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게임계, 이달 말 WHO行…'게임중독≠장애' 미션 성공할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1.15 11:13
0004254375_001_20181115192819556

▲국내 최대 규모의 게임 전시회 ‘지스타2018’ 현장.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류세나 기자] 미국게임산업협회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게임협회 및 단체들이 세계보건기구(WHO)에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 제외를 요청하고 있는 데 이어 한국게임산업협회도 이달 말 WHO 관계자들을 만나 관련 입장을 피력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협회는 오는 24일부터 내달 1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HO 집행위원회 회의에 한국 정부 공동방문단 자격으로 참석, 게임 질병코드 등재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정식으로 낼 계획이다. 공동방문단은 협회를 비롯해 외교부,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구성됐으며, 정부부처가 아닌 민간기관인 협회가 공동방문단에 포함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WHO는 작년 6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 초안을 작성하고, 오는 5월 열리는 총회에서 이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혀 전세계 게임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바 있다.

정신의학계에서는 게임중독이 정신질환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반면 게임산업계 및 학계에서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관련 연구도 깊게 진행되지 않아 과학적 타당성 부족과 오진 위험성마저 있다는 입장으로 맞붙고 있다.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 강도가 높은 국내에서는 우려가 더욱 깊다. 질병코드 분류가 현실화할 경우,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과 산업 후퇴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또 이를 근거로 다른 형태의 규제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WHO 회의에는 외교부와 보건복지부만 참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이번 회의에는 ICD-11 관련 논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문체부와 협회도 함께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간 중 ICD-11 의제는 오는 28일 회의 테이블에 오를 예정이다.

중견 게임사 웹젠 창업주인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번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 경고했다.

김 의원은 전일 열린 국회 게임 관련 토론회에서 "게임의 질병코드 분류 도입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연구는 상당히 부족하다"면서 "현재 보건복지부 주도 아래 정신과 의사들 중심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보다 폭넓은 영역에서 다양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신의학계는 그간 게임의 질병코드 분류를 ‘숙원사업’으로 표현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통과될 경우 진료과목 증대, 규정을 통한 산업 개입 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추가 움직임 이후 가속도를 붙여 나가는 모양새다. 이런 관점에서 김 의원의 발언은 정신의학계 주도 연구의 경우, WHO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학계 및 업계 중심의 연구 속도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 주무부처도 질병코드 방어 논리를 세우기 위해 부랴부랴 대응중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한콘진)을 중심으로 관련 연구 진행에 나설 계획이다. 그간 게임산업진흥단과 글로벌게임허브센터 등에서 나누어 진행하던 ‘건전 게임문화 활성화’ 사업을 한콘진으로 모두 이관하고, 게임의 순기능을 알릴 수 있는 연구에 착수한 상태다. 해당 사업의 국고보조금도 작년보다 10억 원 가까이 확충해 55억 원으로 늘렸다.

사실 이전에도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확산하고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진행됐었지만 명확한 방향성을 갖기보다는 다양한 측면으로 접목 가능한 자료를 모으는 형태에 그쳐 아쉬움을 남겨왔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도 전일 국회 토론회에서 "게임을 마약과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보는 질병코드 도입을 비롯해 셧다운제 등을 폐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계에선 게임 질병코드의 사회적 영향 연구 및 사회적 연대 활동을 강화해야 하고, 정부는 현재의 게임 진흥책이 과거와 무엇이 달려져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류세나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