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기술유용 입증책임·중기부 처벌권한 강화 ‘반대’
"규제일변도로 대·중소기업 자율적 협력촉진 훼손"
"거래처 해외변경으로 국내 중소기업 오히려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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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한국경제연구원이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과잉처벌의 우려가 있다면서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국회에 건의했다.
한경연은 19일 "상생협력법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대기업인 위탁기업에 기술유용행위 입증책임 부과, 중소벤처기업부 처벌권한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면서 "개정안은 대기업이 기존에 거래하던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물품과 유사한 물품을 자체 제조하거나 제3자에게 제조를 위탁한 경우 대기업의 기술유용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입증책임을 대기업에 부과하도록 했다. 이런 경우 현재는 거래당사자가 중기부에 분쟁 조정 요청을 해야 중기부가 처벌할 수 있지만, 개정안은 분쟁 조정 요청이 없어도 조사 후 처벌이 가능하도록 처벌권한을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다음과 같은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전자제품을 제조하는 대기업 A사는 냉장고 생산을 위해 컴프레셔를 제작하는 중소기업 B사와 거래 중이다. 최근 A사는 또 다른 중소기업 C사의 제품을 테스트한 결과 품질이 우수하고 단가가 낮다는 결론을 내려 C사와 추가거래를 했다. 하지만 상생협력법 개정을 계기로 B사는 C사로 인해 거래가 감소한 데 불만을 품고 A사를 기술유용혐의로 중기부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후 A사는 수 만개의 부품으로 구성되고 기술변화가 빠른 전자산업의 특성상 수많은 기술유용 신고를 당할 우려가 크고, 매번 유용하지 않았음을 입증하기도 어려워 국내업체 대신 해외업체로 거래처를 전환할 생각이다.
한경연은 개정안이 상생협력법 입법 취지를 훼손하고 있고, 입증책임을 위탁기업에 전가해 기존 법체계와 배치된다며 반대했다. 또 조사 시효가 정해져 있지 않아 수십 년 전 행위도 처벌할 수 있고, 한번 거래 관계를 맺으면 혁신적인 제품이 나와도 기술유용 분쟁 우려로 수탁업체를 교체하기 어려워 계약자유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또한 "하도급법과 상생협력법에 의거 공정위와 중기부의 중복조사가 더욱 빈번해 질 수 있고, 동일 사안에 대한 중복 처벌은 물론 상이한 처벌도 가능해져 법적 안정성에도 문제가 생기며, 기업입장에서는 과도한 규제순응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개정안이 시행되면 국내 대기업들은 기술유용분쟁 등의 우려로 거래처를 해외업체로 변경할 가능성이 높아 국내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