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책임경영"...재계 자사주 매입 ‘열풍’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0.04 08:05

▲최정우 포스코 회장(왼쪽)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오른쪽). (사진=각 사)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재계 회장님들 사이에서 자사주 매입을 통한 ‘책임 경영’ 열풍이 불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정몽진 KCC 회장 등이 최근 자사주를 사들이며 이같은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경영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동시에 투자자들에게 신뢰의 메시지를 보내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2일 재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지난 7월 취임 이후 약 5000만 원을 들여 포스코 주식 175주를 취득했다. 7월 31일에는 325주를 들고 있다고 보고했지만, 지난달 17~18일 6차례에 걸쳐 보통주를 장내 매수했다.

최정우 회장은 앞서 포스코캠텍 사장과 포스코대우 부사장을 지내면서도 자사주를 꾸준히 결집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지분율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틈나는 대로 자사주를 모으며 회사 경영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게 시장의 해석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지난달 아시아나항공 지분 1만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아시아나는 약 3조 원 규모의 차입금으로 수익성 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기내식 대란’ 사태에 휘말려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지난 2007년 이후 11년여만이다. 그가 직접 ‘책임 경영’ 의지를 내비치며 아시아나의 경영 정상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BBB-인 신용등급을 연내 한 등급 이상 올리겠다는 게 박삼구 회장의 목표다. 이를 위해 차입금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자회사 기업공개(IPO) 등을 준비하고 있다. 아시아나의 9월 말 기준 차입금은 3조 1411억 원으로 전월 대비 503억 원 줄었다. 전년 말과 비교해서는 약 1조 원을 감축한 실적이다.

정몽진 KCC 회장도 최근 자녀들과 함께 자사주를 100억 원 가량 매입했다. 정몽진 회장은 지난달 KCC 주식 1만 1800주를 사들였다. 아들 명선씨와 딸 재림씨도 비슷한 시기 1만 7706주를 샀다. 정몽진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글로벌 실리콘 업계에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KCC는 지난달 세계 3위 실리콘 기업 모멘티브 지분 45%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단숨에 글로벌 2위 실리콘 제조업체로 우뚝 서게 됐다.

재계에서는 자사주 매입에 따른 ‘책임 경영’의 성공사례로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이름이 자주 거론된다. 최신원 회장은 2016년 3월 SK네트웍스 대표이사로 복귀한 이후 40여차례에 걸쳐 꾸준히 자사주를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최신원 회장은 비주력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차세대 먹거리인 렌탈-모빌리티 시장 내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AJ렌터카를 인수하며 렌터카 시장 내 영향력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지지부진하던 주가도 우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와 전문경영인 여부를 떠나 회사를 대표하는 인물이 ‘책임 경영’을 이유로 자사주를 매입한다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최근 미국-중국간 무역전쟁 등 여파로 주가가 저점이라는 인식이 생긴 상태라 주가 방어는 물론 향후 수익 실현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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