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추억과 예술이 공존하는 도시, 안양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8.2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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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예술공원의 독특한 공연장.

[에너지경제신문 이석희 기자] 흔히들 여행 간다고 하면 멀리 떠나서 하루 정도 자고 와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바로 옆, 다른 고장을 가는 것도 여행이다. 서울에 살다보면 수도권에도 가볼 만한 곳이 많다. 경기도 안양도 그중 한곳이다. 안양은 흔히들 예술의 도시라고 한다. 유명한 학교 덕분인줄 알았다. 하지만 안양을 가보면 시내 곳곳에 다양한 박물관과 예술공원이 많다.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안양을 다녀왔다. 돈도 시간도 낭비하지 않는 알뜰 여행지로서 제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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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예술공원내 전시된 작품.

#안양예술공원과 김중업 건축 박물관

지하철 안양역이나 관악역에 내려 버스를 타고 10여분 가면 아름다운 예술공원이 나온다. 안양을 대표하는 안양 예술공원이다. 안양 6경에 들어갈 만큼 경치도 빼어나다. 관악산과 삼성산 사이의 계곡에 흐르는 맑은 물과 울창한 숲이 주변의 전통사찰 및 문화재와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전망대, 1평 타워, 하늘다락방, ‘물고기의 눈물이 호수로 떨어지다’ 등 공원 곳곳에 국내외 유명작가의 예술작품 54점 203개가 설치되어 있다.

안양예술공원은 원래 안양유원지로 불렸다. 지난 2005년 하천 정비 등 기반시설정비와 노후 불량 건물을 철거하고 주택을 새로 지어 주변 환경을 정비하는 한편, 유원지 상류에 소형 댐을 만들어 사계절 맑은 물이 흐르도록 했다. 여기에 인공폭포, 야외무대, 전시관을 비롯해 광장, 산책로, 조명시설 등을 설치했다. 공원사업과 연계해 제1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추진해 예술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안양예술공원 주변에는 울창한 숲 사이로 잘 발달한 여러 등산로가 있으며, 안양사, 염불암 등 전통사찰과 보물 제4호인 중초사지당간지주를 비롯해 석수동 마애종(경기도 유형문화재 제92호), 안양사 귀부(경기도 유형문화재 제93호), 중초사지 3층 석탑(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64호) 등이 있어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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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업건축박물관 내부모습.

안양예술공원에서 걸어서 1분이면 김중업건축박물관에 닿는다. 김중업은 우리나라 근대건축계의 거장이다. 서울에 있는 프랑스대사관, 삼일로 빌딩, 평화의 문 등을 비롯해 수많은 건축물을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고향이 평양인 김중업 건축 박물관이 아무런 연고도 없을 것 같은 안양이 지어진 것은 이런 사연이 있어서다. 김중업건축박물관은 원래는 유유산업 공장이었는데 리모델링했다. 바로 이 공장을 김중업 선생이 설계했다.

유유산업 공장은 그의 초기 작품으로 공장건물에 조각 작품을 접목시키는 등 독특한 형태를 갖고 있다. 현재 그가 설계한 건물 중 김중업관과 문화누리관 등 4개 동이 있으며 이를 리모델링해 전시관 및 사무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부지 내에는 보물 제4호로 지정된 중초사지 당간지주와 고려시대 삼층석탑 등이 있다. 4차에 걸친 발굴조사로 안양(安養)이란 지명의 유래가 된 고려시대 안양사(安養寺) 명문기와가 출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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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에서 출토된 다양한 토기들. 안양박물관에서 볼수 있다.

김중업건축박물관은 안양의 뿌리와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안양사지와 근대 건축계 거장의 건축물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장소다. 안양박물관은 선사시대 유물부터 근현대 유물까지 안양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어 안양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안양의 지명이 유래한 안양사지 경내에 있어 도시의 정체성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상설전시는 삶의 시작(선사시대, 삼국시대), 안양의 기원(통일신라, 고려시대), 문화의 전승(조선 시대), 도시의 성장(근, 현대)으로 구성되어 안양의 시간을 걷고, 보고, 느낄 수 있다.

안양박물관은 2004년 9월 평촌아트홀에 ‘안양역사관’으로 개관해 다양한 소장품을 통해 안양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 활발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의 역사의식 성장에 기여했다. 이후 2015년 ‘안양박물관’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2017년 9월 안양예술공원 내에 새롭게 개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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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의 지명이 유래된 안양사모습.

#안양시민들의 쉼터, 수리산

수리산은 안양시, 군포시, 안산시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489m이다. 수리산은 한강 남쪽에서 서울을 감싸고 있으며 남북으로 능선이 길게 뻗어 있다. 정상에서는 안양시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며 주변에는 관악산, 수암산, 군자봉 등이 둘러싸고 있다. 수리산 자락에는 맑은 물이 솟아나는 약수터가 많고 상연사, 용진사, 수리사 등의 사찰이 있다. 산이 낮고 험하지 않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여성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

일부 풍수연구가들은 아주 먼 옛날 천지개벽이 일어났을 때 서해 바닷물이 이곳까지 들어와 수리가 앉을 만큼 낮았다 하여 수리산이라 불린다고도 한다.

수리산에는 4개의 등산코스가 있다. 제2만남의 광장(공군부대 입구)∼수암봉∼담배촌(최경환 성지)로 이어지는 4km, 약 2시간정도 걸리는 코스도 있고, 병목안시민공원∼석탑∼백영약수터∼관모봉∼태을봉∼수암봉∼병목안시민공원은 약 13.4km로 3시간 30분정도 걸리는 코스도 있다.

수리산에는 안양 5경으로 꼽히는 수리산 성지가 있다.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최경환(1805~1839)은 김대건 신부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신부가 된 최양업 토마스(1821~1861)의 아버지이다.

충남 청양군 화성면이 고향으로 부인 이성례 마리아(1800~1840)와 담배촌(안양9동)에 정착, 교우촌을 이루고 천주 신앙을 전파하던 중 1839년 천주교를 탄압하던 기해박해가 일어나자 한양을 오가며 순교자들의 유해를 거두어 안장했다. 불안해하는 교우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돌보던 중, 그 해 7월 31일 서울에서 내려 온 포졸들에게 압송되었다.

최경환은 배교하라는 고문과 회유 속에서 신앙을 고수하며 모진 형벌을 받다가 그해 9월 12일 포청옥에서 순교하였다. 부인 이성례도 그 이듬해 1월 31일 용산 당고개에서 참수되었다. 최경환의 시신은 담배촌에 묻혔다가 명동성당으로 천묘 후 다시 양화진성당으로 옮겨졌다.

1925년 7월 5일 교황 성 비오 10세에 의해 복자위에 올랐고,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을 위해 방한 중이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1984년 5월 6일에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수리산성지는 2000년에 순례지로 지정되면서 새롭게 문을 연 성지이다. 수리산성지는 가묘와 함께 예수님의 고행을 표현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 초기 한국교회의 역사와 순교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며, 전국 각지에서 천주교 신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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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산 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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