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쏙 빠진 가상화폐 가이드라인..."은행만 잡는다"

조아라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6.28 21:33
가이드라인

▲6월 27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 제장안 주요내용.


[에너지경제신문 조아라 기자] 금융위원회가 27일 암호화폐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내놨다. 잇단 거래소 해킹 소식에 거래소 보안과 보상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했지만 금융기관 의무만 확대해 여전히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이드라인은 암호화폐 거래소 계좌에 대한 금융회사의 감독 강화를 골자로 한다. 개정안에는 ▲취급업소의 ‘비집금계좌’에 대한 금융회사의 모니터링 강화 ▲해외 암호화폐 취급업소 목록도 금융회사 간에 공유 ▲금융회사가 취급업소에 대한 거래를 거절할 경우 거절시점을 명시하고 거절사유를 추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1월 금융위는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금융회사의 거래소 집금계좌 관리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가이드라인을 시행했다. 집금계좌란 투자자들의 돈을 모으는 입금계좌를 의미한다. 은행은 거래소 집금계좌에 투자금을 보내려는 고객들의 실명 등 신원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자금세탁행위가 의심될 경우 거래 목적이나 자금원천 등을 추가 확인할 의무가 있다.

이번에는 집금 외 운영비 등을 보관하는 비집금계좌로 금융회사 확인의무를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비집금계좌가 집금계좌로 쓰이거나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가이드라인 개정안에 실질적인 거래소 규제 내용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가 거래소 사정에 눈이 어둡다는 평가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에피타이저 먹었다고 식사를 다한 것처럼 이야기한 것과 마찬가지다. 거래소 보안이나 보상 내용이 빠져 공허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거래소 운영이나 실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누군가가 거래소 규제에 대해 주도적으로 지휘하지 않고 밀린 일을 처리하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거래소 모니터링 강화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어떤 제약이 생기거나 법제화 과정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시도를 한 점은 높이 사지만 해킹관련 보상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가이드라인이 기대치에 미치지는 않지만 시작을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본다"라면서 "최근 해킹으로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는 데 이 점에 대해 조치가 없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정부 발표를 반기면서도 또 다시 시장이 위축될까 내심 걱정하는 분위기다. 최근 해킹당한 코인레일 피해 투자자는 "
거래소나 투자자에 대해 감시를 더 철저히 해서 제도권에 편입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면서도 "모니터링 강화에 언제든지 거래를 거절할 수 있도록해 신규 진입이 더욱 어려워 질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오래동안 블록체인을 연구해 온 한 전문가는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금융위는 금융차원에서만 접근해 화폐 기능만 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암호화폐는 화폐와 자산 인증의 역할을 한다. 비트코인은 코인, 이더리움은 플랫폼, 리플은 프로토콜이다. 이런 역할을 도외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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