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피해 기업에 최대 41% 배상 권고…6개 은행 배상액 총 255억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2.13 10:11

분조위 오른 4건 모두 은행 불완전판매 인정…평균 배상비율 23%

▲정성웅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대행)이 13일 여의도 금감원에서 키코 분조위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송두리 기자)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Knock-In Knock-Out)로 피해를 본 기업에 최대 41%를 배상하라고 했다. 평균 배상액은 23%로, 당초 예상치였던 20∼30%와 비슷한 수준이다.

분조위에 오른 6곳 은행에 권고된 배상액은 총 255억원이다. 이중 신한은행 배상액이 150억원으로 가장 많다.

금감원은 12일 키코 피해 기업인 일성하이스코, 재영솔루텍, 원글로벌미디어, 남화통상 등 4개 기업에 대한 분조위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자료=금융감독원.


김상대 금감원 분쟁조정2국장은 13일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4개 기업 분쟁조정은 대법원 판례에서 사례별로 인정된 키코 판매 과정의 불완전판매 책임에 대해서만 심의했다"며 "키코계약 체결 당시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준수 여부를 살펴 불완전판매 여부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분쟁조정 대상인 4개 기업은 키코 계약 당시 모두 불완전판매가 이뤄졌으며 은행들의 손해배상이 필요하다고 분조위는 판단했다. 은행들이 키코 계약을 하며 예상 외화유입액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과도한 규모의 환헤지를 권유하는 등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분조위는 앞선 동양 사태 등 불완전판매 관련 분쟁조정 사례를 고려해 기본 배상비율은 두 원칙 위반에 모두 적용되는 30%로 정했다. 이후 계약별로 비율을 가감해 최종 배상비율을 15∼41%로 결정했다.

▲자료=금융감독원.


가장 많은 41% 배상비율이 결정된 A기업은 수출실적이 줄어 무역금융과 수입신용장 한도가 줄었으나, 추가 환헤지 계약을 구속력 없는 협약서상 주문예정수량을 근거로 체결한 점이 인정됐다. 20% 배상비율이 인정된 B기업은 헤지 대상으로 설정한 외화 순유입액을 크게 초과하는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판단됐다. C기업과 D기업은 달러가 아닌 이종통화를 합산해 달러 매출총액으로 환산하거나, 과도한 규모로 헤지계약을 맺는 등 은행의 불완전판매가 일어난 것으로 인정돼 15%의 배상비율을 받았다.

4개 기업에 키코를 판매한 은행은 신한·우리·KEB하나·KDB산업·한국씨티·대구은행 등 6곳이다. 배상액은 총 255억원이다. 이중 신한은행이 가장 많은 150억원(58.8%)을 배상해야 한다. 이어 우리은행 42억원(16.5%), 산업은행 28억원(11.0%), 하나은행 18억원(7.1%), 대구은행 11억원(4.3%), 씨티은행 6억원(2.4%) 등이다.

금융위는 기업과 은행에 분조위 결과를 알리고 수락할 것을 권고할 예정이다. 조정안 접수 후 20일 내 조정안을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한 것으로 보고 배상이 이뤄진다.

이번 분조위 결과는 다른 피해기업들 배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분조위는 이후 은행과 조정에 들어가는 다른 피해기업들은 최소 10% 배상비율을 받을 수 있도록 하한을 정했다. 김상대 국장은 "분쟁조정 신청기업 외 나머지 키코 피해 기업에 대해서는 조정결정 후 은행과 협의해 피해배상 대상 기업 범위를 확정하고 자율조정인 합의권고 방식으로 분쟁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키코는 2007년 국내 14개 은행에서 800∼900개에 이르는 수출기업에 판매한 외환파생상품이다. 환율이 정해진 범위에서 변동하면 미리 정한 약정 환율에 달러를 팔 수 있는 헤지 상품이다. 환율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기업들이 이익을 낼 수 있다. 2008년 환율이 급등하자 키코 계약을 맺은 수출기업들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고, 피해 기업들이 은행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며 2013년 대법원 판결까지 받았다. 지난해 5월 윤석헌 금감원장 취임 후 다시 키코 사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금감원은 같은해 7월 키코 사태에 대한 재조사에 들어갔다.

정성웅 금감원 분조위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법원이 키코 계약의 불공성과 사기성은 인정하지 않았고, 불완전 판매로 인한 은행 책임을 사례별로 인정했다"며 "은행들도 피해기업에 대해 배상을 했으나, 당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유사 피해기업을 구제하는 데는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피해구제에 적극 나서야 신뢰가 근본인 금융산업이 오래된 빚을 갚고 한 단계 더 성숙하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키코 재조사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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