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재정 만능주의 정책을 경계한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8.15 11:34

조경엽(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경제가 심상치 않다. 경제가 경기둔화국면에 진입했다는 경고는 작년 초반부터 있어 왔다. 올 1분기 성장률이 -0.34%로 OECD 국가 중 꼴지를 기록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2분기 성장률이 1.1%로 반짝 반등하기는 했지만 기저효과와 정부지출이 떠받친 성장인 점을 감안하면 취약하기 짝이 없다.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1.3% 포인트로 10년 3개월 만에 최대치다. 이에 비해 민간부문의 성장기여도는 -0.2% 포인트로 반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런 와중에 정부예산의 65.4%가 상반기에 집행된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의 재정여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 분명하다. 3분기 성장률은 다시 떨어져 전형적인 경기침체기에 나타나는 W자형 성장패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확한 원인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대외환경 탓을 하고 있다. 추경과 내년도 예산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잘 못된 진단에 잘 못된 처방이 반복되고 있다. 한일 무역분쟁은 7월에 시작되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세계경제가 둔화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본격적인 둔화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인은 내부에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취업자 증가 수는 10만 명 아래로 떨어졌고, 소득격차는 역대 최악으로 벌어졌다. 패업하는 자영업자가 하루에 3000명에 달하고, 저임금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으면서 저소득층의 소득은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세금부담이 증가하면서 가계의 처분가능소득도 0.5%나 줄었다. 가계소득을 증대하여 소비와 투자를 확대하고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기업의 생산비용을 높이고 수출이 감소하고 투자가 줄어 성장이 둔화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 추세와 달리 법인세율을 인상하고 공정경제이라는 명목으로 기업을 옥죄는 반기업·친노조 정책인 난무하면서 탈한국이 가시화되고 있다. 올 1분기 우리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는 141.1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9%나 늘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반면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는 31.7억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35.7%나 줄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정책실패를 인정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재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지난 2년간 54조원의 국민세금을 일자리지원 사업에 투입했다. 올해도 본예산 23조5000억원, 일자리 안정자금 2조8000억원, 근로장려금 4조9000억원, 사회보험료지원 1조3000억원 등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32조원이 넘는다. 지역숙원사업이라며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해주고 여당 대표는 17개 시·도를 돌면서 사업제안을 받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눈먼 돈 일단 받고 보자’는 식으로 앞 다퉈 사업을 쏟아 내고 있다. 이렇게 제출받은 지역사업이 410개로 총 사업비가 134조원에 달한다.대부분이 본예산에서 제외되고 예비타당성조사에서도 떨어진 부실사업들이다.

게다가 모든 계층의 삶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복지지출을 확대하고 있다. 복지병이라는 상처만을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사민주의복지가 70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이렇게 써도 되나 싶을 정도로 쓰고도 추경을 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10% 이상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당은 13%늘린 530조원의 초슈퍼예산을 정부에 요구했다.염치가 없다. 우리나라 재정승수는 0.15까지 떨어졌다. 다시 말해 6조7000억 원의 추경을 투입해도 GDP는 0.06%인 1조원 정도가 증가한다. 현 정부처럼 비효율적인 곳에 재정을 투입하고 정책부작용을 메우는데 쓴다면 재정승수는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높다. 2분기에 민간의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정부가 비대해 질수록 민간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재정확대를 통해 경기침체를 극복하려고 하면 할수록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저성장은 구조적으로 고착화된다.

정책의 혜택보다 기회비용이 크다면 정책을 수정하거나 중단하는 것이 당연하다.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지 않고 그 부작용을 재정으로 때우려는 재정만능주의로 때우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남게 된다. 나라 곳간이 텅 비고 국가 몰락의 길로 가는 것은 순식간이다.

에너지경제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