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닫은 金, 어깨 무거운 文대통령...믿을건 결국 북미회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1.16 10:33

북한, '금강산 시설 철거' 일방적 철거단행 최후통첩

"南, 美무서워 금강산관광 시설 방치"...비아냥 계속

미국엔 유화적 반응..."근본해결책 제시하면 만나겠다"

꽉 막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북미대화시 진전 기대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


북한이 미국의 한미 연합훈련 축소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향후 북미 대화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가운데 남측을 향해서는 금강산 시설 철거를 압박하면서 냉담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남측 시설 철거 요구와 관련해 대화와 합의를 통한 원칙을 거듭 확인하면서도 북한의 마음을 풀 수 있는 '뾰족한 해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올해 남은 기간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전을 보이기 위해서는 북한과 미국 간의 대화 재개를 희망하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북한 "금강산 시설 철거 시간끌지 말라"...정부에 최후통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협력의 상징으로 꼽히는 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한 것은 지난달 2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위원장은 당시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하며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들 시설에 대해 "민족성이라는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건축미학적으로 심히 낙후", "건설장의 가설건물을 방불케 하는", "자연경관에 손해", "관리가 되지 않아 남루하기 그지없다"라는 표현 등으로 비판했다.
    
특히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하여 금강산이 10여년간 방치되어 흠이 남았다고, 땅이 아깝다고,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되었다고 심각히 비판했다"고 전했다.

이후 북한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지시가 나온지 이틀 만인 지난달 25일 통일부에 남측 시설 철거 문제를 '문서교환' 방식으로 논의하자는 통지문을 보냈다. 시설 철거 외에 실질적 쟁점에 대해 남측과 직접 만나 논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하며 직접 대면 협의가 아닌 문서교환 방식의 협의를 제안한 것이다. 

금강산 지역에는 북한이 2010년 몰수한 이산가족면회소와 소방대, 문화회관, 온천장, 면세점 등 정부 및 한국관광공사 소유의 자산과, 동결한 금강패밀리비치호텔, 금강펜션타운, 해금강호텔 등 민간 소유 자산이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북한이 '판'을 깨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북한이 제기한 문제를 포함해 금강산 관광 문제 협의를 위한 실무회담을 제안하는 통지문을 보냈다. 일단 대면 접촉부터 성사시켜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보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결국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달 14일 '금강산은 북과 남의 공유물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방적인 철거를 단행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조선중앙통신은 "우리는 11월 11일 남조선 당국이 부질없는 주장을 계속 고집한다면 시설철거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고 일방적으로 철거를 단행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시간표가 정해진 상황에서 우리는 언제까지 통지문만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허송세월할 수 없다"며 "즉각 우리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금강산은 북과 남의 공유물이 아니다", "금강산 개발에 남측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며 금강산 개발 과정에서 남측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는 방침도 시사했다. 


◇ 청와대 "대화 통해서 풀자"...북한 외면속 원칙론 고수

그럼에도 우리 측 정부는 북한의 금강산 시설 철거 요구에 대해 '대화'와 '합의'를 통한 해결만 거듭 강조하며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5일 '금강산 사업자 대상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앞으로도 사업자와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그야말로 '창의적 해법'을 마련을 계속 검토해나가겠다"며 "남북한이 만나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차분하게 대응하겠다"며 "계속적으로 북미 간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큰 틀과 마찬가지로 금강산 (문제의) 해결 또한 대화를 통해 함께 지혜를 짜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우리 정부가 북한에 보낸 여러 반응에 대해 북한은 '무대응'과 '무시'로 대응하면서 정부 역시 너무 희망찬 기대를 보내기보다는 긴 호흡을 갖고 아예 반응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북한이 남측을 향해 "미국을 무서워한다"고 비아냥거리는 등 남북미 문제와 관련해 노골적으로 남측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조선중앙통신은 15일 "사대의식에 쩌들은 남쪽의 위정자들은 풍전등화의 이 시각에조차 정신 못 차리고 '금강산관광 문제를 조미 협상에서 다루어야 한다',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어야만 실효적인 관광 협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얼빠진 소리를 하면서 미국에까지 찾아가 속사정을 털어보려고 하지만 상전의 표정은 냉담하기만 하다"라고 비아냥거렸다.

또 "미국이 무서워 10여년 동안이나 금강산관광 시설들을 방치해두고 나앉아있던 남조선당국이 철거 불똥이 발등에 떨어져서야 화들짝 놀라 관광 재개에도 끼워달라고 청탁하고 있으니 가련하다 해야 하겠는가 아니면 철면피하다 해야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북한 당국자들과 매체들은 문 대통령을 향해 "말과 행동이 다르다"라거나 '위선'과 '이중적 태도'를 주장하며 거친 막말을 쏟아내는가 하면 남측을 겨냥해 빈번한 '무력시위'를 강행하기도 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전 세계에 공개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라고 운운하기도 했다.


◇ 믿을 건 또 다시 '북미회담'...북한, 미국에 대화 의지 피력


일각에서는 결국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전을 보이기 위해서는 북한과 미국 간의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미국의 발언 하나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면서 미국이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할 경우 다시 실무협상을 할 의향이 있다고 거듭 밝혔다. 이는 남측의 금강산 시설 철거 관련 대화 제안에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면서 '대화 불가' 입장을 고수한 것과 상반된 태도다. 

김영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14일 발표한 담화에서 에스퍼 장관의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믿고 싶으며 조미(북미)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미국 측의 긍정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가 발표된 직후 나온 미 국방장관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나는 미국이 남조선과의 합동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 자체를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한미안보협의회(SCM) 참석차 13일(현지시간) 한국행에 오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외교적 필요성에 따라 훈련을 더 많거나 더 적게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은 오는 15일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연합공중훈련 조정 문제를 최종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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