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현실정치엔 허조가 없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9.23 09:36
세명대 이상휘 교수

▲이상휘 세명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조선조 초기의 재상 허조(許稠 1369∼1439).그는 척추가 안좋았다.성격은 꼬장꼬장 했다. 무슨 말이든 토를 달고 문제를 제기했다. 깡마른 체격의 말라깽이다.송골매 재상이라고 불렸다. 매가 사냥감을 공격하듯 상대를 공격하기 때문이었다.그는 관료를 등용하는 인사를 관장했다. 예조와 이조판서를 지냈다. 네명의 왕을 섬겼는데, 그 중 세종대왕이 특히 그를 아꼈다. 그러나 미워하기도 했다 . "허조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중요한 정책결정에 그는 항상 있었다.세종의 원칙이었다.항상 문제점을 지적했고, 방법을 따졌다. 청백리의 상징이었고 충신었다.왕에 대한 직언으로는 그를 따를 자가 없었다. 세종을 도와 여진족을 토벌하는 북방정책을 성공시켰다. 균형된 인사로 인재를 고루 등용했다.세종을 알고자 하면 반드시 알아야 할 사람이다

세종은 경연을 즐겼다. 절대 왕권의 군주였지만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받아들이는 것도 적극적이었다. 경연은 재위기간동안 1천9백여회나 열렸다. 단순히 고전을 읽고 공부하는 자리가 아니었다.국정운영의 고민을 담았다. 백성을 다스리는 정책결정을 경연을 통해서 찾았다. 경연은 열띤 토론의 장이었다. 그런 토론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문제점을 찾았다. 세종의 위대한 업적은 경연토론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허조는 경연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 토론하는 정책에 대해 문제점만 따졌다.결코 긍정적이거나 호의적이지 않았다. 수도 없는 문제와 방법을 물고 늘어졌다.매가 사냥감을 쫓듯이 말이다.악마의 반론자였던 것이다.여진족 토벌정책도 그러했다. 태종의 대마도 정벌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았다. 세종은 경연토론에 이 문제를 올렸다. 과감한 결단과 용기,높은 사기만으로는 부족했던 것이다. 1년여를 토론했다.허조는 철저히 문제점을 따졌다. 날씨며,군량미,군사들의 의복,지형 등등을 말이다. 결국 허조의 이러한 깐깐함이 주효했다. 모든 준비가 완벽했다. 결국 세종은 여진족 토벌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다. 세종의 인재등용은 과감했다.요즘같은 청문회제도는 없었다. 그러나 인재 등용에 체계적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간택과 평의,중론을 거치게 했다.절대권력인 왕이 지명한다고 해서 등용되지는 않았다. 해당업무의 관료들이 간택에 대한 평가, 즉 평의를 했다. 그리고는 시중의 평가를 듣는 중론의 과정을 거쳐야 최종 간택이 되었다.이 과정을 허조가 관장했다.

인사의 전횡과 독점을 막은 것이었다. 왕도 어쩌지 못하게 말이다. 세종이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에게는 허조가 없다.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시스템과 제도,체제가 다를 뿐이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파문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혼란스럽다. 상식적이지도 못하다. 인사에 대한 오만으로 느껴진다. 정파적 대결구도만이 보인다.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이다. 대통령의 인사권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다. 국회로 하여금 청문회라는 검증절차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의 경제정책,북핵문제를 둘러싼 국방안보 정책, 미국과의 관계,일본과의 관계 등 외교정책, 어느 것 하나 시원한 것이 없다.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따로 있다.현 정부와 여권의 일사분란함이다. 반대도 없고 비판도 없다. 조국 장관 가족의혹은 보편적 인식에서 벗어난다.본인의 의혹은 명확하지 않다 치더라도.

가족의 불법,탈법은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여권은 옹호한다. 조국 장관은 법무장관이다. "법을 지키라"고 말한다면 뭐라 답할까, "조국장관 가족이나 법 지키세요"라고 하지 않을까, 일부 여당 의원들이 입바른 소리를 하긴 했다. 혼이났다. 소위 ‘SNS 이지메’를 당했다. 당 대표는 "정권을 빼앗겨서는 안된다"며 단일대오 유지를 압박한다. 지켜보면 살벌한 분위기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여론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여론을 앞장서서 공격한다.이를 말리고 비판하는 여권인사는 아무도 없다. 경제,안보,외교도 그렇다. 무수한 정책적 오류가 나오고 있다. 통계로도 나타난다. 그런데도 용기있게 나서는 사람은 없다. 과감하게 정책전환을 말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다. 고작 야권에서만 비판하고 나선다. 한계가 있다.

다분히 정치적 의도로 치부해 버리면 그만이다.대중적 호응도 끌어내기 힘들다.국민들이 불안하게 생각한다. 그냥 달리는 폭주기관차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역대 정권 중 가장 일사분란하다. 흔들림없는 단일대오 유지다.

과연 그것이 약이 될까? 국정운영에는 비판이 중요하다. 삐딱한 시선이 필요하다. 야권을 염두에 두는 말이 아니다. 정권획득을 목표로 하기에 비판의 설득력이 떨어진다.중요한 것은 권력 내부다.내부의 감시자와 비판론자다. 이런 사람이 없으면 실패한다.도로위에 신호등이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조국 장관의 임명을 안된다며 물고 늘어진 사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문제가 있다며, 꼬치꼬치 따지고 반발했다면 임명할 수 있었을까. 국회청문회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경제정책의 과감한 전환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북한과의 관계도,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도, 꼼꼼이 따지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었을까,

문제를 공론화하고,일일이 따지며,제동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좋은 제도,좋은 정책은 그냥 나오는게 아니다. 눈과 귀는 양쪽을 다보고 들으라고 두 개씩 달려있다.

지금 정부는 그게 문제다. 비판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한쪽이 없다. 대통령의 임기는 3년 남았다. 그리 많은 시간이 아니다. 조급하다 해서 서둘면 안된다. 물러서면 죽는다는 원시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국민들은 야박하지 않다. 솔직함에 감동하고 노력함에 감사한다.

적진을 돌파하기 위한 신무기가 필요한게 아니다. 허조와 같은 문화와 사람을 찾는게 급한일 이다. 조선왕조에서도 그러지 않았는데, 행여, 일사분란한 단일대오만을 강요한다면,전체주의로 비칠 뿐이다.

서예온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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