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중창·합창·춤...‘라벨라의 오페라 선물’ 2시간30분 황홀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2.16 17:05

그랜드갈라3탄도 대성황...김동원·이현종·조현애·한은혜 등 출연 2018 피날레 감동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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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진영국·소프라노 박현진·베이스 양석진·소프라노 홍선진(왼쪽부터)이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내 품에 안겨 기억해보려무나’를 부르고 있다. /사진=라벨라오페라단

[에너지경제신문=민병무 기자] 테너 김동원과 소프라노 박현진이 루제로와 마그다로 변신했다. 두 사람이 짝을 이뤄 ‘그대의 신선한 미소를 마셔요(Bevo al tuo fresco sorriso)’의 첫 소절을 부르자 부드러운 화음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 2, 3층에 잔잔히 퍼졌다. 객석을 꽉 메운 3000여명은 단숨에 마음을 빼앗겼다. 거기에 테너 김성천과 소프라노 한은혜가 각각 프뤼니에와 리제트가 되어 아름다운 목소리를 또 보탰다. 두 커플이 빚은 선율은 썰렁한 가슴을 따뜻하게 데웠다. 푸치니 오페라 ‘제비’에 나오는 4중창에 모두들 황홀한 표정이다. 어디 이뿐인가. 합창단의 웅장한 하모니가 뒤를 든든하게 받치더니, 다이내믹한 춤까지 더해졌다. 완전 원더풀이다. 오랜만에 12월의 노래 선물을 제대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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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김동원과 소프라노 이순재가 ‘라보엠’에 나오는 이중창 ‘오, 사랑스러운 아가씨’를 노래하고 있다. /사진=라벨라오페라단

‘믿고 보는 오페라단’이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라벨라오페라단이 지난 5일 ‘그랜드갈라 3탄-오페라 속 춤과 노래’를 선사했다.

지난 8월 선보인 ’1탄-격정‘과 10월에 공연한 ’2탄-베르디 vs 바그너‘에 이어 2018년을 마무리한 이번 3탄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곡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모두들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소리얼필하모닉오케스트라, 메트오페라합창단, 정성복J발레단, YS어린이공연단, 성악가 등 모두 220여명이 출연해 오페라 속 춤과 노래의 진수를 보여주는 매머드 공연이 펼쳐졌다. 귀를 사로잡는 폭발적 가창력과 시선을 강탈하는 매혹적인 무용이 어우러져 2시간 30분 동안 카타르시스의 끝판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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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라오페라단의 ‘그랜드갈라3탄-오페라 속 춤과 노래’ 출연진이 공연을 마친 뒤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라벨라오페라단

‘대장간의 합창(Anvil chorus)’은 웅장함과 섬세함이 조화를 이루며 "이게 바로 합창곡이야"라고 말하는 듯 했다. 레오노라를 둘러싸고 기묘한 운명으로 인생이 엇갈리는 두 형제 루나 백작과 만리코의 이야기를 다룬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에 나오는 노래다. 아주체나로 대표되는 집시들이 새벽녘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모여 앉아 "보라! 밤의 장막은 걷히고(Vedi! le fosche notturne spoglie)"라며 희망찬 마음으로 일을 나가는 모습을 합창단이 장쾌하게 그렸다. 중간에 뚝딱 거리는 타악기 소리로 대장간의 모루를 두드리는 망치소리를 표현해 또 다른 재미를 줬다.

생상스의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에 나오는 ‘바카날(Bacchanale)’은 흥겨웠다 . ‘바카날’은 원래 술의 신 바카스의 축제에서 유래됐으며, 많은 사람이 모여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 다소 광적이고 퇴폐적인 뉘앙스의 춤곡이다. 삼손은 데릴라의 유혹에 빠져 어마어마한 파워의 비밀을 알려주고, 결국 힘의 원천인 머리카락이 잘린 채 블레셋(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붙잡힌다. 두 눈까지 뽑힌 삼손이 처형당하기 전, 무희들은 신전에서 ‘바카날’에 맞춰 관능적인 춤을 춘다. 발레단이 아라베스크한 이국적 느낌의 음악에 맞춰 선보인 뇌쇄적 댄스는 삼손의 비극과 맞물려 극적인 긴박감을 고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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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어린이공연단이 ‘카르멘’에 나오는 ‘교대하는 병정들’을 부르고 있다. /사진=라벨라오페라단

"신나는 트라이앵글 소리는 울리고(Les tringles des sistres tintaient)"로 시작하는 ‘집시의 노래(Chanson boheme)’는 ‘하바네라’와 함께 비제의 ‘카르멘’을 대표하는 트레이드마크다. 메조소프라노 김정미(카르멘), 메조소프라노 김하늘(메르세데스), 소프라노 홍선진(프리스키타)이 선술집에서 탬버린에 맞춰 흥겹게 노래하는 집시여인들을 멋지게 표현했다.

