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상생 협약
설비 10조·R&D 3조 투자
2025년까지 '퀀텀닷' 전환
5년간 8만 1000명 고용 유발
소재·부품·장비기업 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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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일 오전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 협력 협약식’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세계 1위'를 지키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13조 원의 공격적인 투자를 집중해 오는 2025년까지 기술 방향을 액정표시장치(LCD)에서 ‘퀀텀닷(QD·양자점 물질) 디스플레이’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 기술 개발과 민간 투자 활성화 지원을 약속하고 정부 차원의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와 정부가 이처럼 한목소리를 내면서 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 강국을 넘어 차세대 디스플레이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디스플레이 코리아’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삼성, QD 디스플레이에 '13조'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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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는 10일 "대형 디스플레이 산업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기 위해 2025년까지 QD 생산라인 구축에 10조 원, 연구개발(R&D)에 3조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대규모 집중 투자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를 발전시키고 생산량이 증가하는 데 따른 간접 고용유발 효과도 5년간 8만 1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이 같은 계획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세계 1위 디스플레이 회사 삼성’이란 의지가 담겨 있다. 삼성은 창업주 고 이병철 전 회장이 1967년 전자 산업에 진출했고, 2004년 4월 소니와 LCD 생산 합작 회사인 S-LCD를 설립해 디스플레이 산업에 첫발을 들였다. 소니를 설득해 합작을 주도한 주역이 당시 상무였던 이재용 부회장이었다. S-LCD는 현 삼성디스플레이의 전신이다.
이 부회장은 S-LCD 등기이사를 맡아 회사 경영에 공식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그룹 후계자 수업에 들어가 경영 능력을 검증 받는 계기가 됐으며, 이후 일본 소니를 누르고 TV 시장 ‘세계 1위’로 키워냈다.
하지만 최근 중국발 저가 공세에 따른 공급 과잉 심화와 수요 둔화로 LCD 사업이 부침을 겪어왔다. 수익성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당장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반토막 났으며, 지난 2분기 7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이마저도 애플이 약속한 패널 주문량을 맞추지 못해 지급한 보상금으로 일회성 수익에 불과했다.
여기에 부가가치가 높은 대형 LCD 패널(9.1인치 이상) 시장점유율은 매출 기준 7.1%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존재감은 미미한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지난 8월말 삼성디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 LCD 사업이 어렵다고 해서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을 포기해선 안 된다"며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강화하라고 주문해왔다. 이렇듯 이재용 부회장의 이번 투자 발표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해 이 시장 수위에 올라 명실상부한 ‘글로벌 디스플레이 1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가 담겨 있는 셈이다.
◇ 정부, 기술개발·인력 양성 등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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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1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 |
정부 역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고민거리다. 디스플레이는 지난 8월 현재 137억 1300만 달러를 수출해 전체 수출의 3.7%를 차지했다. 여기에 LCD 패널 가격이 급락하자 우리 수출 역시 올해 8월까지 7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12대 신산업으로 선정해 육성하고 이를 강화하도록 주문한 이유다.
특히 정부가 주목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협약식에서 "디스플레이 산업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며 "우리는 세계 1위 OLED 경쟁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도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디스플레이 분야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향후 7년간 4000억 원의 예산을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과 인접한 충남 천안에 신기술을 실증·평가하는 ‘디스플레이 혁신 공정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는 한편 디스플레이 대기업과 소재·부품 중소기업 간 공동 개발 등 상생 협력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디스플레이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해 향후 4년간 2000명 규모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연구·산업 인력을 배출하겠다고 공언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에 맞춰 국내 대학들과 함께 ‘디스플레이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 산학 협력도 강화할 예정이다.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