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F1963, 전주 1924, 인천 한국근대문학관, 강화도 소창체험관 등 '산업관광'으로 인기
[에너지경제신문 이석희 기자]최근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유명해진 곳이 있다. 무소속 손혜원 국회의원 덕분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전남 목포의 조선내화공장, 그리고 대규모 카페로 유명해진 인천 강화도의 조양방직이다. 두 곳 다 일제 강점기때 지어진 공장이었다. 이런 폐공장을 재활용해 리모델링해서 관광명소로 만들거나 아니면 공장을 통째로 보여주면서 미래의 고객들에게 자사 홍보를 하기도 한다. 이를 팩토리 투어, 즉 산업관광이라고 한다. 흔히들 산업 관광을 ‘배움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에듀테인먼트 여행’이라고 한다. 앞에서 소개한 곳 뿐 아니라 경기도 광명의 광명동굴, 경기도 포천의 아트밸리, 강원도의 삼탄아트마인 등 과거의 산업 현장을 이색적인 문화경관으로 바꾼 것도 산업 관광의 한 분야다. 의외로 이런 것들이 전국 도처에 자리잡고 있다. 그 중 몇 곳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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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963의 내부 |
좀 특이한 이름이다. F1963. 마치 미술작품의 일련번호 같다. 고려제강(현 Kiswire)이 1963년부터 2008년까지 와이어로프를 생산하던 공장에서 따온 이름이다. 공장 준공 연도가 바로 1963년이다. F는 공장, 즉 팩토리(Factory)다.
공장이 떠난 자리는 대개 아파트가 들어선다.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2016년 9월에 부산에서 비엔날레가 열렸다. 작가들이 이 폐공장을 전시장으로 탈바꿈시켰는데 속된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결국 아파트 대신 전시·공연·휴식 등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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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곳곳에 있는 와이어가 옛날 이곳이 와이어공장인 것을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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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1924의 내부. 90년이 넘은 건물이다. |
서울에 경리단길이 있다. 지금은 상권이 많이 망가졌다고 하는데 한때 이 경리단길을 본딴 거리가 전국 도처에 생겨났다. 전주의 객리단길도 그중 한 곳이다. 전주에는 조선시대 출장중인 관원과 외국 사신들의 숙소로 쓰였던 ‘객사’라는 곳이 있다. 객사 주변에 트렌디하고 이색적인 가게들이 줄지어 들어섰는데 이 거리 이름이 바로 객리단길이다. 즉 객사와 경리단길을 합쳐서 만들었다.
그중 ‘전주 1924’는 원래 일제 강점기때 사용하던 곡물창고였다. 9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데 전주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1924년 곡물창고로 지어진 이곳은 탁구장과 주류창고 등을 거쳐 현재는 독특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이 되었다. 입구를 들어서면 마치 곧 무너질 듯한 독특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흙벽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 지었을 때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내부 소품도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옛것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이 곡물창고였다는 것은 층고로 알 수 있다. 천장까지의 높이가 10m는 될 듯하다 그리고 높은 곳에 뚫려진 창문을 통해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데 마치 시간여행을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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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번 당신에게 반짝이는 눈의 영혼을 주고 싶었다.’ 아름다운 글귀가 손님들을 맞는다. 인천 중구청 근처에 있는 한국근대문학관이다. 이 외벽에 이설야 시인의 ‘겨울의 감정’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 적혀있다. 글을 읽는 순간부터 감성에 빠져든다.
인천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개항한 곳이다. 많은 건물이 세워졌지만 지금은 거의 없어졌다. 옛 도심인 개항장 거리의 창고중 하나를 리모델링해 문을 연 곳이 바로 한국근대문학관이다. 한국근대문화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김소월,백석,정지용을 비롯해 한국문단의 주요 문인들의 작품 원본과 복각품등 소중한 자료들을 만날 수 있다. 찬찬히 둘러보다보면 마치 소설이나 수필, 시 등 좋은 책 한권을 읽은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문학관 주변에도 온통 옛 향수를 자극하는 풍경들로 가득하다. 또 다른 창고를 개조해 문을 연 갤러리와 예술가들의 작업공간, 카페들이 있어 오래되었지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창고의 투박한 외벽과 내부의 목조천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아련한 분위기가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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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창체험관을 둘러보는 관광객들. |
일제강점기때인 1938년에 지어졌던 염색공장인 평화직물이 있던 한옥을 리모델링해서 2016년 생활문화체험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 바로 소창체험관이다. 소창. 아마도 낯선 단어이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이불보나 애기들 기저귀, 여성들의 생리대 등을 만들 때 사용하던 하얀 천이 있잖아요. 그게 소창입니다. 성글게 짜인 면직물입니다." 안내를 맡은 해설사의 설명이다.
예전 강화도는 대구보다 더 섬유산업이 발달했었다고 한다. 섬 곳곳에 면직물 공장이 많았다. 처음으로 강화도에 섬유 공장이 세워진 것은 1933년이다. 지금 카페 등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바로 조양방직이 첫 면직물 공장이었다. 이곳에서 소창, 즉 면직물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해방 후인 1947년에는 1200여 명의 근로자가 일했던 심도직물공장이 문을 여는 등 60여 개의 공장과 각종 포목점 등이 현 강화군청 인근에서 성업했다고 한다. 지금은 공장들은 없어졌지만 심도직물공장이 있던 자리에 공장 굴뚝 일부가 옛 영화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해 초 정식 개장한 소창체험관에 들어서면 소창으로 만든 행주나 기저귀, 이불 관련 제품 등 향수를 자극하는 것들이 손님들을 반긴다. 소창을 염색해 만든 손수건 등 생활에 필요한 소품들도 많이 보인다.
체험관도 있다. 한쪽 벽면에는 조양방직과 심도직물공장 시절의 사진이 걸려 있다. 당시에 직접 사용했던 직물기와 1890년대부터 사용했던 재봉틀 등도 전시해 놓았다. 소창체험관에는 소창과 화문석 만들기 체험이 가능하다. 직접 베틀을 이용해 소창을 짜 볼 수도 있고, 이미 만들어 놓은 소창에 다양한 스탬프를 찍어 나만의 손수건을 만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