베이스 양석진·진영국, 소프라노 홍선진·박현진, 테너 나형오, 바리톤 이용은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내 품에 안겨 기억해보려무나(Riconosci in questo amplesso)’를 불렀다. 피가로, 수잔나, 마르첼리나 등이 펼치는 아름다운 6중창이 훈훈했다.

테너 이현종(파우스트), 소프라노 조현애(마르게리트), 베이스 양석진(메피스토텔레스)은 강력한 전율의 3중창을 선보였다. 구노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경계하라, 경계하라...하늘의 천사여(Alerte, Alerte...Anges purs)’는 엄청난 파워를 보여줬다.

힘찬 트럼펫 팡파르가 일품인 베르디 ‘아이다’에 나오는 ‘개선 행진곡(Marcia troinfale)’, 폰키엘리의 ’라 조콘다‘ 중 ’시간의 춤(Danze Delle ore)‘,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박쥐‘에 나오는 ’뜨거운 술잔마다 삶의 활기가 넘쳐나네(Im Feuerstrom der Reben), 일명 ‘샴페인의 노래(Champagne song)’도 감동의 레퍼토리였다. 또한 귀여운 꼬마 합창단은 ‘카르멘’에 나오는 ‘교대하는 병정들(Coro di bambini)’을 불러 엄마 아빠들을 흐뭇하게 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빠지지 않고 연주되는 푸치니 ‘라보엠’도 출격했다. 테너 김동원과 소프라노 이순재는 로돌포와 미미로 변신해 ‘오, 사랑스러운 아가씨(O soave fanciulla)‘를 불렀다.

테너 이현종과 바리톤 임희성은 베르디 ‘오텔로’에 나오는 이중창을 연주했다.질투심에 가득찬 오텔로가 데스네모나의 죄를 응징하겠다고 벼르면서 이야고와 함께 부르는 ‘맹세의 노래(Si pel ciel)’다.

소프라노 이민정(줄리에타)과 메조소프라노 김정미(니클라우스)는 오펜바흐 ‘호프만 이야기’에 나오는 ‘뱃노래(Barcarolle)’를 선사했다.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두 사람이 곤돌라를 타고 부르는 이중창이다. 특히 이 노래는 로베르트 베니니 감독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도 삽입돼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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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복J발레단이 ‘라 조콘다’에 나오는 ‘시간의 춤’에 맞춰 발레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라벨라오페라단

솔로곡도 대방출됐다. 이민정은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줄리엣의 왈츠 ‘꿈속에 살고 싶어라(Je veux vivre)’를, 테너 김동원은 레하르의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 중 스춴의 아리아 ‘그대는 나의 모든 것(Dein ist mein ganzes Herz)’을, 또 바리톤 임희성은 ‘카르멘’의 에스카미요가 되어 ‘여러분의 건배에 보답하리(Votre toast, je peux vous le render)’, 일명 ‘투우사의 노래(Toreador song)‘를 불렀다.

소프라노 한은혜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박쥐’ 속 아델레의 노래 ‘친애하는 후작님(Mein Herr Marquis)’을, 소프라노 이순재는 레하르의 ‘주디타’ 중 ‘너무나 뜨겁게 입맞춤하는 내 입술(Meine Lippen, Sie Kussen so heiss)’을 연주했다.

소프라노 조현애는 ‘파우스트’에 나오는 마르게리트의 아리아 ‘아! 거울에 비친 내 아름다운 모습에 웃음이 나오네(Ah! Je ris de me voir si belle en ce miroir)’, 일명 ‘보석의 노래(Air des bijoux)’를 선보였다.

이강호 라벨라오페라단 단장이 예술총감독은 맡아 밀도 있는 공연을 이끌었다. 지휘는 양진모 오페라전문지휘자가, 작품 해설은 이번 공연의 연출가 안주은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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