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한달 앞-⑦ 게임]탄력근무 도입 속속…공백 메우기 ‘관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6.0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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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한달을 앞두고 산업계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저녁과 휴일이 보장되는 삶, 일과 생활의 균형이 맞춰질 것이란 기대도 크지만 당장 기업들은 생산성 하락, 채용규모 확대 등에 따른 비용 증가,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업 경쟁력 하락 등을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각 산업군의 현재를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에너지경제신문 류세나 기자]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게임 신작 출시가 임박했을 때나 곧 다가올 여름 성수기 때엔 인력배치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네요."

정부가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를 의무화하면서 게임업계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신규 서비스 출시 직전이나 대규모 콘텐츠 업데이트 직전에 일이 몰리는 산업의 특성 탓에 인력 운영방안을 두고 고심중이다.

그간 게임산업의 경우 24시간 돌아가는 게임의 특성 탓에 실시간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불법 핵 프로그램에 대한 대응이나 콘텐츠 정기 업데이트, 신작 출시 등의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엔 초과근무가 필연처럼 따라붙었었다. 이런 까닭에 ‘게임업계=야근’이란 공식까지 생겨났을 정도. 업계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게임산업의 부정적 이미지가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론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진 않을지 우려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 일과 삶의 균형…게임계 ‘크런치 모드’ 사라질까

우선 업계에서는 한달 앞으로 다가온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해법을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해 나가는 쪽에서 찾고,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한창이다.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들은 법 시행에 앞서 이미 올 초부터 선제적으로 나서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운영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2014년 집중적인 야근 및 휴일근무에 대한 ‘대체휴가제’를 신설한 데 이어 올 1월부터는 ‘유연 출퇴근제’를 운영 중이다.

이는 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되 연장근로가 필요한 경우 1주 12시간 한도 내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직원들은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30분 단위로 출근시간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또 1일 최소 4시간을 근무한 이후에는 개인이 자율적으로 퇴근 시간을 결정하고 있다.

또 게임업 특성상 신규게임 런칭 및 비공개테스트(CBT) 등 집중근로가 불가피한 경우를 대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함께 운영중이다. 총 근로시간 한도 내에서 한 주의 근로시간을 늘리고, 다른 한 주의 근로시간을 줄여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에 맞추는 방식이다. 엔씨소프트 직원들은 3개월 단위로 평균 1주 40시간(최대 52시간)을 맞춰 탄력적으로 근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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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넷마블도 지난 3월부터 직원들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운영중이다.

넷마블의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임직원이 월 기본 근로시간 내에서 직원들간 업무 협업을 위한 코어타임(오전 10시~오후 4시, 점심시간 1시간 포함)을 제외한 나머지 업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 조절할 수 있는 제도다. 특히 이 회사는 불가피하게 ‘사전 연장근로 신청’을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야간 시간(오후 10시~오전 8시)은 물론 휴일, 월 기본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무를 일체 금지시키고 있다.

이들 외에 주 52시간 근무제 1차 적용 대상인 넥슨, NHN엔터테인먼트, 게임빌, 컴투스, 카카오게임즈, 네오위즈, 블루홀, 펄어비스 등도 현재 다양한 사례들을 참고 삼아 근무환경 개선을 진행중이다.

넥슨 관계자는 "넥슨은 창사 초기부터 각 본부, 조직별로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제를 도입해 탄력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며 "7월부터는 여기에 더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맞춰 유연근무제를 도입할 예정인데, 출퇴근시간과 의무근로시간이 아예 없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기대반 우려반…경쟁력 하락 우려 목소리 높아

각 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맞춰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대비하면서도 여전히 정책 시행 이후 따라 붙을 부작용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글로벌 게임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반해 게임 개발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변하면서 자칫 해외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대부분이다. 일각에선 이를 최소화하는 것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란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52시간 근무로 인해 야근 축소 등의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게임업계의 경우 개발 및 업데이트 등의 일정으로 인해 단기간 집중 근무 등 변수가 많은 특수성이 있다"며 "부서간의 근무 환경 차이에 따른 형평성 문제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업체들의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성 저하로 게임산업의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또 각자 집중업무 시간이 달라 커뮤니케이션에 들어가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돌발이슈나 변수에는 어떻게 대응해야할 지 막막한 부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를 갖춘 회사일 경우엔 인력풀이 풍부해 탄력적인 운영 및 대응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공백을 메워 나갈 수 있는 방안 마련 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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