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방식 재건축, 정비사업 규제 '탈출구' 되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1.30 15:27

사업 속도 빠르고 조합 비리 등 잡음도 줄일 수 있어
대형 신탁사 전국서 사업대행자 놓고 수주전 벌여

▲신탁방식 재건축이 탄력을 받으며 전국에서 신탁사들이 사업대행자 지위를 놓고 수주전이 벌어지고 있다. 준공 후 49년이 지난 여의도 시범아파트.(사진=윤민영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 신탁방식을 선택한 정비사업장에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일어나는 건설사들의 입찰 진풍경이 시행사 선정을 위한 신탁업체로 번지고 있다. 정부가 재건축 사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데다 사업이 지지부진한 곳을 정비구역에서 해제하는 일몰제가 도래할 가능성이 커지며 신탁방식의 정비사업이 조합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속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신탁방식은 정비사업장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인 추진위원회와 조합설립인가 과정이 생략되고 사업시행인가 전에 시공사 선정이 가능해 절차가 상당히 간소화 됐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전문가들의 참여로 조합 방식보다는 전문성이 강화돼 정비사업장에서 일어나는 배임·횡령·이권 싸움 등 사업을 지연시키는 각종 잡음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에 신탁 방식을 도입하는 재건축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한국토지신탁, 하나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등 신탁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연말 GS건설로 시공자가 선정된 대전 장대B구역 재개발 사업장은 시공사 선정에 앞서 그해 8월 무궁화신탁과 한국토지신탁 컨소시엄이 사업대행자로 선정됐다.

청주 사직1구역 재개발 현장에서는 지난 21일 한국토지신탁과 하나자산신탁이 사업대행자 선정을 위해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탁방식이라고 해서 무조건 사업진행이 빠른 것은 아니다. 신탁방식으로 아무리 사업진행이 간소화 돼도 지자체의 인허가 절차에서 막히면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발표한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신탁등기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되며 신탁방식에도 규제가 걸렸다. 신탁사 선정 등 사업시행자 지정을 위해 필요한 신탁동의가 토지면적 기준 1/3 이상에서 3/4로 대폭 늘어난 것이다.

또 신탁 방식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적용 받기 때문에 일정 기간 동안 정비사업에 진척이 없으면 일몰제가 적용된다. 일몰제로 정비구역이 해제돼 사업이 무산될 경우 그동안 사업을 진행하면서 발생한 매몰비용은 신탁사가 모두 부담하기 때문에 신탁사들도 사업 가능성이 있는 곳에 선별적으로 뛰어들 수 밖에 없다. 즉 모든 정비사업장이 조합방식으로 안된다고 해서 신탁방식으로 우회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셈이다.

1971년 준공돼 50년 가까이 된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조합방식이든 신탁방식이든 재건축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해당 사업장은 아파트의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로 재건축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사업 진척이 없자 2016년부터 신탁방식의 재건축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서울시가 2018년 여의도를 통째로 개발하는 내용의 업무·상업 지구단위계획을 발표하면서 흐지부지 된 상황이다. 인근의 광장아파트와 진주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탁 방식 재건축은 역사가 깊지도 않을뿐더러 아직까지 해당 신탁 방식으로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장의 새로운 대안이라고 정의할 수 없다"며 "사업 진척이 없을 경우 조합원들은 비싼 수수료를 감당하게 되고 신탁사들도 매몰비용을 물어낼 수 있는 리스크가 양쪽에 존재하므로 정비사업을 지연시키는 근본적인 보완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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