 된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이제 10년 남짓이다. 선순환 구조가 갖춰지도록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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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미국 셰일업체 롱펠로우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북미 셰일 개발사업을 확장했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 미국 오클라호마 광구. |
◇ SK이노베이션 등 민간기업 투자 활발
정부와 달리 민간기업에서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대표적으로 SK이노베이션은 21일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SK E&P 아메리카’를 통해 미국 셰일 개발업체인 ‘롱펠로우’ 지분 전량을 인수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SK E&P 아메리카에 약 4853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롱펠로우의 자산은 미국 내 셰일 개발지로 각광 받고 있는 오클라호마 주의 STACK(Sooner Trend, Anadarko, Canadian, Kingfisher)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향후 SK플리머스와 롱펠로우가 소재한 지역에 대한 개발을 심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그 동안 축적한 역량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인근 지역으로까지 개발 범위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1983년 인도네시아 카리문 광구에 지분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페루, 베트남, 중동 등지에서 전통석유를 생산해왔다. 2014년부터는 미국에서만 하루 2500 배럴의 셰일오일을 생산 중이다. 지난해 기준 9개국 13개 광구에서 5억3000만 배럴의 매장량을 확보해 일 평균 5만5000 배럴의 원유 및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 남중국해에 위치한 ‘PRMB 17/03’ 광구에서 원유 탐사에 성공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 전문가는 "자원공기업은 대규모 부실을 키웠고, 민간에서는 결실을 얻었으니 자원개발 기능을 민간에 넘기라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며 "해외자원개발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해 민간보다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천연가스 개발사업은 탐사·개발이 액화와 연계된 통합 프로젝트로, 가스매장량 확인 후 LNG 생산까지 5∼10년, 100억 달러 이상의 투자비가 소요돼 민간기업에서 담당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MB시절 자원개발 투자비의 80%가 해외 차입금으로 진행됐다. 유가가 떨어지니 차입금 이자에 허덕이는 것"이라며 "당시 차입금을 절반만 줄였더라도 이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또 박근혜 정부 시절 계속된 투자만 됐더라도 이렇게 많은 적자가 쌓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자원 해외 의존도가 96%인 우리나라는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 해외 자원개발이 필수다. MB정부의 부실을 파헤치려고 자원개발의 당위성까지 해쳐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