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법’ 처리 놓고 홍역 앓는 홍콩…주말 시위 중 또 폭력 사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9.01 14:20

▲31일 송환법 반대 시위에 나온 시위 참가자들이 중국 오성홍기와 나치 문양을 결합해 만든 깃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정희순 기자]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처리를 두고 홍콩 내 내홍이 깊어지는 가운데, 31일(현지시각) 주말 시위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1일 외신 등에 따르면, 13주째 이어진 이번 주말 시위에서는 경찰의 최루탄과 시위대의 화염병이 충돌했다. 이날 시위대는 완차이의 경찰청 부근 도로에서 바리케이드 등을 모아놓고 불을 질렀다. 폭발음과 함께 불길과 검은 연기가 치솟았으며, 시위대가 불 속으로 화염병을 던지는 장면이 목격된 것으로 전해졌다. 불은 소방관들에 의해 진화됐다.

빅토리아공원 인근에서는 시위대와 대치하던 경찰이 총구를 하늘로 향해 실탄 한 발을 경고 사격했다. 경찰의 실탄 경고사격은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서 경찰은 입법회 건물 부근에서 벽돌을 던지는 시위대에 맞서 최루탄을 발사했고 시위대는 이에 대항해 화염병으로 맞섰다.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으로 정부청사 외부에 설치된 바리케이드에 불이 붙고, 시위대가 대형 새총으로 경찰을 향해 벽돌을 발사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시위 중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는 여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파란색 염료가 들어간 물대포를 발사했다. 경찰은 앞서 과격 시위대를 식별하려고 이러한 방법을 쓸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이날 성명을 통해 "경고를 반복한 후,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과 최소한의 경찰력을 투입했다"면서 "경찰청사에 화염병이 날아들기도 했다. 시위대에 모든 위법행위를 중단하고 즉각 떠날 것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진압경찰을 피해 장소를 옮겨가며 시위를 이어갔다.

일각에서는 정부청사가 홍콩주둔 인민해방군 사령부 건물과 인접한 만큼, 정부청사 부근에서 시위가 계속되면 중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이 공들여 준비 중인 건국 70주년 국경절(10월 1일) 행사 때까지 시위가 이어지면 중국 정부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날은 지난 2014년 8월 31일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제를 결정한 지 5년째 되는 날이기도 했다. 애초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은 센트럴 차터가든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행진하며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할 계획이었지만 경찰은 이를 허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위대는 이날 오후 경찰의 집회 금지 명령을 비껴가려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종교 집회 형태로 십자가를 들고 찬송가를 부르거나, ‘도심 대규모 쇼핑 여행’을 내세워 거리를 행진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행진 대열에는 중국 오성홍기를 연상시키는 붉은색 바탕에 노란 별로 나치 상징인 스와스티카 문양을 그려 넣은 대형 천이 등장했다.

천에는 ‘차이나’와 ‘나치’를 합성한 것으로 보이는 ‘차이나치(CHINAZI)’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홍콩 당국은 이날 중련판 인근 지하철역을 비롯해 시위가 벌어진 지역의 지하철 운행을 중단하고 역사를 폐쇄했으며, 홍콩 도심인 애드미럴티에서는 이날 오후 폭력충돌로 일부 도로가 폐쇄돼 교통체증을 빚었다.

일부 시위대는 지하철역에서 망치로 감시카메라를 망가뜨리거나, 지하철 운행을 제한한 홍콩철로유한공사(MTR사)에 항의하며 역사 시설을 훼손하기도 했다.

▲31일 홍콩 정부청사 옆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 옆으로 최루탄이 떨어지고 있다.(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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