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준금리 인하두고 갑론을박...그린스펀 "증시에 달렸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9.05 16:06

무역전쟁 장기화로 전세계 경고등
각국 중앙은행 금리인하 등 강구책
美제조업 PMI 3년만에 50선 하회
美 나홀로 호황서 경기 위축국면 진입

▲(사진=연합)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등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가 침체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 무역전쟁은 교역량을 줄일 뿐만 아니라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기업의 투자심리를 저해하는 등 세계 곳곳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 유럽과 아시아에 이어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3년 만에 처음으로 위축 국면으로 돌아서면서 그간 나홀로 호황을 누리던 미국 경제에 이상 조짐이 감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관세 폭탄을 주고 받으면서 무역분쟁이 언제 ‘합의’에 이를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은 가운데 시장에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 "경기침체 대응해야…" 경기부양 카드 꺼내는 주요국 중앙은행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를 단순히 ‘우려’로만 보지 않는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경기 부양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3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6.2%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중국 인민은행은 최근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4.25%를 고시하면서 3년 10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1년 만기 대출금리는 2015년 10월부터 4.35%로 유지되고 있는데 인민은행이 이날 ‘1년 만기 LPR’를 4.25%로 고시하면서 사실상 기준금리를 0.1%포인트 낮췄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중국 경제의 하방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경기 부양을 위해 적절한 시기에 지급준비율을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지급준비율은 은행이 고객들로부터 받은 예금 가운데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비율을 말한다. 지급준비율이 낮아지면 은행이 대출에 쓸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나면서 시중에 돈이 풀리는 효과가 생긴다.

중국에 이어 인도네시아 정부도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경기 악화 때 비상조치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태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3%를 지키겠다고 강조하며 3160억 바트(약 12조5000억원)에 달하는 긴급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홍콩 정부도 경기침체를 방지하기 위해 191억 홍콩달러(약 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부양책을 최근 제시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지난 7월에 이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10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도 예외가 아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제조업 경기가 7개월 연속 위축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로존의 지난 8월 제조업 PMI는 47.0로 전월의 46.5보다 소폭 개선됐지만 성장과 위축을 가르는 기준인 50을 7개월째 밑돌고 있다. 유럽 경제의 심장인 독일 역시 지난 2분기에 -0.1% 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10년물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ECB가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ECB는 오는 12일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한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소식통들을 인용해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의 불확실성 등이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책을 가동하는데 시간을 지체할 이유가 없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칠레도 기준금리를 연일 큰 폭으로 인하하고 있다. 칠레 중앙은행은 지난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2.5%에서 2.0%로 0.5%포인트 인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0.5%포인트 인하한 이후 3개월 만에 또 다시 큰 폭으로 인하한 것이다. 이로써 칠레 기준금리는 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AP/연합)


◇ 美 9월 금리인하 기대감 속 연준, "美경제 완만한 속도로 확장"

이렇듯 세계 각국들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은 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해 이달과 12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는 8월 PMI 발표 직후에 "기준금리가 너무 높은 선에서 유지되고 있다"며 인하 필요성을 주장했다. 글로벌 금융회사 ING그룹은 연준이 이달과 12월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ING는 "ISM 제조업 지표는 역사적으로 가장 훌륭한 선행지표 중 하나다"며 "현재 지표의 모든 핵심 구성요소가 모두 위축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이 가장 크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F 금리선물 시장은 이번달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을 90.4% 반영했다.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9.6%다. 페드와치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0.5%포인트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0%로 봤지만, 불과 일주일 새 연준이 금리를 더욱 큰 폭으로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연준이 미국 경제에 대해 "완만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단기적인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준은 지난 4일(현지시간) 발표한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 북’에서 "미국 경제는 지난달 말까지 완만한(modest) 속도로 확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 베이지북 내용과 전반적으로 동일한 평가다. 앞서 연준은 지난 4월 베이지 북에서 미국 경제 성장세를 ‘다소 미약한’(slight-to-moderate) 수준으로 평가했지만, 6월과 7월 보고서에선 ‘완만한’ 수준으로 다소 개선된 진단을 내놓은 바 있다.

베이지 북은 12개 연방준비은행(연은) 관할지역의 흐름을 평가한 것으로,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 기초 자료로 쓰인다. 연준은 12개 지역 중 다수 지역에 대한 완만한 경제 성장을 보고했다. 다만 제조업 활동은 ‘소폭 둔화’(down slightly)한 것으로 평가됐다.

연준은 "관세와 무역정책의 불확실성 우려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부분 사업분야에서 단기적인 낙관론이 유지됐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이번 보고서는 연준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시점에 나온 것으로, 미국 경제가 조만간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것 같지는 않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여기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경기둔화에 따른 불확실성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7월 금리인하에 나선 점을 고려하면 9월 추가 금리 가능성은 불투명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미국의 향후 금리인하 여부와 함께 금리인하 속도, 추가적인 정책 실시 여부가 모두 안갯속에 빠진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93) 연준 전 의장의 CNBC 인터뷰(사진=CNBC 화면캡쳐)


◇ "美침체, 증시에 달려…마이너스 금리 시간문제"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큰 만큼 연준의 선제적인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앨런 그린스펀(93) 연준 전 의장은 이날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은) 경제에 있어 ‘부(富)의 효과’의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이런 변동성 장세는 우리가 충분히 이해하거나 측정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상할 수 있지만 (침체 여부는) 상당 부분 증시에 달려있다"면서 "주요 증시가 조정을 받는다면 우리 경제가 매우 짧은 지연을 느끼게 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당신이 만약 차트분석가라면 증시가 어디로 향할지 약간 걱정되는 시기라는 점을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뉴욕증시가 꺾이게 되면 미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글로벌 경제를 훼손하는 중대 이슈로는 미·중 무역전쟁을 꼽았다. ‘마이너스 금리’도 거듭 예고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전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꽤 많이 보고 있다"면서 "미국에서도 단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마이너스 금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인구의 중대한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며 인구 고령화로 채권 투자수요가 늘면서 금리 하락 폭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채권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특히 최장기물인 30년 만기 미국 국채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0년물 미 국채 금리는 현재 1.9% 선에 머물고 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미 국채 수익률이 ‘제로’(0) 밑으로 떨어지는데 아무런 장벽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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