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순의 눈] 게임에 대한 오해, 풀어야할 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4.29 11:38

산업부 정희순 기자


"아이가 매일 게임만 해요. 시험이 코앞인데 공부는 하지 않고요."

고백하자면, 첫 직장이었던 종합여성지 기자 시절 만났던 독자들의 하소연은 대략 이랬다.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3040 여성들의 정서적 유대감은 ‘AR(증강현실) 게임’을 소재로 한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하 알함브라)’보다는 상류층의 자녀 교육열을 주제로 한 드라마 ‘SKY 캐슬’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막을 내린 ‘넥슨개발자콘퍼런스(NEXON DEVELOPERS CONFERENCE, NDC)’에서 만난 ‘알함브라’의 집필자 송재정 작가의 변(辯)도 이와 비슷했다. 송 작가는 "알함브라는 지금껏 작가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는 작업이었다"면서도 "게임과 게임이 아닌 것을 엮는 작업이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한국이 ‘게임 강국’임에도, 아직까지 게임이라는 장르가 전 세대를 아우르지는 못한다는 한계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송 작가에 따르면, 극중 게임 개발자로 등장하는 엑소 찬열은 자신이 해당 배역에 캐스팅됐다는 사실에 무척 기뻐했지만, 그 외 다른 이들은 작가가 쓴 대본을 이해하지 못했다. 시청자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게임을 하지 않는 이들은 ‘드라마가 이해하기 어렵다’며 손사래를 쳤고, 게임을 하는 이들은 ‘게임적 소재가 드라마에 더 등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쨌거나 알함브라는 게임을 소재로 한 전무한 드라마로 기록에 남았다.

요즘 게임업계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허울을 던지고, 게임을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 세우기위해 노력 중이다. 넥슨이 비공개 사내행사로 시작한 NDC를 2011년부터 외부에 개방하고, 게임업계 관계자가 아닌 송 작가를 이번 컨퍼런스에 연사로 초청한 것도 이런 이유다.

게임업계 규제 기관으로 여겨졌던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변화도 인상적이다. 위원회에선 학부모와 자녀가 함께 게임산업에 대한 강연을 듣고, 국내 게임사 견학에 참여하는 일정으로 짜여진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게임을 주제로 세대 간 소통의 장을 만들어, 게임산업에 대한 ‘몰이해’를 타파하겠다는 취지다.

업계의 이런 자발적인 노력에도, 게임 산업을 바라보는 위정자(爲政者)들의 시선이 여전히 차갑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다음 달 열리는 총회에서 게임 중독을 질병코드로 분류하는 안건을 다룬다. 업계는 안건이 통과될 경우 게임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가 받게될 경제적 피해도 막대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언제쯤 게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바뀌게 될까. 업계 전반의 노력이 더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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