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유해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 만드려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0.22 09:29

선진적 규제·기업의 자발적 준수가 ‘첫걸음’


이진기 UL코리아 전무

▲이진기 UL코리아 전무

[이진기 UL코리아 전무] 최근 생활용품 등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해온 다수의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됨에 따라 화학물질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증을 뜻하는 ‘케미포비아’와 같은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식품에서부터 생필품까지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날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이 같은 국민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서도 안정성이 입증된 화학제품의 시장 유통을 허용하고, 건강에 위험을 끼칠 수 있는 안전·표시기준 위반 제품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를 실시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6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위해 우려 제품으로 분류된 제품 가운데 자가 검사를 받지 않고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11개의 제품을 적발해 회수 조치한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기업의 화학물질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정부기관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환경 인증을 받은 검증된 제품을 통해 소비자의 유해물질 노출을 최소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안전한 사회를 조성해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2007년부터 화학물질의 양과 위해성에 따라 등록·평가·허가·제한하는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를 실시하고 있다. 해당 법규에 따르면 유해성이 강한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제조자가 대체 물질에 대한 계획을 당국에 제출해야 하며, 제품군은 플라스틱에서 섬유, 페인트, 가구, 완구, 세제 등에 포함되는 화학물질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으로 적용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서도 ‘캘리포니아 법령 65’라는 법안을 발의해 근로자나 소비자가 발암·생식 독성 성분을 포함한 980여 가지의 화학물질에 노출될 위험에 대한 경고 문구 부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성평가 보고서와 관련 기준에 대해 미국 수출을 계획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강화된 캘리포니아 법령 65는 제품, 포장재뿐만 아니라 상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할 경우, 웹사이트에 경고 문구를 기재하도록 한다. 따라서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넓게는 미국에 수출을 진행·계획하고 있는 기업은 자사 제품 내 어떠한 화학물질이 포함되고 배출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해당 물질이 환경보건 위해성 평가기관(OEHHA)에서 공개한 발암물질 목록에 포함돼 있고 허용 노출 농도를 초과한다면 경고 문구 부착을 통해 이를 소비자에게 공지해야 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글로벌 안전과학 기업인 UL도 강화되는 해당 법률에 대응하기 어려운 국내 제조사를 돕기 위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천 건의 관련 사례를 분석하고, 선발 검사를 비롯한 미국독성학위원회(ABT)에서 인정 받은 독성학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고위험 화학물질 추출, 시험 서비스와 독성 노출 평가 보고서를 제공해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이 관련 법령을 보다 원활하게 준수해 시장 확장을 돕고, 소비자가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해화학물질로부터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제품에서 방출되는 화학 성분과 관련 위험성이 정확히 파악돼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는 정부부처를 포함한 규제기관에서 선진적인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고 기업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선행되는 것이 맞물려야 가능하다.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명확하게 공개해 소비자들의 두려움을 줄이고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을 줄이는 것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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