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응답하라 금융당국-下] "금융업은 규제업이 아닌 ‘성장산업’"

나유라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1.01 08:19

기해년 맞이 ‘금융소비자보호 정책’ 설문조사 실시
응답자 76% "소비자보호, 금융업 발전으로 연결 안됐다"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 호평...코스닥 활성화 대책은 ‘글쎄’
"초대형 IB 육성방안 활성화, 신사업 인가 속도내야"
2019년 증권거래세 폐지 한목소리..."종합검사 등 과도한 규제도 없애야"

에너지경제신문이 2019년도 기해년을 맞이해 금융·증권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우리나라 금융·증권산업의 도약을 위해 2018년도 정부 금융정책의 행보를 평가하고, 2019년도 금융당국에 바라는 점 등을 조사한 이번 설문 조사는 금융과 증권 두 파트로 나눠 진행됐다. 금융부문은 2018년 12월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은행, 보험, 카드, 저축은행 등 금융 산업 종사자 총 56명이 참여했다. 증권부문은 2018년 12월 10일부터 12월 15일까지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 자본시장 종사자 총 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상·하로 나눠 두 차례에 걸쳐 분석한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한수린 기자] "금융산업을 규제사업이 아닌 성장산업으로 인식했으면 합니다" "현재 금융정책들은 정치권의 영향력이 너무 과도합니다. 업계가 제대로 된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금융업 본질에 맞는 정책을 펼쳐주세요" "발행어음 등 초대형 투자은행(IB) 정책을 활성화하고 소비자 보호와 금융산업 간 균형있는 정책을 펼쳐주길 부탁드립니다."

2019년 기해년을 맞이해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정책들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들은 이와 같은 답변을 내놨다.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들은 당국의 시장 개입을 축소하고 금융산업과 소비자 보호 간 균형을 이루는 정책들을 펼쳐야 국내 자본시장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구글 화면)



에너지경제신문이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 자본시장 종사자 총 60명을 대상으로 ‘금융소비자보호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6.3%는 지난해 금융당국이 천명한 ‘금융소비자보호’가 금융산업 발전으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융산업 발전으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보는 이유로는 ‘소비자 보호에만 집중하면서 금융산업 발전을 놓쳤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98%에 달했다. 

▲(사진=구글 화면)


특히 전체 응답자의 96%는 지난해 5월 금융연구원이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해 조언한 부분에 큰 공감을 표했다. 당시 금융연구원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금융혁신과 관련해 큰 방향성은 바람직하나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정부가 현 상황에 맞지 않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 "금융 혁신을 이야기하지만 소비자 보호와 무리하게 연결짓느라 규제가 너무 많다" "정부의 정책 무게가 ‘노조’측에 지나치게 기울어지면서 혁신안이 기업부담으로 변질됐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사진=구글 화면)

▲(사진=구글 화면)

지난해 당국이 내놓은 정책 가운데 가장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소비자 보호 정책으로는 5월 28일 발표한 주식 매매제도 개선방안(응답자의 41.8%)과 7월 발표한 소비자보호부문 감독, 검사 강화(41.8%)를 꼽았다. 

특히 응답자들은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검사를 강화한 것에 대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비자평가로 금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조장하고, 적절한 판단 기준이 모호할 뿐더러 실제 금융소비자 보호로 이어지기까지는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다. 또 취약계층은 구조적으로 금융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형식적인 평가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내놓은 기준을 지켰는지, 안지켰는지를 판단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면 된다"며 "학생도 아닌데 상대평가로 소비자보호를 평가하는 것은 너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합병, 자사주 매각, 자사주 매각, 잦은 공시 정정 등을 할 경우 상세정보를 제공하도록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을 개정한 부분에 대해서도 "자료 공개를 많이 하다보면 기업들의 투자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등의 지적이 나왔다. 기업 입장에서 내부 정보가 공개되는 위험을 안게 되는 만큼 상장사에게도 어느 정도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진=구글 화면)

당국이 내놓은 시장 활성화 정책은 업계에서 어떻게 평가했을까.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들은 작년 11월 내놓은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작년 초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89%에 달했다. 당시 당국은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세전이익, 시가총액, 자기자본만 충족해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단독 상장 요건을 신설하고 코스닥벤처펀드, KRX300, KRX 미드 200 지수 등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정책 효과에 힘입어 작년 1월 30일 코스닥지수는 932.01까지 급등했지만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국내외 증시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12월 말 660선까지 떨어졌다. 코스닥지수 하락으로 정부의 정책 효과가 반감됐고, 상장요건을 완화하면서 오히려 부실기업 상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의견이 많았다. 코스닥 벤처펀드와 관련해 정부의 손발이 안 맞았다는 지적도 눈길을 끌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코스닥벤처펀드를 만들어놓고 코스닥지수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IT와 바이오업종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사진=구글 화면)

금융투자업계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당국이 펼쳤던 정책 가운데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방안 전면 재검토(54.5%)’를 꼽았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6년 한국판 골드만삭스 탄생을 위해 자기자본 4조, 8조 이상의 증권사에 발행어음, 기업환전업무, 종합투자계좌(IMA) 영업 등 신규 사업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2017년 12월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초대형 IB의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고, 신용공여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당국은 지배구조 검사나 과거 제재 등을 이유로 신사업 인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두 곳에 불과하다.

설문조사에 응한 금융권 종사자들은 당국의 이러한 기조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응답자의 64.2%는 금융사 지배구조나 제재 이력이 신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렇게 판단한 이유로는 ‘대형 증권사를 비롯한 국내 금융사는 전문성과 업력, 리스크 관리 능력을 충분히 갖췄다’ ‘신규사업과 오너리스크, 지배구조 문제는 따로 지적해야 한다’ ‘금융사의 지배구조와 사업성을 연결시키면 안된다’ ‘금융사의 지배구조와 사업성을 연결시키면 안된다’ ‘반대로 뭐가 문제인지 묻고싶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사진=구글 화면)


반면 응답자의 35.8%는 지배구조나 제재 이력이 신사업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지배구조에 따라 부가 집중되는 곳이라면 불어난 자기자본을 활용해 이익을 편취할 수 있고, 금융사 자체 신용으로 융통되기 때문에 무작정 인가를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권사, 자산운용사가 해외 IB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역시 ‘초대형 IB 육성방안’을 활성화하고 신규사업을 조속히 인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답자들은 현재 금융시장에 당국의 개입이 너무 과도한 만큼 이를 최소화하고 자본시장을 바라보는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산업을 ‘규제산업’이 아닌 산업의 한 축으로 이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금융산업을 규제사업이 아닌 성장산업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생상품시장을 활성화하고, 공모펀드 활성화 등 운용사에 뿌리박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무작정 당국만 비판하기보다 증권사들 스스로 돌아보고 발전하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면 2019년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제도는 무엇일까. 응답자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이 ‘증권거래세 폐지’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현행 증권거래세는 1963년 도입된 이후 1996년부터 현행과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코스피는 0.3%(농어촌특별세 0.15% 포함)이고 코스닥, 코넥스, K-OTC도 0.3%며 기타 비상장주식은 0.3%다. 투자자들은 손실을 봐도 세금을 내야해 과세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파생상품시장 등 자본시장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타깃데이트펀드(TDF) 활성화를 위해 디폴트 옵션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금감원 감사 좀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알고 나와야지 나와서 알려고 하지 말아달라" "시장 경제에 근거해 기업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달라" "종합검사 등 과도한 규제좀 없애주세요" 등의 의견도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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