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숙의 눈] 가스인들이여 ‘낙지부동’을 새겨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1.08 13:58
사진-1

[에너지경제신문 김연숙 기자] 요즘 관가에서는 ‘낙지부동’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고 한다. 의미는 짐작할 수 있는 그대로다. ‘복지부동(伏地不動)’에 빗댄 낙지부동은 땅바닥에 낙지처럼 달라붙어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여차하면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어 옴짝달싹하기 힘든 현실을 반영했다고.

정열적으로 일하다 보면 직권남용의 멍에를 쓸 수 있고 반대로 일손을 놓으면 직무유기라는 꼬리표가 달린다. 그래서 관가의 공무원들은 요즘 ‘교도소의 담벼락의 걷는 심정’이라나.

낙지부동이 주는 교훈 아닌 교훈은 비단 공무원들만 새겨야 하는 것은 아닌 듯싶다.

‘땅에 바짝 엎드려 움직이지 않고, 스스로 일하려 하지 않고, 시키지 않으면 어떤 일도 하지 않는 무사안일(無事安逸)을 꾀하는 모습’이 어느덧 우리에게도 새겨들어야 하는 교훈처럼 다가온다. 일에 대한 열정이 자칫 과하게 비춰졌다가는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의 ‘범죄 낙인’이 아니더라도 의도치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가장 대표적인 대가가 인사(人事)다. 최고 경영자의 경영철학과 방침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사는 조직원이 그 동안 어떠한 모습으로 어떻게 일해 왔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공명정대하고 명확한 원칙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열정이 과하고, ‘직권남용’과도 같은 업무범위를 넘어선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되면 끝장이다.

업무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새롭게 도전한 일이라도 인사권자의 눈에는 그저 ‘직권남용’으로 보일 수 있는 게 요즘의 씁쓸한 현실이다. 거기에 최측근 참모들의 잘못된 평가가 더해지기라도 하면 인사 대상자는 그야말로 ‘폭망’이다.

최근 한국가스공사는 새해를 맞아 200여명이 넘는 대대적인 승진·전보인사를 단행했다. 누구는 만족하고, 누구는 서운하고. 당연히 100% 만족이란 있을 수 없는 게 인사다. 그렇더라도 그 인사가 남긴 교훈이 최소한 ‘낙지부동을 가슴에 새기자’로 귀결되어서는 안 될 노릇이다. 더구나 주인 없는 공기업에서 ‘열심히 일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퍼지게 되면 그 손해는 결국 국민의 손해로 돌아온다.

뜨거운 열정으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손해 보지 않은 그런 경자년 새해가 되길 기대한다.

김연숙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