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버스 해부②] 쉐보레 SUV의 진화···넓은 공간에 안정적 주행성능까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9.05 14:11

[시승기] 한국지엠 트래버스, 기본기 탄탄한 미국車

국내 시장에서 그간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한국지엠이 신차를 앞세워 반전을 꾀한다. 선봉으로는 북미 시장에서 찬사를 받고 있는 ‘쉐보레 트래버스(Traverse)’를 내세웠다. 트래버스는 쉐보레의 대형 SUV 제작 노하가 집약된 차다. 압도적인 차체 크기, 강력한 퍼포먼스, 뛰어난 견인 능력, 첨단 안전장비 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래버스가 출격하며 팰리세이드, 모하비, G4렉스턴 등이 경합을 벌이던 국내 대형 SUV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 전망이다. 익스플로러를 판매하는 포드 등도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에너지경제신문은 한국지엠의 야심작 트래버스의 장단점을 분석해봤다. [편집자주]

▲한국지엠이 선보인 쉐보레 트래버스.


직접 만나본 쉐보레 트래버스는 우선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다. 5.2m에 달하는 길이와 높은 전고를 바탕으로 ‘SUV를 타는 느낌’이 들게 해준다. 외관은 투박하면서도 간결한 편이다. 쉐보레의 최신 패밀리룩이 적용돼 간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동급 최대 차체 크기에서 나오는 당당한 위용을 배가시킨다. 최근 소개되는 국산 대형 모델들과 비교하면 보다 SUV 본연의 모습에 집중한 모습이다. 쓸데없이 멋을 낸 부분이 거의 없다.

넓은 공간 활용성을 자랑한다. 1·2·3열 모두 승차하기에 전혀 부담이 없을 정도다. 3열 공간은 오히려 1열만큼 넓은 무릎 아래 공간을 제공했다. 트렁크 적재량은 기본 651ℓ다. 3열 시트를 접으면 1636ℓ, 2·3열을 모두 접으면 2780ℓ까지 늘어난다. 캠핑용 제품을 싣고 다니기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다. 아이소픽스가 3열에 없다는 점은 아쉽다. 별도 장착이 어려운 부분은 아니지만 ‘미국차는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다.

한국지엠이 선보인 쉐보레 트래버스.

▲한국지엠이 선보인 쉐보레 트래버스.

한국지엠이 선보인 쉐보레 트래버스.

▲한국지엠이 선보인 쉐보레 트래버스.


2·3열과 조수석에 앉아본 느낌은 ‘합격점’이었다. 탄탄한 하체를 지닌 차가 아니지만 3열도 편안했다. 2·3열에 USB 충전포트가 제공되고 곳곳에 컵홀더를 비롯한 공간이 많아 활용도가 높아 보인다. 2열에는 독립식 시트가 적용됐다. 2열 바닥이 평평하다보니 3열로 넘어가거나 이동할 때 수월했다. 2열 시트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저절로 앞으로 기울어지면서 전면으로 이동한다. 3열 탑승자들을 위한 배려다.

주행사진_쉐보레 트래버스 공식 출시_4

▲한국지엠이 선보인 쉐보레 트래버스.

운전석에 앉으니 탁 트인 시야가 제공돼 만족스러웠다. 중형 SUV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열선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통풍 시트, 트라이존 오토 에어컨 등 필요한 기능은 다 제공한다. 미국에서 수입되는 차량이다보니 국내 소비자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옵션이 없는 경우도 있다. 룸미러에 하이패스를 달 수 없다거나 크루즈 컨트롤이 스마트가 아닌 일반이라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지엠이 선보인 쉐보레 트래버스.

▲한국지엠이 선보인 쉐보레 트래버스.

캐딜락 차량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가 장착됐다. 고해상도 광각 카메라를 통해 최대 300% 향상된 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 2·3열에 짐이나 사람을 태우고도 안전하게 후방을 확인할 수 있어 편리했다.

고속 주행이 안정적이다. 성인 남녀 4명을 태우고 달렸지만 차량이 무겁다는 인상은 크게 들지 않았다. 쉐보레 트래버스의 공차중량은 2090kg다. 엔진 출력은 모자람이 없다. 직분사 엔진은 6800rpm에서 최대출력 314마력, 2800rpm에서 최대토크 36.8kg·m의 힘을 발휘한다.

9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하다 보니 엔진 회전 수를 높일 일이 많지 않았다. 일부러 무리하게 가속을 해보니 꽤나 강렬한 엔진음을 냈다. 고속도로에서 원하는 만큼 속도를 내는 데 무리가 없다. 하체는 물렁한 편이지만 달릴 때는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브레이크 답력이 다소 약하다는 점은 아쉽다.

한국지엠이 선보인 쉐보레 트래버스.

▲한국지엠이 선보인 쉐보레 트래버스.

고속도로를 150km 가량 달린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정숙성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풍절음과 노면 소음을 상당히 효율적으로 차단해준다. 세단처럼 조용하지는 않지만 대형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가솔린 엔진이다 보니 디젤차를 몰 때와 같은 진동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스마트(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없다는 것은 단점이다. 동급 경쟁 차종들이 반자율주행에 가까운 옵션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만을 위해 상품성 개선이 필요하겠다는 지적이다.

오프로드 코스를 짧게 달려보니 4륜구동 시스템이 진화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트래버스에 기본 적용된 4륜구동 시스템은 스위처블 AWD(Switchable AWD) 기술로 주행 중 필요에 따라 FWD(전륜구동) 모드 및 AWD(사륜구동) 모드를 상시 전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특히 FWD 모드 시에 프로펠러 샤프트의 회전을 차단해 불필요한 동력 손실을 줄일 수 있다. 4륜구동방식을 적용했음에도 높은 연료 효율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기본기가 탄탄한 정통 미국차다. 한국지엠이 국내 운전자들을 위해 몇몇 세심한 배려를 해줄 경우 상품성이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수입 대형 SUV 중 상당히 낮은 수준의 가격을 갖췄다는 점과 동급 최고 수준의 크기와 공간활용성을 제공한다는 점이 포인트다.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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