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빛1호기 사태, 청와대·총리실도 '알았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6.02 12:31

-한수원, 사고발생 직후 행정안전부, 원안위, 산업부, 청와대, 총리실에 보고

-원안위 "한수원이 ‘선 조치 후 보고’ 했어야"...국가안보실에는 ‘심각한 상황 아니었다’ 보고

-전문가 "최상위 재난콘트롤 기관들이 보고 받고도 아무 조치 않고 한수원만 총대"

▲한빛원전 (사진=연합)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10일 한빛1호기 사고 발생 직후 청와대를 비롯한 유관기관에 사고를 보고했다. [자료=최연혜 의원실]


지난달 10일 발생한 한빛1호기 원전 과다출력 사고에 대해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물론 청와대와 총리실도 보고를 받았지만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모든 게 한국수력원자력의 잘못으로 귀결되고 있는 모양새다.국가 최고위 재난콘트롤 타워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최연혜 의원실이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사고 당일 ‘오전 10시 31분에서 11시 50분 사이 유관 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자력운영분석실, 행정안전부, 원안위, 산업부, 청와대, 총리실에 보고’했다. 그러나 원안위는 물론 이들 유관 기관 역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 유관기관 12시간 동안 조치 없었지만...원안위 "한수원이 조치 빨리 안해서"

원안위는 오히려 ‘한수원이 빨리 조치를 안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입장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12시간 가까이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한수원이 신속하고 명확하게 보고를 했으면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며 "보고가 안 들어오면 조치를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비정상적인 가동이 있으면 사업자인 한수원이 가동중단을 했어야 한다"며 "긴급상황에서는 당연히 ‘선(先)조치 후(後)보고’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한수원이 KINS에 바로 알려줬더라면 KINS의 조사와 원안위로의 결과보고도 빨라져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답변과는 달리 원안위는 국가안보실에 ‘심각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국가안보실에 한빛1호기 사고가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했다. [자료=최연혜의원실]



원안위는 ‘사건 당시 발전소 상태는 원자로 출력이 일시적으로 제한치를 초과하였으나 이후 원자로가 안정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제어 가능 상태임을 감안하였을 때 심각한 상황이 아니였으므로, 원자로 수동정지 관련 보도자료를 국가안보실에 송부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사건조사 과정에서 원자로 조종관련 면허 미보유자의 원자로 운전 등 원안법 위반 정황이 확인돼 원안위는 한빛1호기 사용정지 명령을 내리고,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특별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원안위에 따르면 국가안보실에서도 특별한 조치내역은 없었다.

한편 한수원 측은 "사건 발생 후 열출력 제한치 5%를 초과할 경우 원자로를 수동정지시켜야 한다는 조치요구사항을 확인 못한 건 맞다"면서도 "사고 직후 모든 유관기관에 보고를 했고 18시경 KINS조사단의 의견에 따라 22시 02분에 원자로 가동을 정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실 여부를 따지기 보다 이런 사태가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규제기관인 원안위는 물론 국가안보실과 청와대, 총리실 등 모든 유관기관도 국민 안전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책임있는 조처를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고 한수원에 떠넘기고 있다"며 "특사경을 투입해 과실여부 등을 조사한다고 하는데 12시간 동안 이를 방치한 원안위와 유관 기관들의 오류는 누가 조사할 것인지 묻고싶다"고 말했다.

한빛 1호기 소재지인 영광군 시민단체는 ‘대형 원전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는 우려까지 나와 지역민들은 충격을 넘어 삶의 터전을 염려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건의 위중함을 인식해 정부 차원의 국가위기관리센터가 가동되는 특단의 조치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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