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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공사(대표 김종갑)이 배전 유지보수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공사업계와 제조업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한전의 배전유지보수 예산 집행실적은 1조1524억89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2386억 원)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 정도의 차는 있는데 신규 공사와 자재발주 물량이 적게는 5%에서 많게는 20% 이상 물량이 줄어들었다. 배전 유지보수 예산은 변압기, 개폐기, 스마트계량기(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 , 전선 등 배전설비의 교체·보강 등 유지보수를 위한 비용을 말한다.
예산 삭감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협력업체로 전가되고 있다. 한전의 배전단가 협력업체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적게는 7명에서 많게는 14명 정도의 배전전공기술자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들은 단가공사에 등록돼 있기 때문에 다른 공사에 투입할 수 없다. 일거리가 없는 상황에서도 매달 총 1억원 내외의 인건비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기공사협회에 따르면 전국 배전단가 협력업체 가운데 미수금 규모도 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3개월째 시공명령이 멈춘 곳이 있는가 하면 공사를 하고도 대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전이 협력업체에 대금지급 미뤄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성토하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는 이유다.
여기에 한전이 긴급공사 외에는 신규공사 설계를 사실상 못하도록 각 사업소에 공문을 보내면서 사실상 올 하반기에는 공사물량이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가뜩이나 시공물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기공사업계의 경영난이 가중이 우려된다.
한전 관계자는 "올해 초 계획한 에산이 이미 대부분 소진된 만큼 각 사업소 별로 효율적인 예산관리를 당부하는 내용일 뿐"이라며 "예산을 확대해 그동안 어려움에 시달린 전기공사업계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추가예산은 보수공사가 아니라 그동안 예산 부족 탓에 지급하지 못했던 공사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일 예정이어서 배전단가 협력업체의 물량 부족 현상을 해결할 실질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비용을 줄이는 것은 이해하지만, 경제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안전과 관련된 배전 유지보수 예산을 줄이고, 협력회사 공사대금마저 지급을 늦추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한전은 효율성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앞장서고, 정부도 탈원전 정책만 고수할 게 아니라 요금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