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의 기후변화 읽기]남극얼음과 해수면의 불편한 관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6.14 13:39

남극 얼음 전부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 58m 높아져

남극 빙하

▲남극의 애들레이드 섬의 빙상 위로 석양이 물들고 있다.(사진=NASA)

[에너지경제신문 정종오 기자] "Ramp-up in Antarctic ice loss speeds sea level rise!"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구기후변화 사이트가 13일(현시 시간) 게재한 기사 제목입니다. ‘남극얼음의 손실 증가가 해수면 상승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남극 얼음의 녹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남극의 얼음이 빠르게 녹으면서 전 세계 해수면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해수면이 높아지면 해변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동남극과 서남극의 빙상이 녹으면서 해수면을 높이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NASA와 유럽우주기구(ESA)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2년 이후 남극의 얼음 손실은 그 이전보다 세 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25년 이후 가장 빠르게 해수면이 증가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NASA는 최근 ‘빙상 질량 균형의 비교 실험 결과(Results of the Ice Sheet Mass Balance Inter-comparison Exercise, IMBIE)’를 네이처 지에 발표했습니다. 최신 IMBIE는 남극 대륙의 얼음 질량 변화를 가장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를 위해 24개의 인공위성, 42개의 국제기구, 관련 과학자만 80명이 참가했습니다.

남극 빙상 녹음과 해수면 상승

▲남극의 빙상이 줄어들면서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남극 얼음 손실이 더 많다.(자료제공=NASA)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 에릭 이빈스(Erik Ivins)는 "현재까지 남극 대륙의 얼음 질량 균형에 대한 가장 강력한 연구"라며 "2012년 IMBIE 연구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였고 참가한 전문가들도 더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1992년부터 2017년까지 남극 빙상의 질량 균형을 조사한 결과 남극 대륙에서의 얼음 손실로 해수면이 7.6mm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2012년 이후에는 서남극의 얼음이 동남극보다 더 많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2012년을 기준으로 보면 매우 뚜렷한 변화가 감지돼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2012년 이전에 남극 얼음은 매년 약 838억 톤의 비율로 줄어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문제는 2012년 이후입니다. 2012년 이후에는 매년 약 2414억 톤이 사라져 그 이전보다 사라지는 얼음의 비중이 약 3배나 늘어났습니다. 이 영향으로 2012년 이전에는 매년 해수면 상승이 0.2mm에 불과했는데 2012년 이후에는 남극의 얼음 손실이 증가하면서 해수면이 매년 0.6mm 높아진 것으로 진단됐습니다. 서남극의 변화가 매우 크다는 게 특징입니다. 서남극은 1990년대에는 매년 584억 톤의 얼음이 사라졌습니다. 2012년 이후에는 매년 1753억 톤의 얼음이 녹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남극과 동남극 빙상의 녹는 비율에 차이가 나는 것은 독특한 구조 때문입니다. 동남극의 경우 빙상은 대부분 대륙 위에 펼쳐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얼음이 녹는 원인은 태양의 복사열이 대부분입니다. 비교적 안정된 모습입니다. 반면 서남극 빙상은 다릅니다. 서남극 빙상은 뒤집어 보면 커다란 섬 위에 놓여 있는 모양새입니다. 섬과 섬 사이의 낮은 골에 해수가 침투합니다. 위에서는 복사열이, 아래에서는 지구 온난화로 따뜻해진 해수가 ‘구들장’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서남극의 빙상을 녹입니다. 동남극보다 더 빨리 얼음이 녹는 이유입니다.

남극 얼음의 녹는 속도가 중요한 것은 해수면 상승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나사 측은 "남극대륙의 얼음이 해수면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세계의 다른 모든 육지 얼음 공급원보다 약 7.5배 더 크다"며 "남극대륙 얼음이 모두 녹으면 세계 해수면은 58m 상승할 만큼의 물을 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얼음이 어느 정도의 기간을 두고 녹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미래 기후변화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는 것입니다.

톰 와그너(Tom Wagner) 나사 박사는 "남극대륙의 얼음에 대한 데이터를 파악하고 공유하는 것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해수면 상승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알아보는 기본 자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남극 빙하의 크레바스

▲남극 파인 섬의 빙하에 크레바스(갈라진 틈)가 곳곳에 보인다.(사진=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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