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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목동의 한 카메라 전문 매장. 사진=이종무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일본이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를 단행한 지 일주일째인 10일. 일본 가전제품을 취급하는 국내 유통 매장들은 ‘후폭풍’을 애써 외면하며 차분하게 영업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일각에서 제기했던 전면적인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들 시장뿐만 아니라 소비자 사이에서도 현재 상황을 보는 시각은 엇갈리는 양상이다.
다만 냉각된 한·일 양국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를 우려하는 모습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실제 이번 사태로 일본 전체 제품에 대한 전면 불매운동으로 확대될 경우 직접적인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이날 찾은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대형 가전제품 전문 유통점인 하이마트.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움츠려 드는 날씨에 소비자의 발길이 뚝 끊겼다. 적막감을 넘어 스산함마저 느껴진다. 이곳 가전 매장 한 직원에게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일본 가전 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물었다.
매장 관계자는 "계절적 성수기이지만 소비가 둔화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면서 "특히 일본 가전이 눈에 띄게 판매가 늘거나 줄어드는 경우는 없었고 지금도 없다"며 예년과 다르지 않은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어 "특정 회사 제품에 하자가 있을 경우 판매가 급격히 감소한다"면서 "다만 이번의 경우 국가 간 통상·무역에서 발생해 판매가 특별히 줄거나 하는 건 없다"고 덧붙였다.
인근의 또 다른 전자제품 전문 대형 매장인 일렉트로마트. 각종 전자제품이 빽빽하게 들어선 이 매장에는 일본의 유명 카메라·비디오 게임 기기도 한 쪽에 진열돼 있다. 매장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이 매장에선 성수기를 맞아 운영중인 판촉(프로모션) 행사를 여전히 진행중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일본 제품을 연결 짓지 않는 모습이다.
이곳 판매 부스 직원 역시 "제품만을 보러 오는 소비자가 대부분"이라며 "이번 일 때문에 일본 제품은 안 된다고 꺼리는 소비자는 단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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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종무 기자 |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일본 제품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일본의 수출 규제와 일본 제품 구매와는 ‘별개’라는 인식이 강하다. 직접적인 불매운동에도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곳 매장에서 만난 20대 남성은 "소니의 콘솔 게임기기 ‘플레이스테이션’의 경우 경쟁 제품에 비해 독보적인 제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예전에 플레이스테이션을 썼었는데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이 제품을 살 것"이라고 했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카메라를 살펴보고 있던 한 시민은 "반일 감정은 이전부터 어느 정도 갖고 있었던 부분 아니냐"며 반문한 뒤 "제품 성능 등에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이외의 문제는 고려 요소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시장에선 사태 장기화에 따라 직접적인 불매운동으로 번지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국내에 진출한 일본 기업 목록을 공유하는 등 노골적인 방식으로 반일 감정을 고조시키는 '애국 소비’ 목소리가 강하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가전업체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뚜렷한 제품 판매량 감소는 없다"며 "이는 이번 상황이 제품 품질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진에서 본진보다 여진의 영향이 더 크지 않느냐"면서 "정확한 시장 반응을 보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경과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