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人 투자자, '우리금융'에 등 안돌렸다...손태승 '글로벌 감각' 적중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1.19 10:06

배당매력 높은데 PBR은 청산가치 하회...저평가 매력도↑

'DLF 사태로 인한 주가급락' 외인 입장에선 '저점매수' 기회

손 회장 영어실력-글로벌 감각 무기...외국인투자자 공략 성공

▲우리금융지주.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독 '우리금융지주' 주식만 꾸준히 사들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외국인은 독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로 금융당국의 점검이 본격화된 9월 초부터 오히려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매수세를 강화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올해 글로벌 투자자들과 직접 만나 우리금융그룹의 성장성과 인수합병(M&A) 성과를 적극 어필한 것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리를 공략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 외국인, 올해 들어 '우리금융지주' 집중 매수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1월 2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우리금융지주 주식을 무려 440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유가증권시장 내 외국인의 우리금융지주 순매수 규모는 삼성전자(4조6877억원), SK하이닉스(1조3143억원), 삼성SDI(8180억원), 카카오(7173억원), 삼성전기(5563억원) 다음으로 많다. 우리금융지주 상장일인 2월 13일을 기준으로 보면 외국인의 우리금융 매수 물량은 삼성전자(2조1630억원), 카카오(8530억원), 삼성SDI(6175억원), 삼성전기(5835억원)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특히 외국인은 DLF 손실 사태로 금융당국의 점검이 본격화된 시기에도 우리금융지주의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다. 외국인은 9월 1일부터 이달 18까지 우리금융지주 주식을 252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의 우리금융지주 순매수 규모는 전체 우리금융 매수 규모의 절반이 넘는다. 즉 DLF 사태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앞둔 상황에도 외국인은 변함없이 우리금융지주에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우리금융지주 주가도 조금씩 상승세를 타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유가증권시장 재상장일인 2월 13일 1만5300원에서 8월 29일 1만1250원으로 26% 급락했다. DLF 대규모 손실 사태로 인해 우리은행의 펀더멘털이 흔들릴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달 18일 현재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1만2300원으로 연중 저점 대비 9.3% 반등했다.


◇ DLF 사태, '저점매수' 기회로...지주사 성장성 '맑음'

외국인 입장에서는 우리금융지주 재상장 이후 금융업종 내 포트폴리오 비중을 맞추기 위해 의무적으로 우리금융지주 주식을 매입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매입 시기나 다른 지주사 등과 비교했을 때 단순 '구색 맞추기용'으로 우리금융지주를 사들였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이 우리금융의 '저평가 매력도'에 주목하고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우리금융지주의 올해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배로 청산가치(1배)를 하회한다. 이는 우리금융지주가 현재 보유한 모든 자산을 다 매각한다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도 현재 주가에는 미치지 못하는 ‘저평가’ 상태에 놓인것을 의미한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DLF 사태라는 악재로 우리금융지주 주가가 급락했을 때도 이를 오히려 ‘저점매수’의 기회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의 저평가 매력도와 함께 배당매력 역시 외국인의 구미를 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우리금융지주의 주당배당금(DPS)이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올해 현 주가 대비 배당수익률을 5.3%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신한지주(4.11%), KB금융(4.88%) 등 다른 지주사의 추정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우리금융지주가 올해 지주사 출범 이후 국제자산신탁, 동양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 등을 인수합병(M&A)하며 지주사의 틀을 잡아가고 있는 점도 외국인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미 비은행부문 계열사를 탄탄하게 육성한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하면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향후 성장성 측면에서는 더욱 후한 점수를 부여한 셈이다. 국내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배당매력은 물론 주가 역시 다른 지주사보다 매력적인 수준이다"며 "DLF 사태가 터졌다고 국내 은행이나 지주사가 파산할 가능성은 전혀 없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 시점을 매수의 타이밍으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 손태승에 반한 外人...영어실력에 글로벌사업 감각까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 (사진=연합)


특히 외국인이 우리금융지주의 주식을 꾸준히 매입한 것은 손 회장의 '글로벌 감각'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손 회장은 올해 들어 일본, 홍콩, 북미 등에서 글로벌 대형 투자자들, 국부펀드 등과 기업설명회(IR)를 갖고 우리금융지주의 성장 잠재력과 안정적인 이익 창출 능력 등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손 회장이 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하기 전 미국 LA지점장, 글로벌사업본부 부행장, 글로벌부문장 등을 역임하며 세계 주요 무대에서 실전감각을 쌓은 덕에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공략하는 것도 한층 수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손 회장은 해외 IR이나 다른 행사장에서도 통역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외국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정도로 영어구사능력이 유창하다"며 "영어 실력, 글로벌 감각 등 모든 부문을 종합해 봤을 때 우리금융그룹의 전략과 비전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단연 손 회장 뿐이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당국이 은행들의 고난도 사모펀드 판매를 제한하는 내용의 규제를 단행했음에도 우리금융지주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사모펀드 판매를 제한한 것은 비이자수익에 부정적이나, 이같은 우려는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또 당국이 사모펀드 판매에 대한 규제를 단행한 만큼 내년 중에는 금융사들의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는 ‘당근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국내 한 증권사 연구원은 "펀드 판매는 국내 은행들이 비이자이익을 늘리고 수익을 다변화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다"며 "단기적으로 금융당국의 규제는 실적에 부정적이나, 당국이 국내 금융사들의 수익 다변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다른 부문으로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기대에 부응하고, 기존에 약속한 것들을 차근차근 이행하기 위해 전 직원들이 노력하고 있다"며 "외형 위주의 영업전략에서 벗어나 고객 중심으로 꾸준히 체질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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